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투자상품 들겠나” 예금 아니면 코인…양극단으로 쏠리는 돈[머니뭐니]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정기예금 1억원이 만기된 직장인 J씨는 코인 불장에 들어가 순식간에 1100만원의 수익을 봤다. J씨는 “평소같으면 은행에 가서 투자상품을 알아봤겠지만 은행상품이 수익률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정성에도 믿음이 안 간다”며 “지금으로선 차라리 코인에 더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자금이 예금 또는 코인, 양 극단으로 쏠리고 있다. 수년째 은행의 연이은 투자상품 대규모 손실사태가 불거지며 중위험 투자상품이 실종하는 등 자금이 ‘모(투자 위험 큰 코인) 아니면 도(안전한 예금)’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가상자산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양극 현상이 지속될 거란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86조2501억원으로 전월 대비 23조6316억원이나 증가했다.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전월보다 23조5536억원 늘어난 614조26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잔액이 한달새 급증한 건 청년희망계좌 등 각종 적금의 만기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또 계절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연초 새해 재무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예금에 머무르고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향후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나마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예금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금리 인하 개시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막차타기’를 위한 행렬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현지시간)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이 더 들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가 그 확신을 갖게 되면, 그리고 우리는 그 지점에서 멀지 않았는데, 긴축 강도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의 “그 지점에서 멀지 않았다”는 발언에 주목하면서 6월 금리 인하 개시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위험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여유자금이 몰리는 극단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투자 심리고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량은 오전 10시께 기준 15조1992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업비트의 24시 거래량은 12조3388억원에 달한다. 전일엔 2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40여일(4월 21일 예상) 앞으로 다가왔다”며 “현물 ETF 승인 이후 잠시 주춤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ETF 수요와 과거 반감기 이후 가격이 상승했던 경험을 토대로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강항 상승세가 나타나며 역사적 신고가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반감기란 블록체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이 되는 시간으로, 채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기를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등 과거부터 잇따라 터지고 있는 투자상품 손실사태가 이런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해에서 파는 투자상품은 어디에 투자되는지도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고,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현 상황에선 차라리 주식이나 코인 투자가 오히려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각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은행권의 투자상품 판매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같은 극단현상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고난이도 금융투자 상품 판매 규제 및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고객의 선택권을 위해서라도 고위험 상품을 완전시 못 팔게 하는 건 불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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