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열연강판 저가 공세에…철강업계 ‘반덤핑 제소’ 고심 중

권재현 기자 2024. 3. 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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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중국과 일본 등에서 싼값에 수입되는 열연강판을 두고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대형 철강사들은 “저가 수입 강판이 시장 질서를 교란해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반덤핑 제소까지 거론하는 등 완강한 입장이지만, 해외에서 열연강판을 들여와 다양한 철강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중견 제강사들은 원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덤핑 제소에 소극적이다.

10일 철강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내 양대 고로(용광로) 운용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중국산, 일본산 등 수입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의 건설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철강재를 저렴한 가격에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는 데다,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을 낮춘 일본산 제품마저 속속 수입되면서 피해가 막심하다고 국내 철강업계는 주장한다.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열연강판은 전년보다 24.4% 증가한 422만2000t으로 집계됐다. 일본산이 221만7000t, 중국산은 179만t으로, 각각 전년보다 수입량이 29.9%, 26.0% 늘었다.

일본산과 중국산이 전체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2.5%, 42.4%로, 두 나라 제품 수입량이 전체의 94.9%에 이르는 실정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입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5∼10%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공급 중이다.

현행법상 정부에 덤핑 조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 국내 생산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나 반덤핑 조사에 대해 찬반 의사를 밝힌 국내 생산자(무응답 제외) 중 50%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신청인 자격과 덤핑 관련 증거에 대한 검토를 거쳐 반덤핑 제소가 받아들여지면 정상 가격과 덤핑 가격의 차액 범위 내에서 정부가 수입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

국내 열연강판 생산자 중에서는 포스코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80% 수준이어서 이론상으로는 포스코 단독으로도 조사 신청이 가능하지만 업체들 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반덤핑 제소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열연강판은 그 자체로도 사용되지만, 후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 강관재, 건축자재 등으로 만들어져 산업 전반에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중견 제강사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들과 사뭇 생각이 다르다. 이들 제강사는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원가 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값싼 중국 열연강판 수입 등으로 국내 업체들이 피해를 본다고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면서 “무역 분쟁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반덤핑 제소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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