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진짜 밀렸다…투헬 "다이어가 앞서 있다, 이유는"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김민재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에릭 다이어와 마티아스 더리흐트가 (주전 경쟁에서) 한 발 앞서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김민재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있다고 인정했다.
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5라운드에서 마인츠 05와 경기를 앞두고 센터백 주전 경쟁 상황에 대해 투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더리흐트를 선발로 내고 김민재를 벤치에서 대기시켰다. 주중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라치오와 16강 2차전 이후 2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투헬 감독은 라치오와 경기를 앞두고 김민재를 선발에서 제외한 결정에 대해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라이프치히와 경기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래서 이 두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기로 했다"며 "김민재를 벤치에 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경기력과 아무 상관 없다. 우린 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5일 다이어가 선발 출전한 라이프치히 RB와 경기에서 2-1로 이겼지만 다이어를 대신해 김민재가 나선 프라이부르크와 직전 경기에선 2-2로 비겼다.
투헬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즌 우리가 겪은 문제는 같은 포백으로 뛸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린 항상 팀으로 잘 대처해 왔다. 최근 우리는 우리 기준에 비해 너무 많은 골을 내줬다. 우린 전반적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단순한 수비가 아니라 팀 접근 방식이다. 우린 치로 임모빌레를 알고 있다. 1차전에선 그를 오랫동안 잘 컨트롤했다. 우린 개인적인 실수 때문에 리듬을 잃었다. 라치오가 역습으로 플레이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우린 공격할 때 점유율과 좋은 수비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90분 동안 최고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경기를 하루 앞둔 5일 "김민재가 라치오전을 앞두고 열린 최종 훈련에서 A그룹에 들지 못했다. 김민재는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것이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김민재 대신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 리흐트로 중앙 수비 라인을 정했다"고 알렸다.
뮌헨 소식을 다루는 ‘바이에른스트라이크스’은 더 나아가 "투헬 감독이 다이어를 신뢰하고 있다. 지금까지 활약에 만족하고 있다. 2023-24시즌이 끝날 때까지 바이에른 뮌헨 선발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치오와 경기에서 다이어와 더 리흐트를 축으로 수비 라인을 꾸린 투헬 감독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슈팅 24개를 시도하는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3-0 완승을 거뒀다. 바이에른 뮌헨이 무려 8경기 만에 거둔 무실점 승리다.
축구 통계업체는 더리흐트를 평점 8.1점으로 호평했고 다이어 역시 평점 7.2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날 경기에서도 투헬 감독의 선택은 같았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 대해 "김민재에겐 정말 어려운 시간이다. 지금도 충분히 뛸 자격이 있고,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이럴 때도 있다"며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앞서 두 번의 홈경기를 치러봤다. 그래서 조합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이어는 매우 명확한 플레이와 말을 한다. 수비진을 잘 조직하는 능력이 있어 더 리흐트와 관계가 좋다. 아무래도 그들이 한 발 앞서 있다"라고 김민재의 입지 하락을 인정했다.
신뢰를 받아선지 다이어는 내용과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마인츠를 상대로 파이터형도 가능한 센터백이라는 걸 보여줬다. 라치오전만 하더라도 수비수치고 이례적인 경합 0회를 남겼는데 마인츠전은 달랐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지상 경합 성공률 100%(4/4)과 공중 경합 성공률 100%(1/1)를 자랑했다.
그밖에도 92%의 패스 성공률(46/50), 클리어링 3회, 리커버리 6회, 롱패스 성공 5회 등으로 공수 활약이 좋았다. 이를 바탕으로 풋몹은 7.4점의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소파 스코어'는 7.2점,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같은 평가로 호평했다.
김민재를 쌍심지 켜고 바라봤던 독일 언론의 평가도 다이어에게는 후하다. 독일의 평점은 1~5점까지 낮을 수록 수훈 선수로 판단한다. 그동안 김민재가 전 지역을 커버하며 몸을 혹사시킬 때도 1~2점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다이어는 '빌트'로부터 라치오전과 마인츠전 모두 2점으로 꽤나 큰 칭찬을 들었다. 1~5점까지 낮을 수록 수훈 선수에 가까운 독일 평점에서 2점은 꽤나 큰 호평이다. 그동안 김민재가 전 지역을 커버하며 몸을 혹사시킬 때도 좀처럼 받지 못하던 평가다.
바이에른 뮌헨도 김민재만 빼고 다 좋다. 마인츠에 무려 8골을 터뜨리면서 공격진도 신을 냈다. 경기 시작 13분 만에 첫 골을 뽑아냈다. 르로이 자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고, 문전으로 땅볼 패스를 건넸다. 이를 해리 케인이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대승의 신호탄을 쏘았다.
추가 득점도 빠르게 이어졌다. 고작 6분 뒤 오른쪽에서 짧게 코너킥을 연결한 바이에른 뮌헨은 조슈아 키미히가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번에도 케인이 머리를 갖다댄 볼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레온 고레츠카가 허벅지로 밀어넣었다. 단숨에 2-0으로 승기를 잡았다.
마인츠도 전반 31분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코털만 건드린 꼴이 됐다. 전반 추가시간 7분까지 케인이 골을 넣으면서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시작부터 소나기 득점을 이어나갔다. 후반 2분 무시알라가 수비를 따돌리고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를 뮐러가 쇄도해 마무리했다. 어느덧 4-1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격차를 계속 벌렸다. 후반 16분 케인이 공격 방향을 바꾸는 패스를 보여줬고, 이를 받은 무시알라가 차분하게 5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21분에도 고레츠카의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감각적인 힐킥으로 6-1을 만들었다.
4분 뒤 케인이 기어코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코너킥에서 다이어의 헤더가 골키퍼에 막혀 나오자 케인이 재차 머리를 들이밀어 골망을 흔들었다. 처음에는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과 문제 없는 골이었다. 케인이 해트트릭으로 분데스리가 첫 시즌에 30골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7-1이 되어서야 김민재가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후반 30분 다이어의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김민재가 들어갔다. 김민재는 후반 45분 마인츠의 크로스 시도를 제공권 경합으로 이겨내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주전 경쟁의 흐름을 바꿀 만한 장면은 많지 않았다.
김민재는 다이어를 대신해 후반 30분 교체 투입됐다. 인터셉트 1회, 클리어링 1회, 리커버리 2회, 공중볼 경합 승리 1회 등으로 군더더기 없는 활약을 펼쳤다. 다만 다이어의 체력 안배를 위한 출전이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나폴리를 떠나 뮌헨에 입단했다. 나폴리에서의 엄청난 활약 덕분이었다. 김민재는 나폴리 유니폼을 입고 모든 대회 45경기에 출전해 2골과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기도 했다. 나폴리는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33년 만의 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반면 김민재를 밀어낸 다이어는 최근까지 토트넘 최악의 수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아쉬운 순발력과 위치 선정, 잦은 실수를 바탕으로 실점의 빌미를 자주 제공했다. 토트넘은 결국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8위에 머무르며 유럽클럽대항전 티켓조차 획득하지 못했다.
이후 토트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했다. 곧바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볼프스부르크에서 활약하던 센터백 미키 반 더 벤을 영입했다. 자연스레 다이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주전 센터백들의 연이은 부상이 발생하자, 다이어는 잠시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토트넘에 다이어의 자리는 없었다.
그런데 독일 최강팀인 뮌헨이 다이어를 데려간 것이다. 다이어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임대 신분이며, 그 사이 3경기 선발 출전을 달성한다면 1년 계약 연장이 확정된다. 그런데 투헬 감독은 다이어를 적극 기용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에서 보여주던 불안한 모습이 있었음에도 다이어의 출전은 계속됐고, 결국 다이어는 내년 여름까지 뮌헨에 몸담게 됐다. 그리고 이날 김민재를 밀어냈다.
하지만 영국 디애슬래틱은 새로운 감독이 온다면 김민재가 안전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재는 견고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그가 갖고 있는 잠재력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의 입지를 안전한게 만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디애슬래틱은 "나폴리에서 김민재를 지도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는 지난해 그를 '세계 최고 센터백'이라고 불럿다. 로즈 슈미트 전 베이징 궈안 감독은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며 "김민재는 금요일 프라이부르크와 경기에서 루카스 횔러가 후반 늦은 시간 동점골을 넣은 것을 지켜봤다. 개인 실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것은 3부리그 사르부클켄전 1-2 패배와 하이덴하임전 4-2 승리에서 나왔던 잘못된 패스만큼 나쁘지 않지만 (프라이부르크전 실수는) 선수단 전체를 사로잡은 무기력함을 어느정도 상징한다"고 감쌌다.
이어 "전투적인 플레이 스타일과 박스 안에서 적극적인 존재감으로 영입된 김민재는 끊임 없이 변화하는 포백 라인에 어떠한 권위도 발휘할 수 없었다"며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이 겪은 여러 문제를 생각하면 그에게 너무 많은 비난을 퍼부어선 안 된다. 바이에른 뮌헨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5-1로 꺾은 경기에서 단 한 골만 내줬는데 이때 투헬 감독은 마르자위, 다욧 우파메카노, 김민재, 데이비스 등 자신이 선호하는 수비진을 내세웠고 김민재는 위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민재는 주력과 좋은 포지셔닝을 갖고 있으며 키도 크다. 또 중원까지 공을 잘 운반하고 패스는 엘리트 수준이며 가로채기 비율(90분 당 2.18개)는 상위 5대리그 선수 중 99번째 백분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리더십과 압박 속에서 침착함과 같은 다른 방어적인 자질은 측정하기 어렵다. 이 관련성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상황이 더 안정될 그의 두 번째 시즌에 더 높아질 것"이라며 "김민재는 차기 감독 밑에서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좋은 시즌을 보낸 가장 근접한 수비수 중 한 명이며 이번 여름에 예상되는 큰 변화로부터 안전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21년 한지 플릭 감독이 떠난 이후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과 달리 김민재는 구단이 선수들에게 바라는 회복력을 정확히 구현하고 있다. 어쩌면 정상을 향한 그의 쉽지 않은 여정이 상황을 멀리 보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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