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잇슈] "남편 지긋지긋해, 이젠 나를 찾고 싶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탑골공원 내부는 공사 때문인지 어르신들이나 관광객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공원 내부 구석진 곳에 홀로 앉아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나무에 등을 대고 체조하는 어르신들, 둘 또는 셋씩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탑골공원 취재를 위해 1시간 가량 머무는 동안 아내와 같이 나온 노부부를 본 건 단 두 커플에 그칠 정도로 여성 어르신들은 보기 어려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입구부터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길을 헤매는 어르신들에게 공사 관계자들이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탑골공원 내부는 공사 때문인지 어르신들이나 관광객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공원 내부 구석진 곳에 홀로 앉아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나무에 등을 대고 체조하는 어르신들, 둘 또는 셋씩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몸이 불편해 유모차를 끌고 나온 노모와 함께 대화하며 산책하는 60대 여성의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들어 갑자기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다소 쌀쌀해졌지만 탑골공원은 여전히 어르신들로 붐볐다.
탑골공원 내부를 빠져나오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원 뒷쪽에 위치한 골목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20여m가 넘는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그 옆에 노상공간에서 자리를 잡고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로 북적거렸다.
장기 훈수를 두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는 등 어르신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적적함을 달래며 허기도 함께 채웠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꿋꿋이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향해 무료 급식소 관계자들이 "오늘 못 받은 분들은 다음주에 오세요"라고 외쳤지만 아무도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탑골공원 내외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대다수가 남성이었다. 탑골공원 취재를 위해 1시간 가량 머무는 동안 아내와 같이 나온 노부부를 본 건 단 두 커플에 그칠 정도로 여성 어르신들은 보기 어려웠다.
탑골공원은 어르신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쉼터다. 같은 처지의 '동료'를 만났다 싶을 땐 닫혔던 입이 저절로 트인다. 마음 한 켠에 쌓아둔 답답함을 나누기도 하고 괜스레 신세타령을 하기도 한다. 요즘 어르신들의 화두도 황혼이혼이다.
어떻게 여기에 오셨는지 기자의 질문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중절모의 80대 노인은 "자식과 아내를 위해 청춘을 다 바쳤건만 나이들어 경제력을 잃고 나니 버려졌다는 느낌이 많다. 그 허전함을 달래려다 보니 종종 이곳에 오게 된다"고 말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60대 여성 이모씨는 "이혼 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여자들은 자기 중심적인 남자들과 달리 자식을 생각해서 쉽게 이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남편과 이혼을 결정한 이유는 젊었을 때 믿음을 잘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믿음이 깨져버린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제가 경제력이 없었고 이혼하면 아이들에게 흠이 될까봐 참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제 다 커서 자기 생활을 하게 되니 더 이상 남편과 같이 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더라"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의 말처럼 60대 여성의 이혼상담은 최근 20년새 크게 늘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이하 상담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5만5684건의 상담이 진행됐는데 이중 면접 상담(2만1220건)을 통한 이혼 상담은 5013건이었다. 여성 상담자가 4011명으로 남성(1002명)과 비교해 4배가량 많았다.
상담자의 연령대 비율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여성은 2003년 6.2%에서 2023년 23.1%로 16.9%포인트(p) 늘었다. 상담소가 연령대별 분석을 시작한 1995년 60대 이상 비율이 여성은 1.2%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 사유는 '남편의 폭력 등 부당대우'가 가장 컸다.
60대 이상 남편의 이혼 상담도 크게 늘었는데 아내가 손자 또는 손녀 양육 등을 이유로 자녀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장기 별거하게 되거나 성격 차이 등에 따른 아내 가출 전 다양한 갈등이 선제된 경우가 많았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민의 정의는 아십니까?"…한동훈 패러디 영상 화제 올라
- "아들이 탕수육 좋아해서 시킬게요"…횟집서 벌어진 황당 사연
- "괜히 눈에서 땀나려고 하네"…아이유 콘서트서 받은 `뜻밖의 편지`
- "너 때문에 게임 졌다, 맞아라"…임신한 여친 상습폭행한 30대
- "1천명만 받습니다, 무조건 6억 번다"…악성 리딩방 사기수법 `깜짝`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