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어요"...'63년 역사' 타이베이 한국학교의 위기
[앵커]
전 세계에 있는 한국학교는 차세대 동포들에게 한인 정체성을 심어주고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중요한 교육기관인데요.
6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완 타이베이 한국학교가 최근 학생 숫자가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한인들도 힘을 모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타이완으로 가보겠습니다.
[기자]
고사리 같은 손을 가슴에 얹고,
힘차게 애국가도 불러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타이베이 한국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올해는 유치원생 한 명과 초등학생 아홉 명이 학교에 새로 들어왔습니다.
[심유하/ 타이베이 한국학교 1학년 : (이번에 한국학교 입학하니까 기분이 어때요?) 두근두근했어요.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 만나는 게 더 좋아요.]
[김다희/ 타이베이 한국학교 1학년 : 선생님 만나는 것도 좋고 한국말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좋아요.]
1961년에 설립된 타이베이 한국학교.
한국 교육부의 설립 승인을 받고 우리 교육과정을 그대로 잇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 비율이 전체의 80%에 이를 만큼 높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한국인 뿌리 일부를 잃지 않고,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기 바라는 마음에 한국학교를 찾습니다.
[애니/ 다문화 가정 학부모 : 한국인으로서 타이완에서 생활하려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 이해하는 게 중요해서 한국학교를 선택했어요.]
[박기범/ 학부모 : 한국 사람이라는 어떤 자긍심뿐만 아니라 제가 사실은 교육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서로 맞벌이를 하다 보니까 가정 내에서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요. 한국 학교로 진학을 시키게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학교 학생 숫자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생은 예년보다 25% 이상 줄었고, 전체 유치원생 규모도 60%까지 감소했습니다.
[정다해/ 타이베이 한국학교 교사 : 작년에 3학년 담임을 했는데, 그 아이들이 입학할 때만 해도 반 정원이 꽉 차서 대기 정도까지, 대기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올해 1학년 입학하는 학생은 10명도 채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또 지금 유치원 학생 수도 더 적고….]
이처럼 학생 규모가 줄어든 데에는 타이완의 저출생 기조가 한몫했습니다.
합계 출산율이 0.87명에 불과하다 보니 학생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한국학교에선 초등교육과정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학부모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실제로 유치원부터 한국학교에 다니다가, 고학년이 되면 현지 중학교 적응을 위해 전학을 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한국학교 졸업생은 두 명에 불과했습니다.
[임병옥/ 타이베이 한국학교 운영위원장 : 중학교가 없다 보니까 대부분이 초등학교 3~4학년까지는 다니다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서 (현지 학교로) 전학을 가는 그런 형태가 되고 있습니다.]
학생 규모는 점점 줄어드는데, 학교 운영을 위한 필수 지출은 그대로 나가다 보니 재정적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학교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한인 사회도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으는 등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심향순/ 타이베이 한국학교장 : 많은 분이 사실 도와주고 계세요. 개인 자격으로 도와주시는 분도 계시고, 회사 명의로 도와주시는 분도 계시고 또는 기관에서 도와주시는, 그런 기관도 있어요.]
[조정호/ 타이완 재향군인회장 : 당연히 여기에 사는 모든 한국 동포들은 한국학교에 관심이 굉장히 많죠. 학교를 위해서 기금을 갖다가 저희가 이제 학교 발전을 위해 모금하려고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타이완 한인들의 정체성을 지켜주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키워준 한국학교.
학교를 되살리기 위한 동포들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YTN 강호연 (jminlee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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