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 회장 "내가 곧 임성기…아들들, 믿고 따라와야"
OCI 통합 반발 아들들에 "승복 시 상속세 내줄 수도"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제 생각이 곧 임성기 선대 회장님 생각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식들끼리 의견은 상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은 이런 일이 성립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송영숙(76) 한미약품 그룹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빌딩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주도한 한미 그룹과 OCI 그룹 통합에 반기를 든 아들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자신이 2020년 8월 타계한 남편 임성기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 그룹을 사실상 만들어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12일 통합 발표 이후 언론과 공개석상에서 처음 대면한 송 회장은 먼저 "가족 간의 의견 차이로 물의를 일으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두 아들을 향해 "아버지가 떠나고 얼마 되지 않을 때라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여러 가지가 어렵겠지만 나를 믿고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길게 가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남편이 타계한 날이 자신의 생일이었고 그날 손자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휴대전화에 저장해 때때로 읽고 있다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남편 사후 갑자기 그룹 회장직을 맡은 경영 문외한으로 치부하려는 시각에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숙명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사진가로 활동했던 송 회장은 임성기 회장 생전에는 2017년 한미약품 고문을 맡은 것 외에는 가현문화재단 이사장과 한미사진미술관장을 역임하는 등 경영적으로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송 회장은 이에 대해 "한미약품 탄생 전 약국을 운영할 때부터 자동차로 부식 실어 나르고 약사들 밥 먹여 가며 회장님(남편)과 함께한 사이"이며 "한미약품 빌딩이 서 있는 이 자리도 터를 볼 때부터 동행하는 등 회장님이 모든 것을 저와 같이 상의했다"고 강조했다.
북경한미약품을 세워 중국에 진출할 때도 대지 마련부터 고(故) 임성기 회장과 함께했고, 남편은 이런 자신을 밖에서는 '송 실장'이라고 불렀다며 사실상 회장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송 회장은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자신에 대해 "창업주인 남편을 옆에서 반 이상 거들고 같이 여기까지 온 사람", "창업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 "반(半)창업주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초 임 회장 타계 이후 자신이 곧바로 회장에 취임한 것도 둘째 아들의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 역량과 관련해서는 "(회장을 맡은) 3년 동안 회사가 50년 역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으면 그걸로 말한 것이지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실제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천479억원의 매출과 1천2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4천909억 원과 2천20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와 39.6% 증가했다.
송 회장은 임 회장 사망 후 가족에게 부과된 5천4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OCI와 통합의 계기가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R&D(연구개발) 집중 신약 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 중 OCI그룹과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남편은 남은 수명을 은행 잔고에 빗대 '잔고가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됐다"며 "한미약품 고유의 정서를 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울타리가 되고 있다가 떠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상속세로 인한 위험은 모두 사라진다며 통합 결정 승복을 전제로 "자식들 것(상속세)까지 내가 다 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결국 한미 주식 지분을 많이 가진 아들들이 한미약품 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송 회장은 아들들을 가리켜 "여기 주식이 많이 있지 않나. 왜 그 주식을 남겨뒀을지를 이해해 달라"며 "내가 하는 동안은 아니지만, 그들이 한미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데 운영해야 하지 않겠나. 나중에 다른 일은 없다. 잠깐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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