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처벌” vs “비양심적”...조선 대표도시 거제·울산 난타전 벌이는 이유 [방방콕콕]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임원 고발
“군사기밀 유출해놓고 입찰 참여 안돼”
HD현대중 “조선업 성장동력 상실”
거제·울산 정재계도 힘겨루기 가세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t급 한국형 차기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이다. 개념설계는 지난 2012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사건의 발단은 HD현대중공업이 2014년 한화오션이 수주한 개념설계도 유출 등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해 직원 9명이 최근 모두 유죄를 받으면서 본격화 됐다. 한화오션은 자신들이 1차로 수주한 개념 설계도를 HD 중공업이 불법으로 취득해 2차 기본설계 수주를 따냈다고 본 것이다. 더 나아가 불법을 저지른 HD현대중공업이 올 하반기 발표되는 상세 설계와 선박 건조 수주까지 하려고 한다며 ‘비양심적이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보호법 유죄로 인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오는 2025년 11월까지 입찰시 보안부분 평가에서 1.8점을 감점받게 됐다. 또 방사청은 6개월에서 5년까지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국내 해군 함정 등 각종 방위사업 입찰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이 이번 KDDX 상세설계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행정통보만 내렸다.
그러자 이번엔 한화오션이 반발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군사기밀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했다며 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지난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이후 지난 5·6일 양일간 서울과 경남 거제, 창원에서 연이어 기자 설명회를 열고 그 배경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고발장은 현대중공업 직원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과 관련해 범죄 행위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수사 결과에서 임원이 개입됐다고 나오면 HD현대중공업은 입찰 자격을 제한받는다.
한화오션 뿐만 아니다. 거제 정치계와 상공계도 한화오션 편에서 적극 돕고 있다.
서일준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달 28일 일제히 성명을 내고 방사청의 HD현대중공업 입찰 자격 유지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이 성명을 통해 정부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제재를 촉구했다. 거제상공회의소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방산비리의 피해가 지역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실정”이라며 재심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KDDX 최종 수주 발표를 앞두고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해지자 울산 정치계와 상공계가 나섰고, 이후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없게되자 거제 정치계와 상공계가 들고 일어나는 셈이다.
이번 한화오션의 고발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양사 갈등과 지역의 세대결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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