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9, 8, 7…’ 시범 운영 중인 피치클락, 제재 없어도 압박감은 있다
“10, 9, 8, 7, 6…”
지난 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시범경기에서는 관중석의 팬들이 일제히 숫자를 외쳤다.
마운드 위에 있던 투수에게는 적지 않은 압박감이 느껴질 상황이었다. 이날 KT의 7번째 투수로 나선 김영현은 관중석에서 나온 ‘카운트다운’을 적지 않게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KT 투수들 중 김영현을 포함해 3명이 경고를 받았다. 손동현은 심지어 두 차례나 경고를 받았다. 타자 중에서는 LG 박동원, KT 김민혁, 문상철 등이 경고를 받았다.
피치 클락은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투구 혹은 타격 준비 과정에 시간적 제한을 둔 규칙이다.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안에, 주자가 없을 때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투수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위반하더라도 특별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기 동안 시범 운영하며, 이후 후반기에 적용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현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범경기에서부터 피치 클락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라고 했다.
이어 “피치 클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지켜야된다는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다가 시간이 오버되는 건 어쩔수 없다. 그 이후에 또 수정하면 되는거고 최선을 다해서 있는 룰 안에서 경기를 하려고 준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팬들에게 양질의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리그의 발전과 선수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시범경기부터 이를 지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팀들도 있다. 평소 패턴에 맞지 않게 무리를 하다가 부상의 위험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우리는 스프링캠프에서 피치 클락 훈련을 하지 않았다”라며 “부상에 대해서도 조심해야한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KBO는 지난 7일 미디어 설명회에서 피치 클락에 대한 강제성을 크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리그에서 이에 대해 익숙해져야한다는 게 주된 목적이다. 당시 KBO측은 “선수가 인지하는 데에만 목적을 두고 제재나 적발하기 보다는 원활한 흐름 유지에 주안점을 둔다”라고 했다.
실제로 시범경기 한 경기를 해본 결과 경기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9일 열린 5개 경기 중 3시간을 넘긴 경기는 키움-두산(이천), KIA-NC(창원) 등 두 경기 밖에 없었다. 이천 경기에서는 양팀이 24안타를 주고 받았고 무려 20득점이 나왔다. 창원 경기에서도 두 팀이 뽑아낸 득점이 13점이었다. 이천 경기는 3시간 6분이 소요됐고 창원 경기는 3시간 3분 만에 끝났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0일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고 “어제 경기도 12-8로 끝난 경기인데 3시간 6분의 시간이 걸렸다. 굉장히 빨라지지 않았나. 팬들을 다시 모으려면 경기 시간도 줄여야된다는 것은 모든 야구인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관중들이 피치 클락 전광판을 보고 초를 세는 모습은 또 하나의 진풍경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승엽 감독은 “야구의 또 다른 새로운 재미”라고 바라봤다.
어느 때던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선수의 집중력이 가장 중요해졌다. 9일 KT전에서 선발 등판해 4이닝 8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친 LG 외인 투수 디드릭 엔스는 “팬들이 숫자를 세는 소리를 듣고 뭔가 있긴 하나보다라고 생각은 하긴 했다. 하지만 나는 팬들이 소리지르는 데 있는게 아니라 잘 던지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고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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