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의료 공백, 승자 없는 싸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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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됐다"며 핏대를 세우던 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동네 병원에서 암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력이 부족해 당분간 신규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던 의대 교수들의 사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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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은 언제 끝난대?”
며칠 전 저녁 자리에서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됐다”며 핏대를 세우던 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동네 병원에서 암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력이 부족해 당분간 신규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전공의 비율이 낮은 종합병원을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야 안심이 될 것 같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으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정부의 의지대로 내년부터 의대 입학생을 2000명으로 늘리면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있을까.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던 의대 교수들의 사직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때 명의로 입소문 나며 병원의 간판 역할을 하던 교수들의 사직을 다룬 기사에는 ‘면허를 박탈하라’는 식의 날선 비판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린다. 아무래도 엘리트 집단의 대명사로 꼽혀온 의사 집단에 대중의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모양이다.
이쯤에서 돌이켜 보자. 당초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밝힌 배경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2035년까지 급속하게 진행될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1만여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국 40개 의대는 정부의 목표치를 크게 뛰어 넘는 3401명을 늘려달라고 신청하면서 의대 증원 추진에 명분을 실어주는 그림이 연출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현장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에 대한 의사 면허 3개월 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8000명 안팎의 전공의들이 처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면허정지로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이상 미뤄질 수 있다. 내년 이맘때 의대 신입생 2000명이 늘어나는 대신 일주일에 최소 80시간씩 필수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의사 8000명이 사라질지 모른다. “전공의 뒤에 숨는 현실이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교수들의 고백을 들으면 그보다 많은 필수의료 인력들을 잃을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정부와 의사·국민 모두 필수의료 강화를 원한다. 의대 증원도, 집단 사직도 결국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정작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의 목소리도 공허해지기 않으려면 하루빨리 의료 현장이 정상화돼야 한다. 이대로라면 이번 전쟁의 승자는 없다.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대화의 문을 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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