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듄:파트2', '듄알못'도 '듄친자' 된다

김지혜 2024. 3. 1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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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듄' 시리즈는 2020년대 '반지의 제왕'이 될 수 있을까. 고전 소설 원작의 3부작 시리즈, 할리우드의 기술과 거장의 연출력이 만난 대작, 1편보다 뛰어난 속편 등 화제성과 완성도 면에 있어 명작의 향기가 물씬 난다.

'듄: 파트2'의 개봉 첫 주 스코어와 반응만 본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1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는 3일까지 8,1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021년 개봉한 1편의 오프닝 스코어(4,100만 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성적이다.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매출은 9,700만 달러였다. 북미와 해외 수익을 합친 월드 와이드 수익은 1억 7,850만 달러(한화 약 2,371억 원)를 기록했다.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약 5억 달러)의 1/3을 달성한 만큼 글로벌 흥행은 청신호다.

한국에서의 성적은 기대를 밑돈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는 북미보다 이틀이나 빠르게 공개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박스오피스 1위를 찍지 못했다. 첫 주말까지 82만 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2위를 머물렀다.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파묘'의 기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 관객에게 '듄' 시리즈의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성공한 시리즈 영화는 전편의 관객층을 업고 가는 경우가 많다. 2021년 국내 개봉한 '듄'은 전국 164만 명을 모았다. '듄친자'('듄에 미친 자'의 줄임말로 '듄' 팬덤을 일컬음)를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았지만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시기기도 했지만, 마니아 외의 관객층을 확장하지 못했다.

영화의 원작인 '듄'(프랭크 허버트作, 1965년 발간)은 서양에서는 SF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접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여기에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과 드니 빌뇌브 감독 특유의 느린 호흡 등은 영화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1편을 안 봤는데 2편을 본다? 쉬운 일이 아니다. '듄: 파트2'는 역대급 완성도로 '2020년대 반지의 제왕' 혹은 '제2의 스타워즈'로 칭송받고 있지만, '듄'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에겐 크게 와닿지 않은 호평일 수 있다.

그러나 아예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영화가 '듄' 시리즈다. 시네마의 위기, 극장의 몰락 시대에 찾아온 선물 같은 영화를 스크린으로 확인하길 추천한다.

단언컨대, '듄알못'인 당신도 '듄친자'가 될 수 있다.

◆ '스파이스'부터 '리산 알 가입'까지…이것만 알고 보면 된다

'듄' 시리즈의 줄거리가 복잡한 것은 아니다. 1편인 '듄'은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계략으로 몰락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이야기를 그렸고, 2편인 '듄: 파트2'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이 아라키스 프레멘의 전사로 거듭나고 메시아가 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

출발-입문-시련-귀환-각성-성장으로 이어지는 영웅 서사는 그리스 신화로 이미 익숙한 구성이며, 혼돈의 세상에 메시아(로 칭송받는 이)가 나타나 변화를 일으키는 플롯은 유구한 성경의 서사이기도 하다. 다만 프랭크 허버트의 방대한 SF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인 만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들이 있다.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은 먼 미래인 10191년이다. 미래 제국의 중심은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다. 여느 SF 영화에서 보던 '룩'(look)과는 완전히 다르다. 총천연색 우주의 이미지가 아니라 모노톤의 모래사막이 주요 무대다. 최첨단 우주선, 홀츠만 쉴드 등 기술력을 내세운 기계들이 등장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칼과 주먹으로 싸우기도 한다. "컴퓨터와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는 버틀레리안 지하드 운동(201 BG~108 BG)의 결과 반기계주의, 인간중심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듄'은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모래 언덕'을 뜻한다. 영화 속 주된 배경인 행성 아라키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아라키스는 모래 괴물이 만들어내는 신성한 환각물질 스파이스 멜란지가 생산되는 유일한 곳이다. 아라키스는 행성 전체가 사막으로 되어 있고, 이곳에는 원주민인 프레멘들이 살고 있다.

'스파이스 멜란지'는 우주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것 중 하나다. '듄2'의 오프닝은 "스파이스를 지배하면 모든 것을 지배한다"라는 글귀로 시작된다. 중동의 석유와 비유할 수 있는 스파이스는 삶의 원천이고, 권력이자 부다. 또한 초광속 성간 여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스파이스 쟁탈전이 벌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재료가 지닌 특별한 특성 때문이다. 사람의 노화를 막고 수명을 수백 년 단위로 연장시켜준다. 또한 일정량 이상을 섭취할 경우 예지 능력도 가질 수 있다. 프레멘들은 일평생 스파이스를 접하며 살았기 때문에 모두 스파이스에 중독된 상태다. 그래서 대부분 눈동자가 푸른색이다.

아라키스에는 고유의 생명체인 모래 괴물이 있다. '샤이 훌루드'는 대형 모래벌레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프레멘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며 신의 사자로 추앙받는다. 스파이스는 모래벌레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모래벌레는 바람에 의한 모래 진동으로 부를 수 있으며 프레멘들은 탈것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영화 중반 폴이 샤이 훌루드를 불러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은 엄청난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베네 게세리트는 여성이 주축이 된 우주의 주요 세력이자 초능력자 집단이다.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프레멘에게 그들을 구원하고 사막 행성을 녹색으로 바꿔줄 '리산 알 가입'(메시아)에 대한 예언을 퍼뜨린다. 목소리라는 일종의 암시 능력을 가진 베네 게세리트는 상대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잉태하는 자식의 성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베네 게세리트인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대모 모히암(샬롯 램플링)으로부터 딸을 낳으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남편인 레토(오스카 아이삭)가 아들을 원해 폴(티모시 샬라메)을 낳았다.

'퀴사츠 해더락'은 남성 베네 게세리트로 시공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모히암은 레토의 딸과 하코넨의 후계자 사이에서 태어날 아들에게 퀴사츠 해더락의 운명을 부여하려고 했으나 제시카의 불복종으로 폴이 퀴사츠 해더락의 운명을 타고난다.

폴은 프레멘 부족들로부터 '우슬', '무앗딧', '리산 알 가입'으로 불린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될 리산 알 가입은 '외부 세계의 목소리'라는 뜻으로 프레멘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메시아'를 지칭한다. 폴은 우슬('뿌리'라는 뜻으로 프레멘이 폴에게 부여한 이름), 무앗딥(폴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이름으로 사막 쥐를 지칭하며 '길을 가리키는 자'라는 뜻도 가졌다)을 거쳐 '리산 알 가입'으로 추앙받기에 이른다.

◆ 전형적인 영웅 서사?…"영웅은 인류에게 재앙이다"

'듄' 시리즈가 그린 미래는 그리 진화한 세상이 아니다. 정치와 종교 면에서 특히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8천 년 후의 미래임에도 황제가 권력을 쥐고 있으며 그 휘하의 가문들이 행성을 영지로 두고 다스리는 봉건제다. 스파이스를 둘러싼 권력 쟁탈전은 힘의 논리로 식민지 사냥에 나섰던 20세기 초반 서구 열강의 알력 싸움과 흡사한 모습이다. 예언과 운명으로 점철된 '듄'의 세계에선 '개척'과 '타계'도 먼 이야기다. 저항과 전복의 과정이 나오지만 끝내 운명의 순응으로 점철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서사가 매력적인 것은 담고 있는 철학과 사유의 깊이 때문이다. 유한한 자원이 유발하는 전쟁, 종교와 정치의 결탁, 기계와 인간의 대립 등 예나 지금이나 논쟁적이며, 정답에 이르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 무려 60년 전에 쓰인 소설 속 이야기가 지금에도 소구력 있는 이유다.

프랭크 허버트는 소설을 통해 인류의 삶과 철학, 종교의 특성과 폐해, 영웅의 딜레마와 집단지성의 힘을 담아내고자 했다.

영화 '듄' 시리즈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는 "영웅은 인류에게 재앙이다"라고 말한 원작자의 집필 의도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원작은 강력한 리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듄2'은 한 젊은 청년이 유전적인 모습을 버리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유를 찾고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듄: 파트2'를 요약했다.

그의 말대로 '듄: 파트2'에서는 프레멘 종족의 전사이자 메시아로 거듭나는 폴의 여정과 함께 맹신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프레멘들은 베네 게세리트로부터 주입된 메시아의 등장에 경도되고 폴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다짐한다.

특히 프레멘의 근본주의자인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는 강인하고 지혜로운 수장이지만 리산 알 가입을 맹목적으로 추앙한다. 사막에서 자신들만의 생존법으로 살아남은 프레멘 종족이 낙원에 대한 신기루에 취해 맹목적인 믿음과 그릇된 신념에 빠지는 모습은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폴은 퀴사츠 해더락의 능력으로 자신이 마주할 미래를 본다. 그 미래는 번영과 환희가 아니라 전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세상이다. 챠니(젠데이야)와의 사랑도 순탄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프레멘 종족의 리더가 되는 숙명을 계속해서 거부해 왔으나 끝내 받아들인다.

'듄'은 한 명의 리더가 세상을 바꾸는 영웅 신화와는 거리를 두고자 한다. 이 작품은 필연적으로 실패의 서사다. '파트2'는 이를 예고하듯 프레멘 전사로 성장해 나가는 폴의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내면 속 혼란도 다룬다.

세계관의 입문에 가까웠던 1편과 달리 2편은 종교와 정치, 철학에 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확장했다. 이후 만들어질 3편은 소설 '듄'의 두 번째 이야기인 '듄의 메시아'(1969)를 바탕으로 폴과 대가문들의 전쟁 그리고 그의 몰락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프랭크 허버트의 반영웅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원작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짧게 등장한 폴의 동생 알리아(안야 테일러 조이)도 본격 등장한다.

◆ 시네마는 끝났다?…극장의 존재 이유 증명한 '듄' 시리즈

'듄: 파트2'는 극장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다. 궁극적으로 영화라는 매체가 이야기와 시청각적 효과를 결합해 만든 '그럴듯한 거짓말'이라고 봤을 때 '듄'의 세계는 대형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 아래서 체험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광활한 모래 언덕 '듄'과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익충 '샤이 훌루드', 폴과 챠니의 드라마틱한 여정은 TV 화면과 모바일 액정이 온전히 품을 수 없는 스펙터클을 일으킨다. 특히 '듄' 시리즈처럼 영상미와 음악이 영화의 세계에 진입하고, 분위기에 빠져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작품의 경우 극장 관람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영화인들은 극장에서 안방(OTT)으로 '영화 보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듄' 시리즈는 '시네마의 건재'를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테마파크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마블의 히어로 무비와는 다른 노선의 영화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스타워즈' 시리즈와 같은 고전적인 대작의 부활이다. 방대한 이야기로 완성한 경이로운 신세계, 눈과 귀를 사로잡는 시청각 효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우아하고 장엄하다.

1편이 세계관의 세팅만으로도 관객을 열광시켰다면 '파트2'는 관객으로 하여금 세계로 발 딛고 체험하게 한다. 영화 내내 시각적 황홀경을 선사하는 황금빛 사막은 CG가 아닌 실존하는 공간이다. 아부다비의 루브알칼리 사막, 요르단의 와디럼 등에서 촬영됐다. CG 사용을 최소화한 드니 빌뇌브의 의도에 따라 장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그레이그 프레이저의 촬영은 '듄' 스펙터클의 출발점이다. 사막을 와이드한 풀샷으로 담아 공간의 광활함을 보여주고,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 대사와 맞먹는 위력을 보여준다. 물 한 모금 나지 않은 광활한 사막은 막막함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너른 엄마의 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에게 낯설고도 신비로운 공간인 사막이 프레이저의 촬영에 의해 '멋진 신세계'처럼 다가온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명암와 채도를 조절해 태양이 내리쬐는 붉은 사막, 스파이스가 흩날리는 황금빛 사막 등 때에 따라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반면 하코넨 가문의 본거지인 기에디 프라임 행성은 빛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삭막한 공간인 만큼 흑백 화면으로 연출해 기괴함을 더했다.

또 하나의 경이로움은 한스 짐머가 만든 OST에서 뿜어져 나온다. '글래디에이터',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 대작 영화의 마스터로 유명한 한스 짐머는 스페이스 오페라인 동시에 중세의 시대극 같은 '듄'의 신비함과 웅장함을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폴과 챠니가 사막에서 키스를 나눌때 흐르는 메인 테마곡 'A time of quite between the storms'은 관객을 실존의 세계로 안내하는 느낌마저 준다.

드니 빌뇌브는 그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한 것이 없다. 심지에서 영화에서 프레멘이 쓰는 언어 차콥사(Chakobsa)를 따로 만들었다. 이는 허구적 세계에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결과로 이어졌다.

'왕좌의 게임' 속 도트락어를 만들었던 언어학자 데이비드 피터슨과 제시 피터슨은 프랭크 허버트가 소설에서 쓴 프레멘 어휘들을 해부해 차콥사를 제작했다. 아랍어 기반에 히브리어와 산스크리트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로마어, 슬라브어를 조합해 인공어를 만들었고, 독자적인 문법 규칙을 가진 언어로까지 발전시켰다. 배우들은 이를 촬영 수 주 전부터 습득해 연기했다.

◆ 티모시 샬라메 X 젠데이야, '할리우드의 미래'로 꼽히는 두 스타의 매력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잡은 '듄: 파트2'는 스타 탄생의 전율도 느낄 수 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20대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와 젠데이야가 '듄'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두 스타의 성장을 지켜보는 쾌감도 있다.

티모시 샬레마와 젠데이야 모두 아역으로 출발해 할리우드를 이끄는 20대 배우의 기수가 됐다. 전형적인 미남, 미녀의 배우가 아닌 두 사람은 남다른 재능과 매력으로 대세의 자리에 올랐다.

2012년 인기 미드 '홈랜드'에서 부통령의 사고뭉치 아들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티모시 샬라메는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로 할리우드에 신고식을 치렀고, 2018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23살의 나이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천재' 소리를 들었던 샬라메는 반짝 스타에 그치지 않았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뷰티풀 보이', '헨리 5세', '프렌치 디스패치, '듄', '돈 룩 업', '본즈 앤 올', '웡카' 등 장르와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다작을 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천재 소년에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비견되는 것도 그 이유다.

큰 키에 마른 몸의 소유자인 티모시 샬라메는 외적으로 다소 왜소해 보이지만 작품 안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밝고 똑똑한 엄친아의 이미지가 있으면서 우울함과 퇴폐미도 있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기교가 화려하거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배우는 아니지만 신(Scene) 장악력이 놀라우며, 보는 사람을 가슴을 저미게 하는 감정 연기가 일품이다.

'듄' 시리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젊은 연기파 배우 이미지를 구축해 왔던 그에게 2억 달러에 육박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메인 롤은 도전이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거장 드니 빌뇌브와의 첫 작품인 데다 그의 야심이 투영된 대작이다. 이 작품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폴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배우 개인의 진화도 보여준다. '파트2' 후반부 프레멘을 결집시키는 연설은 호랑이의 포효를 연상케 한다.

13살에 디즈니 채널에서 데뷔한 젠데이야는 역시 독보적인 개성과 매력으로 할리우드의 '대세'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2017년 '위대한 쇼맨'에서 노래 실력과 춤 솜씨를 뽐내며 배우로서의 끼를 보여준 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의 MJ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젠데이야는 팬시한 이미지를 소비하며 셀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기력을 확장하는 노선을 걸었다. 2019년 드라마 '유포리아'로 에미상 최연소 여우주연상(24살)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했지만 흑백 영화 '맬컴과 마리'(2021년)에서의 연기 역시 눈부셨다. 행사 자리에서의 젠데이야와 영화 속 젠데이야의 간극이 놀라울 정도로 크다. 작품 안에서는 현실에 발딛고, 캐릭터의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고 집요하게 표현해낸다.

젠데이야는 캐스팅으로 영화에 승선한 티모시 샬라메, 오스틴 버틀러와 달리 '듄'의 배역을 오디션으로 따냈다. 여전히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1편의 출연 분량은 5분 남짓이었지만 2편에서는 폴의 서사만큼이나 흥미로운 서사로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듄2'의 엔딩을 샬라메가 아닌 젠데이야가 장식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영화는 챠니의 캐릭터를 원작보다 능동적으로 그리며 그녀의 활약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단순히 폴의 연인이자 그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의 위치에 두지 않고 프레멘 전사로서의 용맹함도 한껏 부각했다.

원작 소설 속 챠니의 운명은 다소 가혹한 면이 있지만 드니 빌뇌브의 영화 속 챠니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 엔딩에서 젠데이야의 표정은 운명에 맞서겠다는 챠니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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