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뱃속 ‘양수’로 이걸 만들다니…한 달만에 만들어진 ‘기적의 물질’ 뭐길래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3. 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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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인 여성의 배 속에 있는 ‘양수’를 이용해 태아의 ‘장기’를 만드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과학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 사건인데요, 무슨 얘기인지 교과서를 기반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수에서 줄기세포 추출 성공
양수에 있는 줄기세포로 만든 오르가노이드 [사진=네이처 메디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이 지난 4일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을 발표합니다. 임신 16~34주차인 산모의 양수를 채취, 이를 ‘성장’시켜 ‘작은 장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명 ‘오르가노이드’라고 합니다. 오르가노이드란 조직, 장기의 특징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작은 세포 덩어리입니다. 오르가노이드를 이용해 과학자들은 장기의 생성 과정은 물론 세포 노화, 또한 약의 기전 등 다양한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연구진의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연구진은 12명의 임신부에게서 양수를 채취했습니다. 일상적으로 진단에 사용되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양수에서는 여러 세포가 발견됐습니다. 대부분 죽은 세포였는데, 일부가 아기의 폐와 신장, 장을 만드는 줄기세포임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세포를 배양액에 넣어 성장시켰고 4주 만에 크기 1mm 정도가 되는 오르가노이드를 만들어 냅니다. 양수에서 발견한 세포로 오르가노이드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진은 해당 오르가노이드가 폐, 신장, 장 등의 특성을 보였다고 설명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는 ‘과학2’ 교과서에 ‘세포’의 개념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여러 기관의 공통된 기본 구조는 ‘세포’입니다. 세포는 모양과 기능이 비슷한 것끼리 모여 ‘조직’을 이루며 기능을 수행합니다. 조직이 모여 ‘기관’이 되는데, 기관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위, 심장, 콩팥 등이 기관에 해당합니다.

과학3 교과서에서는 세포의 수정과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을 하게 되면 새로운 한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수정란’이라고 합니다. 수정란은 빠른 속도로 세포 분열하면서 세포의 수는 늘어나게 되는데 이러한 초기 세포 분열을 ‘난할’이라고 합니다.

수정란은 세포 분열을 하고 새로운 개체로 자라는 데 이러한 과정을 ‘발생’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세포를 생산해 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러한 능력을 갖춘 세포를 바로 ‘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인류의 의학은 지금보다 몇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내 몸에 이상한 세포가 있다면, 내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상적인 세포로 만들어주면 되거든요.

맞춤형, 유전병 치료 등에 활용 기대
난자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모습 [사진=셀]
하지만 줄기세포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원시세포’인 만큼 난자나 수정란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배아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특정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해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줄기세포’도 있지만 배아줄기세포보다는 분화 능력 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이번 연구는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요. 줄기세포가 특정 장기로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장기의 성장 과정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특정 장기나 조직이 기형적으로 자라는 이유를 밝혀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연구진은 신천성 횡격막 탈장증(CDH)라는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태아의 세포로 폐 오르가노이드를 만들었습니다. CDH를 가진 아이는 횡격막에 구멍이 있어 폐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연구진이 CDH 아기의 치료 전후 오르가노이드를 비교했더니 차이를 발견합니다. 즉 선천성 질환을 어떻게 치료하고, 또 언제 해야 하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음을 뜻합니다. 향후 약물을 오르가노이드에 먼저 투여함으로써 그 효과를 먼저 확인할 수도 있게 될 겁니다. 또한 오르가노이드는 아기가 태어나기 몇 달 전에 만들 수 있는 만큼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 맞춤형 진료 등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태아의 세포를 이용해 만든 오르가노이드는 일반적으로 ‘낙태한 아이’의 세포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양수를 이용한 만큼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뇌나 심장처럼 양수로 세포가 배출되지 않는 장기의 경우는 오르가노이드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인류의 의학이 두단계, 세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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