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클락 적용 경기 후기 하나 “투수들, 숨도 못 쉬고 공 던지는 느낌도 있어”[스경x이슈]
전날 올 시즌 첫 시범경기를 치른 이강철 kt wiz 감독과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피치 클락에 대한 결이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10일 LG 트윈스와의 2차전 경기 전 브리핑에서 이강철 KT 감독은 “(투수들이) 숨도 못 쉬고 공만 계속 던지게 생겼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의 경우 보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2024시즌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LG 원정 관중은 팀이 5-2로 앞선 9회초 KT 투수 김영현이 마운드에 들어서자 숫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5! 4! 3! 2! 1!”. 우주로 향하는 로켓 발사 전 카운트 다운을 연상시키는 장면 같았다. 피치 클락이 시범 적용됨에 따라 투수는 주자가 있을 경우 23초 안에,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김영현은 결국 LG 김주성을 상대로 1사 1루 볼 카운트 3-1에서 급하게 공을 던지다 볼넷을 내줬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LG 이재원이 나섰을 때에는 폭투를 범하기도 했다.
10일 경기 전 브리핑에서 염경엽 LG 감독 역시 피치 클락에 대해 언급했다.
염 감독은 “지난 해 12월 개인 연습 때부터 피치 클락을 염두해 두고 훈련을 해 왔다”면서 “선수들이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염 감독의 우려는 투수가 아닌 타자의 시선에서 였다. 새 시스템에서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염 감독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여러가지 준비 과정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포수의 경우 피치 클락 시스템은 곧 ‘불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포수들에게) 초구는 그냥 못 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시간을 조금 더 준다던지 하는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염 감독은 “세계 야구 선진국들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은 좋지만, 우리도 우리의 룰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이를 다른 국가 리그들이 따라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 피치 클락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투구 혹은 타격 준비 과정에 시간적 제한을 둔 규칙이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각 팀 감독들은 피치 클락 도입 과정에서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KBO는 이에 따라 피치 클락을 올 해 전반기까지 일단 시범 운용키로 했다. 이 기간에는 피치 클락을 어긴 선수들에 대해 주심이 구두로만 경고한다.
이강철 감독은 “결국 안하게 될 거라면 차라리 (지금)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 “경기의 템포를 끊게 되는 이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수원 |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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