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주도 경기부진 완화에도 ‘소비·투자’는 부진”···물가도 불안
"내수 둔화 지속 중에도 수출증가···무역수지 흑자 확대"
“고금리에 소매 판매·상품 소비 감소···서비스소비 정체"
건설투자 둔화 흐름도 지속···.금융사 PF리스크 관리 강화
지정학적 요인·오펙 플러스 감산 연장···물가도 불안 요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한국 경제가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은 지속하고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에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 완화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10일 발표한 ‘2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교역 부진이 완화되면서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또 제조업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가운데 심리지수도 상승세를 지속해 제조업 회복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돼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은 지속되고 서비스업생산도 숙박 및 음식점업 중심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KDI는 내수 둔화가 지속되지만 수출 증가가 경기둔화 부진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2월 수출의 경우 조업일수 감소로 전월(18.0%)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4.8% 증가를 기록했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5.7%)보다 높은 12.5% 증가를 기록했다. 일평균 기준으로 자동차(11.7%→-1.1%)가 생산시설 정비 등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했지만 반도체(40.0%→78.9%)가 급증한 가운데 이를 제외한 품목도 완만한 증가세를 지속했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중국(4.0%→4.8%)이 반도체 회복에 기인해 증가세를 유지했고 미국(13.8%→17.0%)도 견고한 회복세가 지속됐다. 반면, 수입(-7.9%→-13.1%)은 에너지자원(원유, 석유제품, 가스, 석탄)의 가격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42억 9000만 달러)은 전년동월(-53.8억 달러)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
KDI는 광공업생산도 반도체(44.1%), 자동차(13.2%)의 증가에 따라 6.1%에서 12.9%로 증가세가 유지됐다고 봤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봐도 광공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5.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조업은 생산과 출하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재고는 감소하는 등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유지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산은 6.6%에서 13.7%로 확대됐고, 출하 역시 4.2%에서 9.6%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서비스업 생산이 미약한 증가세에 그치고 소매판매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내수 경기는 여전히 부진했다. 기업심리지수를 보더라도 비제조업의 업황BSI 전망 지수는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제조업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가계 및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공급 여건 악화로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의 물가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내수 경기 위험요인은 상존했다.
상품소비는 특히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지난해와 올해 설날이 1월과 2월로 각각 상이하면서 조업일수와 밀접한 국내승용차(10.0%)는 대폭 증가했으나 설 명절과 밀접한 음식료품(-18.5%)은 대폭 감소하면서 전체 소매판매(-0.6%→-3.4%)의 감소폭은 확대됐다. 설 명절 요인을 배제한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승용차(-16.2%) 등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해 고금리 지속이 상품소비를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비스 소비는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0.2%)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서비스소비가 정체됐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1.6)과 유사한 101.9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고금리 기조에 따라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1월 설비투자(-5.8%→4.1%)는 기저효과, 조업일수 확대 등 일시적 요인으로 증가하였으나, 전월대비로는 감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이 지속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 기계류(-3.4%)와 운송장비(-12.4%) 모두 감소했고, 국내기계수주와 기계류 수입이 감소하는 등 선행지표도 부진했다. 국내기계수주(-2.7%)는 기계류(-17.7%)를 중심으로 감소했으며, 2월 기계류 수입액(-9.2%)도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설기성 역시 선행지표의 부진을 감안하면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1월 건설기성(불변)은 조업일수가 증가하고 공사 마무리 작업이 집중되면서 단기적으로 17.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공사종료를 앞둔 현장을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건설기성의 증가세는 조정될 것으로 봤다. 건설수주(-53.6%)는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금융사의 PF 리스크관리도 강화되면서 민간부문(-62.4%)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물가도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월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중심으로 전월(2.8%)보다 높은 3.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15.4%→20.9%)의 높은 상승세는 소비자물가 상승폭 확대의 주요인(기여도 0.59%포인트→0.80%포인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세로 석유류(-5.0%→-1.5%)의 감소폭이 축소됐고,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연장 등으로 향후 물가상승세 둔화를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KDI는 근원물가 상승률(2.5%)이 전월과 유사한 가운데 변동성이 낮은 서비스물가(2.6%→2.5%)의 상승폭은 축소되는 등 물가상승세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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