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 해외부동산 대규모 손실에도…5대 금융 사외이사 '찬성100% 거수기'

안상우 기자 2024. 3. 1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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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각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물론이고 리스크(위험)관리위원회에서조차 강하게 문제를 지적하거나 대책을 추궁하기보다는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공시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모두 37명의 사외이사가 각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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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정의연대,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현실로 드러났지만, 5대 금융지주의 대다수 사외이사가 침묵 속에 위기를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물론이고 리스크(위험)관리위원회에서조차 강하게 문제를 지적하거나 대책을 추궁하기보다는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공시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모두 37명의 사외이사가 각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논의된 총 162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결국 162건의 안건은 3건의 수정·조건부 가결을 포함해 100% 이사회에서 가결됐습니다.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행태는 이사회뿐 아니라 금융그룹 전반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제때 인식·측정·감시·통제해야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각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신한금융 명칭 위험관리위원회)는 3∼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습니다.

1년간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9회, 하나금융지주는 8회, NH농협은 11회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지배구조·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상 5대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모든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 내역란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만 적혀 있었습니다.

사외이사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의 안건'에도 모두 찬성했고, 따라서 안건들은 이의 없이 100% 통과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소로 부상한 H지수 ELS,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언급은 5대 금융지주 보고서를 통틀어 단 두 곳에 등장할 뿐이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열린 '제8회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이용국 위원장(사외이사)은 '2023년 3분기 평가 보고' 사항과 관련해 H지수 기초자산 기반 ELS 상품 현황을 물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같은 해 7월 24일 '제4회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첫 번째 안건으로 ' 미국 및 유럽 상업용 부동산 대체투자 점검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안건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활동 내역 역시 '특이의견 없음'으로 기록됐습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금융당국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 제기돼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주주들에게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연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라임·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채용 비리 등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collective inaction)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안상우 기자 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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