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0명중 8명 악성민원 받았는데..TF 만든다고 해결?
행정안전부가 악성민원으로 목숨을 끊은 경기 김포시 30대 9급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성민원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을 만들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대처를 못한 기관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지난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악성민원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061명 중 84%가 최근 5년 사이에 악성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악성민원의 후유증으로 △퇴근 후에도 당시의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을 상대하는데 두려움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10일 "자료는 빠르면 다음 주레 김포시 30대 공무원 사망 사건에 대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민원 제도 개선안이 나오는데 세부적인 내용은 실무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 민원 담당자 보호 관련 규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만 했다.
행안부는 현재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별도의 지침은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일 악성민원 대응 메뉴얼을 배포한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과 별개로 진행하고 있던 사안이다. 대신 악성민원 등에 대응하기 위해 행안부 내 유관부서들을 중심으로 내부 TF를 구성하고 인사혁신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주요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도 함께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TF는 주로 △민원인 위법행위의 주요 유형 △위법행위에 대한 법적 대응 현황 △반복 전화 등 민원응대 방식 △민원공무원에 대한 인센티브 현황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공직 사회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공무원은 "현재 폭언 피해 공무원에게 1시간 이내 휴게시간을 주는 지침이 있는데, 이것도 실제로 이행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TF팀에서 의미있는 대안이 나올 것이라 기대도 안 하지만 있는 것부터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게 중앙에서 감시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지난해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큰 이슈가 됐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며 "김포시 사태로 인해 부랴부랴 해결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TF를 구성해도 별 기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일단 TF 구성에는 긍정적이면서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악성민원인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신설하는 것으로 TF팀에서 이같은 논의가 진전돼 관련 법안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악성민원인 때문에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자치단체장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책임감있는 조치를 할 것"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김포시 공무원 사건에 대해 법률사무소 해별 임선아 변호사는 순직 인정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인사혁신처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공무원 직종별 자살 순직 현황'(2018년 10월~2023년 6월)에 따르면 일반공무원(소방·경찰·교육직을 제외한 직종)의 순직 인정 비율은 30.43%였다. 총 69명이 신청해 그중 21명만 순직으로 인정됐다.
임 변호사는 "최근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가 나왔음에도 순직이 인정된 서이초 사건과 이번 사안은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민원이 많았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기 때문에 형사 고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순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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