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스쿨 효과일까… 고개 숙였던 김재환 폭발한다, 115억 거포 부활 날개 펴나

김태우 기자 2024. 3. 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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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홈런 포함 타격이 폭발하며 시즌 기대치를 키우고 있는 김재환 ⓒ 두산 베어스
▲ 지난 2년의 부진을 딛고 재기를 벼르고 있는 김재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의 4번 타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인 김재환(36‧두산)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미국으로 가 타격 훈련에 힘을 쏟았다. 훈련 시설은 국내도 잘 되어 있지만, 굳이 미국까지 가 오랜 시간을 보낸 건 이유가 있었다. 한때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 출신으로 지금은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강정호를 만나기 위해서다.

강정호까지 찾아간 건 그만큼 김재환이 절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건 아니었다. 시즌 동안 여러 문제점을 체감하고 있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일찌감치 미국에 가기로 결정한 상황이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그 이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김재환은 리그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는 좌타 거포다. 때로는 국내 KBO리그 구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이 작다 느껴질 정도다. 2016년 37개의 홈런을 치며 화려하게 좌타 거포의 탄생을 알린 김재환은 2017년 35홈런, 그리고 2018년에는 44홈런을 기록하며 두산과 잠실구장의 좌타자 역사를 내리 새로 써 내려갔다. 그냥 공갈포도 아니었다. 이 기간 모두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가치가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타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힘은 유지됐으나 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예전처럼 홈런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김재환의 기량이 반등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재환에 4년 총액 115억 원을 제안해 사인을 받아냈다. 당시 두산은 여러 FA 선수들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다른 선수들은 포기하더라도 김재환만큼은 팀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좌타 거포가 얼마나 키우기 어렵고 구하기 어려운지는, 김재환을 오랜 기간 인내했던 두산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만 FA 계약 후 하락세가 더 깊어졌다. FA 이전부터 보이기 시작했던 타율 저하가 더 가팔라졌다. 김재환은 2022년 128경기에서 타율 0.248에 그쳤다. 홈런 23개를 치기는 했으나 체감하는 답답함이 더 커졌다. 한창 잘 나갈 때 4할을 웃돌던 출루율도 0.340까지 떨어지며 힘을 잃었다. 2023년은 반등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 132경기에서 타율은 0.220에 그쳤고, 홈런 개수도 10개에 불과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674까지 떨어졌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재환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미 망가진 타격 메커니즘을 다른 구단 투수들이 계속해서 공략하고 있었다. 김재환 파훼법이 나머지 구단 사이에 돌기 시작했다. FA 계약을 2년 더 남긴 김재환이 이를 돌파하기 위해 강정호 스쿨을 찾은 이유였다. 물론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환상의 학교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김재환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충분했다.

캠프 당시부터 컨디션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재환은 시범경기 시작부터 대포를 터뜨리며 기지개를 켰다. 김재환은 스프링캠프 막판 무릎 쪽이 조금 좋지 않아 잠시 주춤했지만, 무릎 상태가 시범경기에 맞춰 호전되며 이날 전격적으로 키움과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다. 김재환은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3타점 1득점의 만점 활약을 선보이며 힘을 냈다. 세 번의 타석 모두 출루한 뒤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 9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 1볼넷 전 타석 출루로 만점 활약을 선보인 김재환 ⓒ 두산 베어스
▲ 뚜렷한 외부 전력 보강 요소가 별로 없는 두산은 김재환의 반등이 절실하다 ⓒ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조차 김재환의 타격폼이 어디가 바뀌었는지를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오프시즌 변화의 폭이 적지 않았다. 이 타격폼이 잘 정립됐는지가 중요했고, 이 타격폼으로 성과를 내야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범경기 결과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첫 타석부터 터졌다. 1-2로 뒤진 1회 1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한 김재환은 키움 선발 하영민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 쳐 좌월 역전 투런포를 기록했다. 하영민이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나름의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선택한 셈이었는데, 김재환이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타이밍이 살짝 뒤였지만 김재환의 힘은 이를 가리지 않았다.

김재환은 5-2로 앞선 2회 2사 2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하영민의 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받아 쳐 우전 적시타를 기록했다. 6-3으로 앞선 4회 2사 1루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까지 고르며 전 타석 출루를 달성했다. 김재환은 세 타석을 끝으로 교체됐고, 기분 좋게 시범경기 첫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직 시범경기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고, 부활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타격폼이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는지, 그리고 그 타격폼에서 효과가 나오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2년간 부진의 골이 깊었기에 이 골짜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긍정적인 것은 김재환에 대한 이승엽 감독의 신뢰와 믿음이 여전하는 것, 그리고 겨우내 타격폼 수정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그 경험 자체가 부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두산은 올해 전력 보강 요소가 그렇게 크지 않다. 돈을 많이 쓰기는 했지만 내부 FA를 잡는 용이었다. 특별히 외부에서 들어온 전력 요소는 없다. 지난해 타선이 불안했던 만큼 올해는 타선이 고루 힘을 내야 5위 이상의 성적을 노릴 수 있다. 김재환이 부활한다면, 아마도 전력 보강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김재환의 2024년 시즌 성적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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