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선물, 눈 감고 매매해 '따블' 벌어보니…"치료 필요할 수도"

김지훈 기자 2024. 3. 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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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7일 밤 10시30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38USDT(1USDT=1달러)를 걸고 10배 레버리지로 피닉스 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소액 선물 투자 실험을 한 결과 8일 ROI(투자수익률)는 100%를 훌쩍 넘기게 표시됐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선물시장에서 무작위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코인'을 하나 찍어 4시간 거래해본 결과 한밤중 투자 원금 대비 100%를 훌쩍 넘는 돈을 벌었다. 기자가 7일 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선물 거래에서 '피닉스'라는 가상자산에 10배 레버리지를 걸고 소액 거래를 실험한 결과다.

컴퓨터게임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는 수익률 창을 계속 지켜보다 운때가 맞아 손실은 면했다.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지정학적 긴장 등 가상자산 랠리를 촉발한다는 각종 이유가 거론되며 코인 값이 급등 중인 것은 맞지만, 선물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여부는 그저 찰나의 결정에 좌우되고 있을 뿐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물론 의료진도 경고할 만큼 아찔하고 위험한 가상자산 선물시장의 거래량은 현물 거래량을 압도하고 있다.

20분 안돼 -40%…레버리지 높였다면 이미 증발
기자가 7일 밤 10시30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38USDT(1USDT=1달러)를 걸고 10배 레버리지로 피닉스 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소액 선물 투자 실험을 한 결과 투자 시작 직후 수익률이 -40% 가까이 표시됐다.

피닉스가 전날보다 50% 정도 오르며 바이낸스 상승률 1위를 기록하던 7일 밤 10시30분 무렵 기자는 38.5USDT(한화 5만1700원·1USDT는 1달러 가치에 연동되며 선물 거래용으로 쓰임) 의 증거금을 내고 피닉스를 매수(롱 포지션)했다. 그로부터 20분도 안돼 바이낸스 거래 정보창의 투자수익률(ROI)은 40% 가까운 평가액 손실을 가리켰다.

피닉스 시세는 포지션 진입가(entry price) 대비 4% 하락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10배로 걸었기 때문에 평가 손실도 10배로 증폭된 것이다.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leverage)처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낸스와 같은 해외가상자산거래소에선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 이같은 거래를 하려면 수수료 뿐 아니라 펀딩비라는 이름으로 특정 시간마다 추가 수수료를 투자자가 지불해야 한다.

레버리지 비율이 20배(피닉스에 설정된 레버리지 상한)였다면 증거금은 80% 가까이 날아갔을 것이다. 125배가 가능했다면 진입 직후 증거금이 전액 청산됐을 것이다.
코인 널뛰기에 잠못드는 밤 …'펀딩비' 생각하면 100% 넘겨도 '돈 날릴 가능성'
7일 밤 10시30분 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38USDT(1USDT=1달러)를 걸고 10배 레버리지로 피닉스 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한 뒤 종료한 결과 55USDT 가까운 수익이 발생했다.
피닉스가 널뛰기를 거듭하면서 기자는 잠 조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결국 진입가 대비 14% 상승한 시점(8일 새벽 2시45분) 피닉스를 전량 매도(포지션 종료)했다.

이에 따라 수수료를 제외하고 55USDT(7만3000원) 가까운 이익을 실현했다. 다만 기자는 앞서 비트코인 선물에 100배 레버리지로 롱 포지션을 잡는 실험도 했는데 이 '베팅'에선 증거금 전액(47USDT)이 11시간여 만에 날아갔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종류에 따라 125배에 달하는 레버리지까지 허용한다. 제도권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최소 5비트코인 단위에 30% 넘는 증거금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코인 선물'에선 최소단위 없이 고배율 레버리지가 가능해 순식간에 투자금이 불거나 날아가는 일이 태반이다.

선물 계약은 거래 당사자가 체결 시점에 정한 가격으로 장래 일정 기간 후에 거래소 거래 자산을 매매하는 계약을 말한다. 가상자산 선물은 제도권 선물 계약과 대조적으로 '무기한' 선물도 가능하다.

기자가 2월15일 저녁 6시2분 바이낸스 코인 선물시장에서 증거금(margin) 47USDT(1USDT=1달러)를 걸고 100배 고배율 레버리지로 비트코인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소액 선물 투자 실험을 해본 결과 16일 새벽 5시17분 강제 청산됐다.

하지만 펀딩비를 연율화(annualize·특정 기간 변동률을 1년 단위로 환산)하면 경우에 따라 거래에 붙는 총 수수료가 100%를 초과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바이낸스에서 8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거래된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원화 환산 가치는 105조7721억원이다. 같은 기간 바이낸스 현물 거래 대금(50조5777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국내 코스피의 하루 거래 대금이 11조1500억원 규모다.
"제네시스 팔았다" "집 한채 넘어갔다"…증권가 뿐 아니라 의료계도 주의 당부
영화 타짜 포스터.
국내에 허용되지 않는 가상자산 선물 시장에 대해 일각에선 '타짜'와 같은 도박사들이 활동하는 도박판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순식간에 '따블', '따따블' 수익이 나다가도 투자금이 증발하는 급격한 변동성, 강렬한 자극에 사로 잡히는 투자자들이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를 팔았다" "집 한 채 넘어갔다" "집안이 풍비박살났다" 등 '일확 천금'을 노렸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의 한탄도 이어져 사회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선물에 대해 "순효과는 헤지(위험회피)할 때 있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순효과를 위해 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며 "레버리지에 대해 대부분이 익숙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악효과가 일어날 수 있어 사전에 선물, 옵션 상품을 제대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선물과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취급하는 가상자산 선물 ETF의 차이에 대해 "선물 ETF(상장지수펀드)는 레버리지가 없고 근월물과 원월물을 교체하는 형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레버리지가 있는 선물과 다르다"고 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선물을 자칫 투자자 스스로를 해칠 수도 있는 '고성능 폭탄'에 빗댔다. 박 교수는 "마약은 어떤 사람이든 결국 약물중독으로 이어지지만 행위중독은 취약성이 있는 부류가 있다"며 "중독이 시작되면 그걸 통해 쾌감을 얻으면 도파민이 올라가기도 하고 자극을 찾아 좀 더 강하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행위 중독이 발생할 경우) 단순한 상담이나 본인의 의지만 가지고 돼지 않고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일부는 행위중독을 피하기 위한 (건전한) 대체 자극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 도박을 대신할 사회 기술을 배우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치료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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