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2000명 증원 교육법 위배?..."입시 8개월 앞두고 정원 늘리는 건 위법"
교육법은 '입학연도 1년 10개월 전까지' 수립"토록 명문화...입시 공정성 위해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 법원에 증원 집행정지 신청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 위한 정원 조정에 해당, 증원 가능"
'서울의 봄'이 무상하게 지나간 지난 1980년 한 여름, 군사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대입 제도 개편을 단행한다.
당시만 해도 대학 입시는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같은 예비고사를 본 후 대학별로 본고사를 치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예비고사+본고사의 대입 시험에서 본고사를 없애고 예비고사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게끔 하고, 입학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졸업은 어렵게 만든 졸업정원제를 전격 도입한 것이다. 그것도 예비고사 시험을 6개월 정도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 말이다.
당시엔 예비고사는 일종의 자격시험과 비슷해 SKY를 비롯한 일류 대학은 국·영·수 위주로 치르는 본고사가 당락을 좌우했다. 따라서 명문대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고3 여름방학까지는 본고사를 집중 준비하고, 예비고사는 여름방학 이후부터 준비하는 게 보통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이런 입시 제도를 시험 6개월을 앞두고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다. 당시 고3으로선 '멘붕'이 아닐 수 없었다.
명분은 본고사가 고액과외의 주범이라는 것이었다. 본고사를 없애 사교육을 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선 "전두환 대통령이 딸을 서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제도를 바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확인하기 힘들지만 "본고사로는 서울대에 가기 힘드니 예비고사만으로 대학들이 입학생을 뽑도록 하고, 게다가 졸업정원제를 명분으로 입학 정원도 확 늘린 것"이라는 얘기였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서슬 퍼런 시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항변'의 말 한마디 못했다.
대입 제도 개편은 국민 모두가 관련이 돼있는 까닭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바꾸기 위해선 학생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수년간의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게 정의에 맞고 공정하다. 그래서 현재의 고등교육법은 "학교협의체는 매 입학연도의 '2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을 수립, 공표하여야 한다"(34조의5)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이런 교육법에 저촉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를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정부의 증원 처분은 교등교육법령이 정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 기한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고등교육법 강행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언론 사이트인 '최보식의 언론'에 따르면 김종민 변호사는 △고등교육법 제32조는 대학 정원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동법 시행령 제28조는 각 대학 정원은 학칙으로 정하되 '대학설립 운영규정'에 따른 교사, 교지, 교원 등에 따라 정해지는 "학생수의 범위 내"에서 정하며, 의대 정원 등은 예외적으로 교육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거쳐 정하는 바에 따라 정하도록 하고 있고 입학정원 결정 시기는 따로 법령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 교육부의 보건의료 분야 정원 배정결과는 2023년 4월 27일 발표됐으며, 2025년 의대정원도 종전 실무례에 의하면 올 4월 중 발표하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문제는 교육부의 2024년 보건의료분야 정원 배정 결과 발표자료에 " 보건의료계열의 정원은 자체조정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정원을 배정받은 대학은 해당하는 인원 만큼 타 학과 정원을 조정하여야 한다 "고 못박고 있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드는 법률적, 정책적 의문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고 지적했다.
첫째,고등교육법 제34조의5에서 규정하는, 2년 전에 확정 공표되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이 기본틀이고, 입학정원에 관한 사항은 세부 각론에 관한 사항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세부 미세조정에 관한 사항이라면 몰라도 각 대학 의대 정원을 2배 이상 증원하는 문제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등 기본틀로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둘째, 고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규정한 대학정원 관련 기본취지는 대학 교육여건에 맞춘 "학생수의 범위" 내에서 각 학과별 정원을 정하도록 하는 것이고, 2024년 보건의료계열 정원배정 결과 보도자료에도 분명히 정원이 배정되는 경우에도 "자체조정 방식으로 타 학과 정원을 조정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는데 이번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각 대학의 타 학과 정원이 축소 폐지되는 것인지, 축소 폐지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셋째, 대학의 학과별 정원은 대학 교육여건에 맞춰 배정되는 것인데 각 대학 의대 교수들이 교육여건상 2000명 증원은 불가하다고 반대의견을 밝혔음에도 무리한 증원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대 정원 외 타 학과 정원도 교육여건과 상관없이 증원해 주기로 정책기조를 바꾼 것인지
넷째, 교육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고등교육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하면서 "대학 구조개혁"에 따른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위와 같이 대학정원 배정 문제가 시기의 제한없이 매년 4월 발표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고등교육법 제32조에 따라 의대정원은 언제든지 정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왜 "구조개혁"을 이유로 들었는지
다섯째,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말해온 "대학 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대학통폐합 구조조정을 의미하는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대학통폐합과 상관없는 구조개혁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고등교육법 제32조(학생의 정원)의 '대학의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정한다'는 규정의 핵심 내용은 결국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학생정원에 관한 사항을 대학 마음대로 정하면 안되기 때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라는 제한을 규정한 것이다. 결국 32조는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하되 대학 마음대로 할 수는 없고 대통령령에서 제한한 범위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2조의 규정취지는 위와 같기 때문에 제34조의5 에서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매 입학년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여야 하고, 그 후에는 원칙적으로 변경하지 못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만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과 법 제32조는 전혀 배치되지 않다"고 저적했다. 따라서 법32조, 시행령 28조는 이번 의대정원 증원결정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만약에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제32조, 시행령 28조를 근거로 법 제34조의 5에 위배되는 업무처리를 한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위법한 행위라는 것이다.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며 법원에 의대 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교수협의회는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대통령령이 정한 6개 변경 사유 중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대 증원에 적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2017년 경북 포항의 지진 발생으로 수능이 밀리면서 입시 일정을 조정해야 돼 추가된 것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천재지변과 유사한 상황으로 인한 대입 시행계획 변경에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정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대입전형의 변경이 수험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행정으로 발생하는 행정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침해, 헌법 파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교육법령은 정부의 헌법 파괴 행위나 국가폭력까지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타락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입학 연도의 1년 10개월 전까지 공표하도록 규정한다. 공표한 시행계획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2023년 4월 발표됐고, 정부의 의대 증원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한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이라는 것이 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집행정지 심문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학 연도 1년 10개월 전 공표가 원칙이지만,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에서 정하는 '예외적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의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시행령상 예외 사유 중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 이후 절차를 거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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