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 사외이사 연봉 7500만원… 이사회 안열려도 급여 수령
한달 기본급 450만원 따박따박
KB, 7명중 3명 1억 넘기며 최고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1인당 평균 7500만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400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시급이 20만원에 달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억대 보수' 지급은 유일하게 KB금융이었으며, 신한금융의 경우 대부분이 8000만원대를 받아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이 공시한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각 회사의 사외이사의 보수는 지난해 평균 7531만원에 육박했다. IMM인베스트먼트 대표로 회사 내부 규약상 사외이사 보수를 받지 않은 우리금융 지성배 사외이사를 제외한 전체 36명의 평균 보수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지난해 1억원 넘는 보수를 받았다.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KB금융 이사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의장을 겸직한 김경호 이사의 보수가 1억106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IBK기업은행장을 지낸 권선주 이사와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인 오규택 이사가 각각 1억700만원, 1억100만원을 받았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9명 중 7명이 8000만원대 보수를 받았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이사회 의장인 이윤재 이사와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부총장인 최재붕 이사가 각각 8750만원을 받았다.
하나금융에서는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김홍진 이사회 의장이 8365만원을 받았다. 경쟁사인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 이정원 이사의 보수는 8255만원이었다.
우리금융은 정찬형 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8700만원을 받았다. 윤인섭, 신요환, 송수영 이사의 보수도 8000만원을 넘겼다. 농협금융 사외이사 7명의 평균 보수는 5701만원으로 다른 지주보다 낮았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월 기본급 400만원에 회의 참석 수당을 비롯한 보수에 더해 종합건강검진 등 복리후생을 위한 혜택도 받았다. 회의 당일에는 의전용 차량이 제공됐다.
지난해 매달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통상 400만∼450만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 사실상 '무노동'인 달에도 기본급이 지급됐다.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100만원의 수당을 따로 챙기기도 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각종 소위원회 참석에도 수당이 더해졌다. 일종의 '거마비'였다.
금융지주들은 비상임으로 평소 출근하지 않는 사외이사들에게 사무실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에 나올 때 기사 딸린 차량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연 1회 종합건강검진은 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혜택이었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금융권에서는 각사 연차 보고서에 기록하지 않은 무형의 혜택이 더 있었을 것으로 본다. 사외이사에게는 골프장 예약 등 사실상 컨시어지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7명은 지난해 1인당 평균 39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500시간 중반대부터 200시간 초반대까지 개인차가 컸다. 평균 시급은 약 19만원이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의 근무 시간에는 각종 회의가 열리기 전 개인적으로 의안 검토에 들인 시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이사회는 최대 두세 시간이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에선 일반 직원 기준에서 실근무로 인정될 만한 시간은 훨씬 짧을 수 있다고 본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사외이사가 속한 외부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거나 더 나아가 기존 기부금을 증액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기부와 사외이사 직무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이해충돌 및 대가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KB금융 오규택 이사가 속한 한국재무학회 기부금을 2019~2021년 연 1000만원에서 2022년 연 7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오 이사 선임 2년 뒤 이뤄진 대폭 증액이었다. KB증권은 비슷한 방식으로 오 이사 선임 뒤 그가 소속된 한국파생상품학회와 한국증권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각각 늘렸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이 부산대 하경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뒤 부산대에 발전기금 1억원을 기탁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해 급식용 김치 현물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또 농협생명은 하 이사의 자녀가 전임의로 재직 중인 연세대 의료원에 올해 농촌의료지원사업비 명목으로 4억원을 기부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송수영 이사가 근무 중인 법무법인 세종과 총 1400만원 상당의 법률 자문 계약 두 건을 체결했다. 송 이사는 세종에서 금융기관 법률 자문을 맡은 변호사다. 우리금융은 해당 계약에 대해 '주된' 법률 자문 계약에 해당하지 않고, 자문료도 터무니 없이 높지는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별문제가 없다고 연차 보고서에 기재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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