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원희룡 "명품도시 계양 만들 것" 이재명 "윤에 대항할 유일한 사람"
'보수 무덤'이지만 일찌감치 표심 다지는 원희룡
'텃밭 지키기' 나선 이재명,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
지역 개발 수요는 변수… 맞춤형 공략 집중할 듯
[서울=뉴시스]강주희 이승재 기자 = ±
"투표는 해야 하는데 누굴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근데 솔직히 둘 다 별로예요. 이재명이든 원희룡이든."
8일 인천 계양구 오조산공원에서 만난 김규빈(41)씨는 이른바 '명룡대전'을 앞둔 지역구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맞대결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지만 정작 지역 민심은 아직 두 후보에게 다소 냉랭하다.
두 후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지역 연고와 관계있다. 계양을은 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으로 통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계양갑·을로 분구된 이래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20년간 한 번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이곳에서 내리 5선을 지낼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2022년 송 전 대표가 돌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철옹성 같았던 지역 민심에도 금이 생겼다. 송 전 대표의 빈 자리는 이 대표가 채웠지만 지난 20년간 민주당을 밀어줬던 주민들 마음에는 적잖은 상처가 생겼다.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도 "우리 동네도 좀 발전해야 하는데 송영길, 이재명 다 당 대표인데 해준 게 없다"고 푸념했다.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 연달아 왔지만 정작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50대 직장인 이효윤(52)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동네 대표하겠다고 하면 주민 입장에선 미덥지 못하다"고 말했다.
바닥 민심 뒤집기 나선 원희룡 "말로만 후보 아냐"
이날 시장 방문이 10번째라는 게 원 전 장관 측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찾은 것까지 더 하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험지를 찾은 야권 정치인에게 으레 들려오는 폭언이나 고성은 없었다. 원 전 장관의 후원회장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씨도 지역 주민과 거리를 좁히는데 한 몫 했다.
최근 원 전 장관 선거 캠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다. 한 캠프 관계자는 "7~8% 정도 예상했는데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7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라고 답한 사람은 45%, 원 전 장관이라고 답한 사람은 41%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가상번호 이용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 전 장관은 뉴시스에 "계양은 인천과 서울, 경기 북부와 남부의 중심지임에도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며 발전이 정체됐다"며 "'빵공약이나 하는 '말로만' 후보가 아니다. 잃어버린 계양의 25년을 되찾아 명품도시 계양을 진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유리한 판세 등에 업고 텃밭 사수 나서
이마트 계양점 푸드코트에선 한 70대 노부부가 이 대표에게 안부를 물었다. "피습 뉴스를 보고 놀랐다. 이제 괜찮으시냐"는 말에 이 대표는 "괜찮아졌다. 건강하세요"라고 답했다. 주민들의 높은 호응에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1번 민주당, 1번 이재명입니다", "모델료는 세 표입니다", "이재명은 해냅니다.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야권 강세 지역답게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표를 주겠다는 주민들도 있다. 계양을에서 10년 동안 택시 운전을 했다는 박모(57)씨는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표밖에 없다"며 "2년 넘게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이 자기 멋대로 질러버리는 대통령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떨떠름한 반응도 있었다. 일부 주민은 이 대표의 악수를 거부하거나 지지자와 취재진에 몰린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이 대표가 방문한 한 횟집 사장은 "점심 장사 준비 하느냐 정신 없었는데 (이 대표가) 갑자기 들어왔다"며 "맨날 TV에 나오는 양반이라 반가울 것도 없었다"고 불평했다.
현재까지 지역 판세는 이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다. 선거구 경계 조정에 따라 계양갑의 표밭으로 꼽히는 작전서운동까지 계양을에 편입된 상황이다. 작전서운동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유동수 의원에게 62.11%(3851표차)의 몰표를 던진 곳이다. 하지만 민심이 흔들릴 여지는 남아있다. 지역 개발 수요가 그 중에 하나다
계양을은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재개발·재건축 요구가 높은 편이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봉오대로를 중심으로 작전 현대아파트, 동아아파트 등이 있는데 대부분 1990년대에 준공된 건물이다. 일찌감치 선거에 뛰어든 원 전 장관은 과거 장관 이력을 살려 이 부분을 적극 파고 있다. 지역 맞춤형 공략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D 노선 작전서운역 추가, 지하철 2·9호선 연장 등을 제시했다.
다만 한 달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원 전 장관이 바닥 민심을 얼마나 끌어올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지역구 공약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원 전 장관의 추격을 막아낼 반격의 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앞서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계양테크노밸리 제2판교테크노밸리로 조성,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GTX-D Y자 노선 원안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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