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받은 연극도 재공연은 산 넘어 산…"상 받아도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을 보고 입소문을 내는 관객, 연극으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제작진은 존재하는데 정작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초연에서 호평받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재공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극장이 창작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공연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공연을 발전시켜 나갈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극 연출가들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아도 다시 공연을 올리기가 녹록지 않다.
신작 발굴을 지원하는 사업에 비해 이미 올라간 공연을 지원하는 사업은 많지 않아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대나 연출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초연에 투자한 비용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연한다는 보장도 없다. 극장이 바뀌면 세트를 다시 바꿔야 하는 데다 연습 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의 이래은 연출은 "공연을 한 번 올리고 끝내는 일이 대부분이고 상을 받은 작품이라도 다시 공연을 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공연을 재연하기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길고 제약이 많다. 배우, 스태프를 포함해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스케줄 조정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기획자나 투자자가 재공연 의사를 밝히거나 지원사업에 선정된다 해도 공연장 대관이나 티켓값 책정은 또 다른 문제다.
임지민 연출은 지난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단기 공연을 준비했다. 장기 공연을 올리려면 대관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기다리다 공연장 대관 신청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임 연출은 "지원금이 없으면 금전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사업 결과 발표를 기다리다 일정이 늦어졌고, 남은 공연장에서는 단기 공연밖에 할 수 없었다"며 "객석이 매진되고, 관객들에게 공연 기간이 길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어도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작품이 몇몇 관객에게 소개되어 입소문이 났을 때 흐름을 이어가야 수익을 올리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지금은 힘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들리는데 막상 관객이 공연을 볼 수가 없어서 작품이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19∼31일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드물게 재공연에 성공한 사례다.
작품은 지난해 정동극장 공연 공모 사업 '창작ing'에 선정되어 공연했는데, 정동극장이 이번 시즌 작품을 레퍼토리 공연으로 편성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창작ing'로 소개한 작품 10편 중 재공연이 이루어진 건 이 작품이 유일했지만, 재공연 기회 자체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창작자들에게 이 작품의 소식은 큰 호응을 얻었다.
정동극장 관계자는 "창작진들이 공연을 선보인 뒤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연을 발전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재공연 소식을 접한 뒤 자극을 받았다고 말하는 창작진도 있다"고 했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순수예술 작품이 설 자리를 잃는 현상은 이미 오랜 문제로 자리를 잡았다.
관객의 수요가 '파우스트', '테베랜드' 등 스타들이 출연하는 대형 작품과 대학로 오픈런(무기한 상연) 공연에 몰리는 경향도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3년 공연시장 총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극 장르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은 전체 판매액 대비 29.0%의 비중을 차지했다. 31.8%를 기록한 2020년보다는 줄었지만 26.7%를 기록한 2022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 공공극장 관계자는 "창작진들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려도 적자, 하지 않아도 적자라고 이야기한다"며 "공공극장 입장에서도 좋은 작품, 재연을 올려봄 직한 작품이 많지만 전부 수용할 수는 없어 고심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연극 작품의 재공연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연출자들은 안정적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출은 "연극 공연은 관객들을 만나 소통하고 발전할 때 사회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당장 관객 수가 적어도 오래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연들이 많은 만큼 지속적인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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