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미사일부터 ICBM까지… 韓·美·日 압박 ‘생존전략’ 활용 [이슈 속으로]
6·25전쟁 직후 옛소련 미사일에 관심
1976년 이집트서 스커드 미사일 반입
역설계 통해 기술 얻어 전문인력 육성
MRBM·IRBM 등 잇따라 개발 나서
김정은, 다양한 미사일 통해 무력 시위
이란·러 등과 무기 거래로 이익 추구도
전문가 “의미 있는 제재 없어 대담해져”
북한은 냉전 이후 탄도미사일과 관련 부품 및 기술을 개발·운용·수출할 능력을 지닌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6·25전쟁 직후 북한은 옛소련의 미사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1960년대 미사일 분야에 뛰어들었다. 옛소련에서 지대함미사일과 프로그 로켓을 도입하고, 1970년대에는 중국에서 지대함미사일 등을 들여왔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개발·생산은 쉽지 않았다. 옛소련은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이에 북한은 1976년 이집트에서 사거리 300㎞의 스커드 B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반입, 역설계를 통해 기술을 획득하면서 전문 인력을 육성했다. 그 결과 1984년 스커드 B 제작에 성공,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2017년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급속하게 고도화된 시기. 같은 해 3월 북한은 ‘3·18 혁명’이라 불리는 백두산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 옛소련이 ICBM에 사용했던 RD-250 액체연료 엔진을 활용해 개발된 백두산 엔진은 추력이 80t에 달해 기존 스커드 미사일 엔진보다 출력이 훨씬 높다. 핵 소형화를 하지 않고도 1t 이상의 핵탄두를 미국 본토로 쏠 수 있는 수준이다.
같은 해 5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2형 IRBM은 백두산 엔진을 탑재, 미국령 괌을 위협했다. 화성-12형은 같은 해 7월과 2022년 1월 각각 발사된 화성-14형 ICBM과 극초음속미사일의 1단 추진체 역할을 했다. 북한은 백두산 엔진 2개로 구성된 1단 추진체를 쓰는 화성-15형, 엔진 4개를 묶은 화성-17형 ICBM도 만들었다.
고체연료 미사일 분야에서도 북한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19년 초에 처음 등장한 KN-23 SRBM은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할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후 북한은 KN-24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이외에도 각종 순항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하면서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실제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 미국과의 적대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왔다.
김정일 시절 북한은 미국 본토를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다만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방식이었다. ICBM과 인공위성용 로켓은 상당 부분 기술을 공유한다는 점을 이용한 ‘은유법’이었다. 반면 김정은 체제에선 단거리 전술미사일에서 ICBM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에서 미국 워싱턴에 이르는 인도태평양 전역을 사정권에 넣고, 다른 핵보유국처럼 핵무기를 운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직유법’을 쓰는 셈이다.
미사일 수출로 얻는 경제·외교적 이익도 북한이 미사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미사일을 비롯한 전략무기의 국가 간 거래는 수출국과 구매국이 전략적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다. 외교관계가 한층 긴밀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한 것을 계기로 이란과 군사기술 등에서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이란은 북한의 협조를 통해 샤하브-2 등의 미사일을 만들었다. 파키스탄의 가우리 MRBM도 북한 노동미사일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은 2002년 예멘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려다 적발되는 등 예전부터 중동 국가에 미사일 기술이전과 완제품 판매 등을 진행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에는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포탄 등을 수출했고, 이들 무기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데 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미사일 개발·운용·수출을 둘러싼 북한의 위협적 행보는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이민영 연구원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대담해졌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분열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지도력이 약해진 파편화한 세계에선 도발을 해도 의미 있는 (제재 등) 결과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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