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OCI와 통합, 협상 대상 아냐... 미래 가치 높일 것”
정기주주총회 시즌인 3월 국내 제약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은 한미그룹이다. 지난 1월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와 ‘이종 결합’을 선언한 이후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어서다. 주총을 앞두고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등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고 (故)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송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지는 것은 지난 2020년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송 회장은 “‘만약 돌아가신 임성기 회장이 이번 결정을 내렸으면 자녀들이 반발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며 “어떻게 보면 자식들이 나를 단순히 엄마로만 생각했지, 아버지와 함께 한미약품을 50년간 약국에서부터 여기까지 이끌어온 동료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자식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어도 부모자식간에는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OCI와의 통합 결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임성기 전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은 어머니인 송 회장과 누이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한 OCI홀딩스와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두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위해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증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등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형제측이 OCI와의 통합에 대해 계약 이전에 알지 못했으며, 이 외의 다른 방안을 사전에 논의하지 못했다고 밝힌 데 대해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는 상장사다.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사회 멤버가 아닌 이상 미리 알릴 수 없다”며 “발표 후 차남에게는 설명을 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장남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두 형제측은 지난 1월 OCI와의 통합 결정 당시 양측이 경영권 분쟁 중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을 배제한 채 이뤄진 통합 결정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지난 10월에도 가족 행사가 있었고, 이후에도 두 아들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논의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송 회장은 ‘자격’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결혼 후 같이 한미 약품을 일으키고, 지금 한미사이언스 본사가 있는 이 자리도 땅을 볼 때부터 전 회장님과 동행했다”며 “모든 중요한 자리에 동행했기에 내 별명이 ‘송실장’ 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내홍이 깊어지면서 임종윤 사장 측이 “선대 고 (故)임성기 회장 생전에는 경영에 일절 관여 없이 미술관 운영에만 몰두하시던 분께서 갑자기 경영 전면에 나서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주장한 것에 반박한 것이다.
송 회장은 지금까지의 결정에 가족들의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 회장께서 돌아가신 후 둘째 아들이 ‘어머니께서 회장 자리에 오르시라’고 가족들과 친인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최초로 제안했고, 가족과 한미 경영진 모두 찬성해서 그렇게 했다”며 “또 상속세 문제로 고민할 때 첫째 아들이 ‘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회사를 파는 것이고 한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고, 그래서 한미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것이 OCI와의 대등한 통합”이라고 했다.
그는 “OCI와의 통합은 신약개발을 위한 많은 도전들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서로를 지키면서 더 큰 발전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이고, 이종 산업 기업 간의 결합이어서 오히려 리스크가 훨씬 적다”고 했다.
두 형제 측이 본인들을 포함해 이사회 과반 구성인 6인을 상정해달라는 주주제안을 신청하면서 이달 말 주총에서는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측의 지분율이 비슷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로 지목되고 있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로 알려져 있다. 송 회장은 “신 회장님도 (OCI와의 통합 결정이) 한미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사흘 전에도 만날 만큼 교류가 잦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표 대결 승리를 자신했다.
개인주주들이 불안감을 표시하는데 대해 송 회장은 “한미는 창업주 가족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주주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 처럼 ‘한미의 길’을 믿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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