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1000명!…유명인들의 무료 투자강의? [수민이가 궁금해요]
2023년 9∼12월 피해액 1266억원
고수익을 명목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인이나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초대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열풍이 이어지면서 리딩 사기 수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요구해 또다른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불법 리딩방 유명인 내세워 회원 모집
10일 다수의 SNS 등에 따르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투자를 홍보하며 무료 투자강의를 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선착순 1000명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명 인사를 내세워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엄연한 ‘사기 사칭’ 채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접수된 투자리딩방 사기 건수는 1452건으로 피해액은 1266억원에 이른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지난해 피해 액수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직장인 B씨는 전세금을 날렸다.
그는 “최근 3개월 간 매월 500만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올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며 “더 큰 수익을 내기 전세금을 투자한 후에는 (전문가들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사기가 성공하는 것은 초보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등 금융권은 물론 정·재계, 학계의 유명인들이 사칭에 악용됐다.
투자자 C씨는 “이들 광고는 전문가나 유명인, 대학 등 권위를 이용해 주식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리딩방 가입이나 특정 프로그램 사용을 유도한다”며 “사람들을 모은 다음 가짜 시스템을 만들어 높은 수익이 나온 것처럼 속여 투자금을 편취하는 등 사기로 이어진다”고 했다.
◆수익 올렸다는 가짜 매매 앱 주의
유명인을 내세운 수법을 보면, 투자자가 SNS 광고 속 링크를 통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하면 고급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이 있다며 그를 초대한다. 초대된 채팅방 참여자 수십명은 하나같이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 인증’을 한다. 이를 본 투자자가 자신도 참여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자칭 ‘투자 전문가’라는 인물이 매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고 안내한다.
예컨대 장하준 교수 사칭 광고를 보면 자신을 장하준 교수라고 소개한 다음 “오늘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며 “주식 투자는 연봉보다 수십배, 심지어 수백배 더 높을 수 있다. 80%의 승률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리딩방이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운영 방식을 쓰기 때문에 수사에 신속하게 착수하기도 어렵고 법리 다툼도 치열해 처벌도 미약한 게 현실이다.
이들 투자리딩방 사기 범행 대부분이 SNS를 통해 이뤄지고 대포폰, 대포통장을 동원하는 탓에 경찰 역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 환급법에 따라 은행이 사기 이용 계좌를 즉시 지급정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리딩방 사기는 이를 적용받지 못해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법행위가 발견될 시 수사당국이 계좌에 지급정지할 권한도 없어 피해는 커지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근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7가지를 추렸던 악성사기 목록에 투자리딩방 사기도 포함했다. 연애빙자 사기(로맨스스캠), 스미싱(미끼문자 등) 등 ‘10대 악성사기’를 상대로 ‘사기와의 전쟁’을 치른다는 게 경찰의 목표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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