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해외 부동산 위험에도… 5대 금융지주 이사회, 찬성표만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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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며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의 올바른 경영 판단을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사회가 회사가 부의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 위험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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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부의 안건 100% 통과
이사회, 자체 평가서 “우수하다”
금융 당국 “이사회,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필요”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며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이 현실화되는 것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의 올바른 경영 판단을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사회가 회사가 부의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 위험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7명이 이사회에서 162건의 결의 안건을 논의했지만 반대표가 나온 경우는 없었다. 이사회에 부의된 162건의 안건은 3건의 수정·조건부 가결을 포함해 100%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이사회 가운데 회사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제때 인식·측정·감시·통제해야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거수기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각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신한금융 명칭 위험관리위원회)는 3∼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1년간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9회, 하나금융지주는 8회, NH농협금융지주는 11회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지배구조·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상 5대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모든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 내역란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이라고만 적혀 있다.
올해 손실이 확정되기 시작한 홍콩 ELS, 해외 상업용 부동산 손실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잠재 위험 요소로 떠올랐지만, 이와 관련해 언급을 한 곳은 신한·하나금융지주 단 두 곳뿐이다. 신한금융지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열린 ‘제8회 위험관리위원회’에서 ‘2023년 3분기 평가 보고’ 사항과 관련해 H지수 기초자산 기반 ELS 상품 현황에 관한 내용이 다뤄졌다. 하나금융지주는 같은 해 7월 24일 ‘제4회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미국 및 유럽 상업용 부동산 대체투자 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금융지주의 잠재 위험은 현실화되고 있지만, 이사회는 정기적인 연말 평가에서 자화자찬하고 있다.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들은 ▲위원회 구성 규모의 적정성 ▲이사회가 부여한 권한과 업무위임의 적정성 ▲위원회 기능과 역할의 충실성 ▲안건 내용의 충실성 및 충분한 정보제공 등의 항목에서 자신들의 활동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들 역시 위원회 구성·기능·역할·운영·경영진과의 의사소통이 우수하다고 자평했다. NH농협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들도 설문 결과 모든 평가 항목에서 스스로 최고 등급(S)을 줬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작년 평균 보수는 7531만원에 달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보수가 1억원이 넘는 사외이사도 있었다. 또,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7명 중 20명이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연임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은 계속해서 금융지주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창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 선임·경영승계 절차, 이사회·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 로드맵’을 이달 말까지 금융지주로부터 제출받을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열고 “은행지주의 이사회는 지주그룹의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주 내 그 어떤 기구보다 중요한 곳”이라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는 금융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있어 필수적이고, 이를 집행하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는 이사회와 감독당국은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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