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많이 배웠습니다”…마지막날 객석에선 “이제 정들었는데”

남지은 기자 2024. 3.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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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자랑’ 최초여성·최연소 MC로 눈길
1년5개월 마무리 9일 마지막 녹화 현장
김신영이 지난 9일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녹화를 진행했다. 남지은 기자

“전국~노래자랑~”

김신영의 마지막 외침이 지난 9일 인천광역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2022년 10월16일부터 ‘전국노래자랑’(KBS1)을 진행한 김신영이 이날 녹화를 마지막으로 1년5개월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한 녹화는 이전처럼 흥이 넘쳤지만 이별의 아쉬움도 컸다. 객석에선 “김신영이 정들었는데” “김신영이 아쉽네” 같은 혼잣말이 추임새처럼 속출했다.

지난 4일 한국방송이 김신영을 교체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일요일의 막내딸’을 돌려달라”며 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한국방송 쪽은 김신영의 진행에 대해 지난 7일 “첫 방송부터 지난 3월3일까지 케이비에스 시청자 상담실로 접수(전화, 이메일)된 시청자 의견 중 불만 ( 616건 )이 칭찬 (38건)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꽤 컸다. ‘전국노래자랑’을 30대 때부터 꾸준히 봤다는 왕아무개(62·여)씨는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진행도 익숙해졌고 더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데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이아무개(62·여)씨도 “‘전국노래자랑’은 송해 선생님 입지가 워낙 커서 누가 해도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 김신영은 이미 정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실력을 뽐내려고 무대에 오른 한 참가자는 “고생 많으셨다”며 김신영에게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 최연소 진행자이자, 최초의 여성 진행자로 의미가 컸다.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하던 송해가 세상을 떠나자 한국방송은 당시 39살 김신영을 ‘젊은 진행자’로 발탁해 세대 소통과 공감을 꾀했다. ‘전국노래자랑’ 주요 시청자층이 60대 이상이고 고 송해가 59살부터 진행한 ‘노년 진행자’였던 데 견줘 파격적인 시도였다. 변화는 있었다. 녹화현장에 20~30대 관객이 늘고 소셜미디어(SNS)에는 “‘전국노래자랑’ 봤냐”는 인증 놀이가 이어졌다. 양희은, 송은이, 브레이브 걸스 등이 초대 가수로 나오며 세대 문화 교류의 장 구실도 했다. 한국방송 쪽은 “김신영이 재치있고 열정적인 진행으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고, 이는 화제성 증가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화제성이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한국방송 쪽 설명이다. 한국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1년간 평균 시청률(2019년 3월10일~2020년 2월23일)은 9.4%(이하 수도권 기준)였고 김신영이 진행한 1년5개월간 평균 시청률은 4.9%였다. 세대별 시청률에서 10대와 20~40대는 김신영 진행 전후로 변화가 없었지만 50대 이후에서는 하락했다. 한 케이블채널 예능 피디는 “젊은 여성 진행자를 내세워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다시 중년 대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전국노래자랑’은 기본적으로 어르신 대상이어서 화제성만 갖고 길게 끌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신영은 2시간 내내 무대 한쪽에서 박수를 치고 호응을 유도했다. 남지은 기자

오는 12일 녹화부터는 남희석이 바통을 이어받아 53살 ‘중년 진행자’ 시대로 이어간다. 고 송해 후임으로 자주 언급됐던 인물을 포함해 후보에 거론된 이들 중 내부 평가가 가장 높았다고 한다. 주요 시청자층인 60대 이상에 초점을 맞춰 시청률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선택으로 보인다 . 한국방송 쪽은 “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고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인천 녹화에서 만난 ‘전국노래자랑’ 보는 게 낙이라고 밝힌 71살 관객은 “남희석은 구수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다. 김신영의 하차를 제작진도 몰랐다거나 남희석 선택을 두고 현장에서는 몇몇 설이 나돌기도 했다. 한국방송 쪽은 “제작진과 김신영이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며 일방 통보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으로 김신영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의 열정적인 진행에 박수를 보냈다. 김신영은 2시간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고 참가자와 초대 가수가 노래하는 동안 한쪽에서 객석의 흥을 돋웠다. 화면에 잡히지 않는 위치에서도 박수를 유도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초대 가수 박군이 ‘한 잔 해’를 부를 때는 악단 멤버들과 한 잔 하는 깨알 연기로 관객을 웃겼다.

김신영은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외에는 장기 고정 프로그램을 맡지 않고 ‘전국노래자랑’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많게는 한 주에 두 차례 지방 촬영을 하는 등 일정 자체가 강행군이었다. “거북이처럼 천천히 오래오래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분에게 인생을 배우고 싶다”던 그는 1년5개월 만에 마지막 도착지 인천에 섰다.

그는 녹화 전 무대에 올라 “마지막 불꽃을 인천광역시 서구에서 태울 수 있어 영광”이라며 “마지막이 따뜻한 기억이어서 좋다”고 했다. 긴 겨울 실내에서 진행한 ‘전국노래자랑’은 봄을 맞아 이날 처음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봄을 열고,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을 떠난다. “전국을 누비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날 녹화분은 오는 24일 방영된다.

인천/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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