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의 혼동"…송영숙 한미회장, '아들의 반란' 입 열다[인터뷰]

송연주 기자 2024. 3.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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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발표 이후 언론과 첫 인터뷰
"OCI통합, 한미 지키는 최선의 길"
"주총 경영권 표 대결, 자신 있어"
"신동국 회장, 우군 돼줄 것 기대"
[서울=뉴시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OCI그룹 통합 관련 진행 사항 및 두 아들과의 경영권 분쟁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미약품그룹 제공) 2024.03.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가족 간 다툼에 승자가 있나요. 두 아들이 어머니를 존경하던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잠시 혼동은 있겠지만 우리 가족이 곧 봉합되리라 믿습니다."

OCI그룹과의 통합 계약 발표 후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갈등을 겪고 있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올 1월 통합 발표 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선 송 회장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두 아들이 가족 화합 방향으로 선택하길 기다린다"며 "한미약품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고, 소액주주와 3000명 넘는 임직원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제약산업을 리드했던 창업주(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3여년.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변화와 분쟁의 한 가운데 있다.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과 지분 맞교환 방식의 통합 계약을 주도한 모친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에 대해 장·차남이 반기를 들며 법적·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돼서다.

송 회장은 "가족 간 의견 차이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통합 발표 후 큰 아들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지만 라데팡스(사모펀드 운영사)를 통한 간접 소통이 이뤄지고 있고, 작은 아들과는 연락을 주고받는 등 '내 방식대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자식들에게 몇 가지 주문해, 상속세 문제가 정리되면 진행해주겠다고 약속한 게 있다"며 "자식들도 그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때 나도 모든 걸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한미 지키는 최선…임성기 회장 부탁 이행하는 것"

송 회장은 이번 통합이 한미약품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OCI그룹과의 통합은 'R&D 집중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창업주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 많았다. 이번 결정이 결국 임 전 회장의 뜻이고 한미의 방향이다. 임 회장이 부탁하고 간 일을 내가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 별세 후 가족에 부과된 상속세가 통합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그것만으로 통합 결정을 설명할 수 없다. 한미가 그저 한국에서만 최고인 로컬 회사로 남아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또는 해외 사모펀드나 일부 기업의 M&A 사냥감이 돼도 상관없다고 봤다면, 또는 내 개인적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주가의 2배 넘는 금액을 제시한 곳도 있었지만 거절했다는 게 송 회장의 설명이다. "이는 큰 아들의 말마따나 '한미를 팔아넘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펀드에 한미 지분을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미가 동아제약 지분을 취득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국내에서 동종 기업 간 통합이 극심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계기가 됐다. 송 회장은 "삼성 등 자본력이 큰 회사도 있으나 바이오제약 사업을 갖고 있어 우리와 상충됐다"며 "OCI는 평판과 자본력이 좋아 우리의 백기사가 될 수 있었다. 그 역시 우리를 필요로 해 거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어떠한 상황 변화 속에서도 경영권이 보장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고 했다. 송 회장은 "OCI그룹와의 계약서에 모두 명시됐다. 서로 존중하며 각자 경영하겠다는 원칙이 확고하며, 우리 한미 식구를 기 죽이게 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3자 배정 유증이 위법하다는 장남의 주장에 대해선 "경영권 분쟁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통합 결정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미공개 정보이므로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사회 소속이 아닌 사람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년 간 많은 R&D 인력이 퇴사하며 신약 개발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송 회장은 "다음 세대를 위한 세대교체"라며 "유능한 직원이 올라가려면 물갈이 돼야 한다. 젊은 인력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표 대결, 자신있다"…"신동국 회장도 우군 돼 줄 것"

이달 주총에서 이뤄질 경영권 표 대결에 대해선 자신감을 표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경영 복귀하겠다고 밝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 표대결이 예고된다.

송 회장은 "표 대결에 자신있다"며 "(키맨으로 거론되는) 신동국 회장과도 자주 소통한다. 확답은 못하겠으나 우군이 돼 줄 거란 느낌이 든다. 신 회장은 30년 전부터 가족처럼 지낸 사람이고 한미약품이 잘 되길 바란다. 든든한 응원군(OCI)이 있으면 힘이 실리는데 마다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주주도 날 믿고 따라와야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명심해줬음 한다"며 "만일 OCI와의 거래가 깨진다면 회사 주식은 반토막 날 것이다. 한미는 창업주 가족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다. 세계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이 돼야 한다는 주주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으며 이번 통합은 그 길을 여는 첫 번째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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