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자동차 시장 두고 엎치락뒤치락 ‘한·일전’ 치열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면담 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현대차그룹 제공

남미의 자동차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브라질에서 한·일 간판 완성차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치열한 판매 경쟁은 물론 현지 맞춤형 친환경 차 개발을 놓고도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10일 브라질자동차산업협회(ANFAVE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브라질에서 1만4237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 9.4%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4위에 올랐다.

이어 도요타가 1만3724대(시장 점유율 9.0%)를 팔아 5위를 차지했다.

같은 집계에서 1위는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3만846대·20.3%)로 나타났다. 이어 독일 폭스바겐(2만2329대·14.7%)과 미국 제너럴모터스(1만8917대·12.4%)가 2위와 3위를 각각 기록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2020년부터 브라질 판매 순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2020∼2021년 현대차가 4위를 달리며 도요타보다 순위에서 1∼2계단 앞섰고, 2022년과 지난해에는 도요타(4위)가 현대차(5위)를 눌렀다.

하지만 현대차가 새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1월에는 우위를 보였다.

양사는 브라질에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친환경 차 시장을 두고도 경쟁하고 있다.

현대차는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서 완성차 조립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 전략 차종인 소형 해치백 ‘HB20’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주로 생산한다.

HB20은 ‘현대 브라질 20’의 약자로,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석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에탄올 육성 정책을 펼쳐 온 브라질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사탕수수를 발효한 에탄올을 휘발유와 섞어 쓴다.

도요타도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브라질을 적극 공략 중이다.

2019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에탄올 연료를 결합한 준중형 세단 ‘코롤라’를 현지에 선보인 도요타는 2021년에는 같은 형태 연료를 사용하는 준중형 SUV ‘코롤라 크로스’를 내놨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 초점을 맞춰 브라질에 110억헤알(약 2조90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50억헤알(약 1조3000억원)은 2026년까지, 나머지 60억헤알(약 1조6000억원)은 2030년까지 투입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만나 “현대차 브라질 법인과 현지 협력업체 등이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분야, 미래 기술 등에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오닉5와 코나 일렉트릭 등 전기차도 올해 투입해 브라질 전동화 제품군 확대에 나선다.

기아 역시 전용 전기차 EV5를 올해 브라질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권재현 기자 janew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