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이번엔 폐지되나…"교권 침해" vs "학생 자유"
서울시의회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학교 생활 안에서 보장 받아야 하는 권리를 적은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교권 침해의 빌미가 되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혜영 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70명이 발의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에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부칙 조항을 담아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하면서다.
결국 이날 안건은 본회의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서울시의회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76석)이 전체 의석수(112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관련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부터 시행됐지만 그간 폐지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가 대법원에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보수 시민단체가 위헌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가 2019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주민 청구로 발의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절차가 중단됐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는 인권옹호관과 학생인권센터 폐지도 포함돼 있는데 행정기구 설치에 관한 사항은 주민조례청구 대상이 아니라는게 교육계·시민단체의 의견이다.
현재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은 전국 17개 시·도 중 7곳(서울·경기·인천·전북·충남·광주·제주)이다.
이 중 충남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주민 청구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충남에서는 2020년 조례가 공포된지 불과 3년만에 폐지 시도가 진행된 것이다.
역시 법원이 집행정지하자 국민의 힘 의원이 직접 발의에 나섰다. 의원 폐지안은 지난해 12월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해 진행된 재표결에서 부결됐다. 충남도의회는 오는 13일에 교육위원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조례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조례 시행 이후 신체적 체벌이 사라지고 언어 폭력, 성적 공개 등 비인권적 교육 문화가 줄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해간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학생인권 상담은 391건으로 2016년 1431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인권상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징계절차가 44건으로 뒤를 이었다.
또 조례에 기초하면 학생들에게 야간학습을 강제할 수 없고,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할 수 없다. 최근 중고등학생들이 교복보다 활동이 편한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데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신체적 체벌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조례가 사라진다고 해서 체벌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3항에는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쪼그려뛰기나 손들고 서있기 등 간접체벌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은 체벌, 언어적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갖는다'고 돼있다.
최근 학교에서 자주 갈등이 빚어지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 관련해서도 조례는 소지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만 학칙으로 소지 및 사용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걷어갈 수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돌려줘야 한다는 식이다.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담고 있어 교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김혜영 시의원 등이 발의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도 학생·교원·학부모의 권리와 책임 등을 담고 있다. 원안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담겨있었으나 지난해 이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에 통과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책임을 담은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이미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전북교육청도 지난해 말 조례 개정을 통해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보수 성향의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 폐지보다는 교권보호조례와 합쳐 통합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고 해서 교권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합헌 결정을 받은 조례를 충분한 논의 없이 없애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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