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 끝나면 피 철철?…고슴도치는 어떻게 사랑을 나누나 [생색(生色)]
[생색-23] 살을 에는 추위에도, 서로에게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나서였습니다. 신의 저주인지, 축복인지. 그들의 몸은 온통 가시로 덮여 있습니다.
적에게 맞설 때는 든든한 방패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일 때는 칼을 겨누는 꼴이 되고 말았지요. 고슴도치의 이야기입니다.
위대한 철학자도 때론 틀리는 게 있습니다. 고슴도치는 사랑하는 이에게 결코 거리를 두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설명하지 못한 고슴도치의 사랑법을 오늘 소개합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동물은 배를 맞대고 교미하지 못합니다. 신체 구조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도대체 이들은 날카로운 가시를 두고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 것일까요. 속된 말로 ‘손만 잡고 잤더니, 새끼가 생겼다’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걸까요.
친구와 우정을 나눌 때, 가족과 함께일 때는 당연히 가시를 납작하게 만듭니다. 행여나 소중한 사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휘파람을 불거나,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암컷의 주의를 끄는 것이지요. 암컷이 관심을 보이면, 그때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섭니다.
원을 그리면서 암컷에게 교미를 허락해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마치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남성처럼요.
세상에 나온 지 몇 시간 지나면 가시들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한 마리의 ‘고슴도치’로서 제 몫을 한다는 신호입니다.
고슴도치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가시가 돋친 생명체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겐 한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음을. 짜증이 솟구치고, 화가 나는 일이 많을 때라도, 사랑하는 이에게만큼은 미소를 지어보시기를. 1500만년을 살아온 ‘선배’ 고슴도치가 ‘후배’인 우리에게 건네는 생존의 열쇠입니다.
ㅇ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가 가시 때문에 서로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ㅇ하지만 고슴도치는 교미할 때 가시를 바짝 낮춰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한다.
ㅇ1500만년동안 고슴도치는 적에게는 가시를, 연인에겐 사랑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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