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급락한 엔비디아, 조정 신호탄? "코스피 2700 돌파 여기에 달렸다"
코스피 지수가 27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미국 반도체 업종의 조정이 변수로 떠올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승한 국내 증시의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의 물가 지표와 금리 수준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2.73포인트(1.24%) 오른 2680.35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간 상승률은 1.44%로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대만 가권(4.49%, 이하 주간 상승률) 러시아 RTSI(2.63%) 스페인 IBEX(2.39%) 등과 함께 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한 주 동안 국내 증시를 이끈 건 AI(인공지능) 반도체였다. AI용 서버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는 지난 8일 장중 최고 17만49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종가는 17만1900원으로 한 주 동안 10.05% 상승했다. HBM 관련주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부품, 설계 등 관련 종목 대부분이 강세를 보이며 증시를 이끌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훈풍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탈피하고 2700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 대책과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수세도 긍정적 요인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하지만 한편에선 거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의 대표적 성장주 펀드회사인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지난 7일 투자자 레터를 통해 엔비디아의 거품 가능성을 경고했다. 1990년대 거품 논란이 컸던 시스코(Cisco)와 엔비디아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설비를 생산하는 시스코는 인터넷 태동기인 1990년대 초반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주가가 31배 급등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자 주가는 반토막 났고 이후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몇 번의 변동성을 보였다. 엔비디아 역시 기업들이 AI 서버 과잉 투자에 따른 재고 조정에 나선다면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이 AI 관련 특정 종목들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버블 우려가 나온다"며 "기술의 실제 발전 속도보다 금융시장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빨라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2조원을 순매수했는데 이중 삼성전자가 2조2500억원, SK하이닉스가 1조23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반도체였던 만큼 반도체 거품 우려는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일자리 지표는 혼조세로 나타났다. 지난 8일 발표된 미국의 2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27만5000건 증가로 예상치인 19만8000명을 상회했다. 반면 실업률은 3.9%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기존 35만3000명에서 22만9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물가와 고용지표를 토대로 오는 19~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금리 방향성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리가 내린다면 엔비디아 같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은 한층 완화할 수 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미국 채권금리, 달러화 하향안정 속에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완화, 경기부양정책, 경기회복 기대가 되살아날 경우 수출주와 성장주가 동반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며 "실적 전망이 양호하고 외국인 수급이 견고한 반도체, 조선, 제약·바이오 업종과 2차전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가 2700선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조정이 오더라도 저PBR 등 여전히 모멘텀을 받는 업종으로 순환매가 이뤄지면서 조정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물가 우려 완화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등을 긍정적 요소로 꼽으며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600~2720으로 제시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주도주는 반도체 관련주들과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높아지는 종목들"이라며 "코스피 2700 돌파를 위해선 중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은 장기적으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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