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대가 못 받자 동거남 잔혹 살해한 그 남자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관계 후 대금 90만원 주지 않자 격분해 살해 후 시신 훼손
(시사저널=정락인 객원기자)
남자들끼리 성을 사고파는 은밀한 거래가 빚은 비극이었다. 2016년 5월1일 오후 3시50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내 불도방조제 입구 근처 한 배수로에서 토막 난 남성의 하반신이 발견된다. 시신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이불에 싸인 채 마대에 담겨있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상반신을 찾기 위해 수색에 들어갔다. 섬 전역을 샅샅이 수색하던 경찰은 이틀 후인 5월3일 오후 하반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11km 떨어진 대부도 북단 방아머리선착장 인근에서 나머지 상반신 토막시신을 추가로 찾아냈다.
토막 난 남성 시신 대부도에서 발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긴급 부검을 의뢰해 사인이 외력에 의한 두부 손상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얼굴뼈에는 복합 골절, 갈비뼈에도 골절이 있었고, 오른팔과 오른쪽 폐에 예리한 흉기로 인한 손상도 관찰됐다.
특히 머리와 팔 등에는 5~6차례의 흉기 상흔이, 오른쪽 엉덩이에 깊이 5~6cm의 흉기 상흔이 각각 발견됐다. 시신에 있는 다수의 외상은 피해자가 숨지기 전에 범인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결과로 추정됐다. 또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것으로 볼 때 원한이 있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
시신의 특징은 오른손에는 은색 반지 3개가 끼워져 있었고, 왼쪽 위 어금니 1개는 금니였다. 혈액형은 A형이었고, 연령대는 40대로 추정됐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 확인에 집중했다. 손가락이 퉁퉁 부어 지문 채취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경찰은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했다. 손가락 표피를 벗겨내고 속 지문을 채취해 약품 처리한 후 원래 지문을 복구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인천에 거주하는 40세 최아무개씨였다. 실종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은 최씨의 가족과 접촉해 그가 5년 전부터 연락을 끊고 살았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최씨의 신원을 토대로 주거지 파악에 나섰으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부모 집으로 해놓은 데다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내 현 거주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경찰은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계좌내역 등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던 중 최씨의 선불폰에 있는 통화내역 가운데 그와 자주 통화한 대상자를 추려냈고, 이 중 최씨와 함께 살아온 조성호(30)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최씨의 주거지인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의 원룸 벽면에서는 비산(흩뿌려진) 혈흔이 발견됐고, 최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조씨를 긴급체포한 후 집중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성관계 대가를 주지 않고 성적 모욕을 하자 격분해서 죽였다"고 진술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이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천에서 태어난 조성호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와 2011년 서울의 한 전문학교를 졸업했다. 2013년 12월 의정부시의 한 상가건물 3층에 여자친구와 함께 애견카페를 차린다. 약 9개월 동안 잘 운영되다가 조씨의 여자친구가 거액의 돈을 훔쳐 달아났고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폐업한다.
조씨는 업종을 바꿔 대출 관련 일을 하다가 IPTV(인터넷 프로토콜 텔레비전) 성인 유료채널에 출연하는 여배우를 모집하거나 관리하는 매니저로 일했다. 직접 성인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주인공 남성과 내연관계에 있는 여성의 남편 역을 맡았다. 시신을 유기한 대부도 역시 영화 촬영차 갔던 장소였다.
2016년 1월 조성호는 인천 소재 모텔에 취업해 카운터와 모텔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며칠 후 최씨도 같은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 달 후 근무 태만 등으로 모텔에서 쫓겨났고,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다.
최씨는 인천시 연수구에 원룸을 구해 임대차계약은 최씨 명의로 하고, 공과금 지급은 조성호 명의로 하면서 동거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쫓겨날 처지 되자 범행 준비
어느 날 최씨는 조씨에게 "나와 성관계하면 90만원을 주겠다"는 은밀한 제안을 한다. 당시 3000만원 정도의 빚이 있던 조씨는 제안을 수락하고 동성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약속과는 달리 최씨는 돈을 주지 않았다.
조성호는 최씨에게 계속 "지난번에 준다고 했던 돈은 언제 주느냐"며 성관계 대가를 요구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급기야 조씨가 돈을 달라고 하자 최씨는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최씨에게 돈을 받지도 못하고 쫓겨나게 될 처지가 된 조성호는 최씨에게 앙심을 품고 죽이기로 결심한다. 4월1일 조씨는 마트에서 식칼을 구입해 원룸에 보관하며 기회를 엿본다. 4월12일 저녁 조씨는 취업해 일하던 공장에서 망치를 들고 나와 원룸 냉장고 뒤에 숨겨 놓았다. 다음 날 오전 1시쯤 최씨는 침대에 누워있었고, 이때 조씨가 집 안에 들어왔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최씨는 "언제 집에서 나갈 거냐"며 또 한번 독촉한다. 조씨도 "왜 약속한 돈을 주지 않느냐, 돈을 주면 나가겠다"고 맞받아쳤다. 최씨는 조씨에게 "몸 파는 놈" 등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폭발한 조씨는 숨겨둔 망치를 꺼냈다. 최씨가 다가오려는 행동을 취하자 발로 걷어찼고, 침대에 걸터앉은 최씨의 머리 부위를 망치로 6~7차례 가격했다. 최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이불째 화장실로 옮긴 후 이번에는 흉기로 복부와 가슴 등을 찔러 살해했다.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장기는 떼어내 일회용 비닐봉투 5개에 나누어 담고 4월20일까지 순차적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집 근처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조성호는 최씨의 시신을 한동안 화장실에 방치했다. 그러면서 시신이 있는 상태로 샤워를 하고 방에서는 영화를 감상하며 사이코패스 같은 행태를 보인다.
범행 12일 후인 4월25일 조씨는 집 안에 방치해 뒀던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토막 낸 후 각각 다른 마대에 담았다. 26일 밤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27일 새벽까지 대부도 일대 2곳에 토막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티즌, 신상 샅샅이 털어 공개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조씨의 심리를 분석했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성향을 조사한 결과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낮으나 정상적인 지능 수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씨가 동성애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조성호의 신상을 샅샅이 털어 공개했다. 조씨는 최씨를 살해한 후에도 태연하게 SNS에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10년치 인생계획을 세워 자랑하듯 게시했으며, 또 다른 날에는 "내 기도 내 꿈 내 의지 내 모든 것 이루어낸다. 꼭 이루어낸다" 등 의지를 다지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의 수입과 지출 규모를 계산하고는 "이런 식이면 10년 3억 가능하겠구만"이라며 미래를 구상하기도 했다.
조씨는 살인과 사체훼손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범행이 잔혹하고 무참히 훼손한 사체 옆에서 10여 일간 생활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피해자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나 범행에 고의성이 있어 우리 사회로부터 일생 격리하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여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처음부터 시신을 유기하려 한 의도가 없었다는 점과 앞으로 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조씨는 경제적 곤궁으로 피해자의 집에 얹혀살다가 금전을 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동성애 상대가 됐다"며 "이후 쫓겨날 처지가 되자 이에 대한 분노감이 일시에 분출된 것으로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상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조씨는 범죄 전력이 없고 가족과 지인도 조씨를 교화할 것을 강하게 다짐하고 있다"며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검거 1시간 만에 신상공개 결정 논란
경찰, 흉악범 신상공개 체크리스트 마련 계기
인천 동거남 토막살인은 흉악범 신상공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조성호를 검거한 후 불과 1시간 만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는 이유로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다.
이틀 후에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선 조씨의 실명과 얼굴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개를 결정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네티즌들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조씨의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조씨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파헤쳐졌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가족과 옛 여자친구, 지인 등이 드러나면서 2차 피해 논란을 야기했다.
경찰의 흉악범에 대한 신상공개는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에는 근거 법령이 없어 경찰은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사가 모자이크 없이 얼굴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논란이 됐다.
다음 해인 2010년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수사기관에 따라 결정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자 경찰은 약 한 달 후에 강력범죄 피의자 가운데 흉악범 등 신상공개 대상을 정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했다. 또한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는 구속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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