장기요양제도 시행 16년…여전히 성희롱에 노출된 돌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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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자택을 방문하는 요양 보호사입니다. 이용자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자신의 성기에 제 손을 갖다 대며 만져달라고 말하더군요. 센터와 보호자에게 이를 보고했지만 익숙한 일이라는 반응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10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지원센터)가 발간한 '2022∼2023 장기요양요원 노동·성희롱상담 사례집'을 보면, 장기요양요원의 성희롱 피해 사례가 담겨 있다.
장기요양요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된 노인 등의 신체·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데,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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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자택을 방문하는 요양 보호사입니다. 이용자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자신의 성기에 제 손을 갖다 대며 만져달라고 말하더군요. 센터와 보호자에게 이를 보고했지만 익숙한 일이라는 반응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10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지원센터)가 발간한 ‘2022∼2023 장기요양요원 노동·성희롱상담 사례집’을 보면, 장기요양요원의 성희롱 피해 사례가 담겨 있다. 2년간 지원센터로 접수된 성희롱 상담 건수는 57건에 달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전국 종사자 대상으로 운영하는 고충상담 창구에 접수되는 성희롱 사례가 연평균 15건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장기요양요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된 노인 등의 신체·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데,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올해로 시행 16년째이고, 장기요양기관 소속 노동자는 62만여명(2023년 기준)에 달한다.
직종으론 요양보호사가 46건(80.7%)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복지사·생활지원사·장애인 활동지원사 등은 각 2건이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는 100% 여성 돌봄서비스종사자였고 행위자는 100% 남성 이용자·보호자”라고 설명했다. 방문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사례가 41건(71.9%)으로 가장 많았다. 방문요양 특성상 노동자가 자택 등 서비스 이용자의 ‘사적 공간’에서 ‘혼자’ 일해서 성희롱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주야간보호센터 6건(10.5%),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기관 4건(7%) 등 순이다.
성희롱 전체 사례 57건 가운데 32건(56.2%)은 근로계약을 맺은 장기요양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절반 넘게 제대로 된 조처가 없었다. 19건(59.2%)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무반응(8건) 혹은 2차 피해(4건)가 일어나는 등 실효가 없었다. 서비스 중단·배치 변경 등은 10건(31.2%), 주의 조처 등은 3건(9.4%)에 그쳤다.
특히 ‘요양보호사 변경’ 조처가 피해자에겐 사실상 해고여서 보호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요양보호사 임금체계는 시급제여서, 서비스가 중단되면 임금이 끊긴다. 더욱이 요양보호사가 반복적인 성희롱·성추행을 신고했다가 주의 조처를 받은 이용자가 되레 요양보호사 교체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지원센터는 “요양보호사 변경만으론 피해자가 장기간 임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교체된 요양보호사마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원센터는 장기요양요원의 ‘2인1조 근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2인1조 배치로 피해 요양보호사가 일을 이어가면서도 성희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2인 1조 배치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부담에 대해 수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원센터에 장기요양요원 권익지원 사업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권익지원센터가 마련된다. 요양보호사 인권보호 사업, 컨설팅과 운영자 교육, 안전장비 보급 등 장기요양기관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할 계획이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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