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와 생산성 격차 확대…“경쟁력 위기" 경고 잇따라

방성훈 2024. 3. 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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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유럽에서 경제·산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유로존과 영국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매우 우려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유럽이 미국의 민간 또는 공공 부문 투자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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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유로존 생산성 1.2%↓…미국은 2.6% 상승
유럽 기업들, 우크라戰으로 재정지원 축소·에너지價↑
美는 자동화·유럽은 고용 집중…대응 차이도 주요 원인
"GDP 성장률 매년 美보다 1%p 낮아질 것” 우려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유럽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유럽에서 경제·산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성장률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해 4분기 생산성은 전년 동기대비 1.2%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생산성은 2.6% 상승했다. 특히 노동 생산성의 표준 척도인 근무 시간당 생산량은 2019년 이후 미국 비농업 부문에서 6%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유로존과 영국은 약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시간 동안 미국이 유럽보다 훨씬 더 많은 제품·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FT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유로존과 영국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추세를 매우 우려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유럽이 미국의 민간 또는 공공 부문 투자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성장률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생산성 연구소의 바트 반 아크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유럽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은 이전과 같은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EU 간 성장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악사의 길레스 뫼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로존 생산성이 계속해서 미국보다 뒤쳐진다면 GDP 성장률은 매년 1%포인트씩 낮아질 것”이라며 “유로존 생산성 정체가 너무 오랜 기간 계속돼 (우리가 모르는) 구조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생산성 상승은 녹색 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재정부양 정책, 대규모 재고용, 재택근무 중심의 신규 사업 형성이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으로 유로존 기업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대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유로존 기업들은 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조처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어려움도 겪고 있다.

문제는 유럽은 금융시장, 재정 정책 및 규제의 세분화 등로 미국보다 외부 압력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리스 중앙은행의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총재는 “유럽은 충격을 받았을 때 분열돼 있어 미국만큼 일관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 대응에서 차이를 보인 것도 생산성 격차가 커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아리안 커티스는 “미국 고용주들은 근로자가 부족할 때 더 빨리 자동화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유럽 고용주들은 근로자를 고용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생산성 저하가 유로존 기업들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로존 및 영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지난해 4분기 기술적 침체(2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졌다는 점은 이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ECB의 이사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EU 제조업체는 미국이나 중국 제조업체보다 더 높은 에너지 가격 및 더 큰 인력 문제에 직면해 경쟁력 위기에 처했다”며 “미국과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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