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 전쟁 첫해 ‘러시아 핵 공격’ 심각하게 대비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해인 2022년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당시 조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열세에 몰리면서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소형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여러 차례 국가안정보장회의(NSC)를 소집, 러시아가 핵공격을 준비하고 있거나 실제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을 ‘가설’ 수준이 아니라 꽤 구체적인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는 애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에 직면, 유일한 점령지였던 남부 헤르손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여기에 당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서 이른바 ‘더티밤(Dirty Bomb)’, 즉 방사능 폭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역시 우려를 키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더티밤을 사용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거짓 선전’이라고 판단했으나, 러시아의 그와 같은 주장이 추후 핵 공격을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당국자들이 핵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몇몇 서방 정보 당국의 첩보까지 입수되며 우려가 커졌다.
당시 미국 정부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에게 연락해 미국의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국장을 당시 튀르키예에 있던 세르게이 나리쉬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만나도록 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중국, 인도 등 러시아와 가까운 국가의 정상들에도 이같은 우려를 전하며 러시아의 핵 공격을 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중국과 인도 등이 우려를 표한 것이 러시아의 판단에 일부나마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CNN에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러시아의 핵 공격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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