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의원은 이제 민주당을 탈당할 것인가 [노원명 에세이]
윤영찬은 민주당 내 비주류 그룹이었던 ‘원칙과상식’ 4인방 중 한명이었으나 지난 1월 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 등이 탈당할 때 함께 하지 않았다. 나머지 3명의 탈당회견 30분 전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버리기에는 그 역사가,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하다. 그 흔적을 지키고 더 선명하게 닦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썼다. 언론의 해석은 좀 달랐다. 윤영찬은 성남 중원 공천을 놓고 ‘친명’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경쟁하고 있었다. 때마침 현근택의 성희롱 발언 논란이 있었고 당 지도부가 윤리감찰을 지시했다. 이를 ‘공천 줄 테니 당에 남으라’는 신호로 윤영찬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은 썼다. 그러나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노리던 전국구 이수진 의원이 느닷없이 성남 중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윤영찬의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마침내 윤영찬은 졌다.
윤영찬에게 두 달 전과 지금이 다른 것은 그때는 공천 가능성이 있었고 지금은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이 너무 귀해서’ 탈당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 흔적은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증발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탈당해도 되는 것 아닌가. 윤 의원이 내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와이 낫? 왜 안 되겠나.’ 지금 탈당하면 지난 1월의 ‘배신’에 이어 그야말로 ‘막장’으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고? 내 대답은 이렇다. ‘아직 막장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오?’
윤영찬 의원은 큰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나는 짧게 그와 한 출입처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는 평판이 좋은 기자였다. 후배들에게 싹싹하던 기억이 있다. 이수진은 법관 시절 그의 실력과 태도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윤 의원이나 이 의원이나 문과형 엘리트의 일반적인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들은 학창 시절 모범생이었을 것이고, 직장에서도 잘 나갔고(거듭 말하지만 이의원의 법관생활에 대해서는 이론이 존재한다), 크게 나쁜 짓을 할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에게 결여된 것은 인격의 일관성 혹은 자존심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면 그에 어울리는 명분이나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군자표변은 좋은 것 아니냐고? 그것은 허물을 바로잡을 때 얘기다. 누가 봐도 뻔히 잇속과 결부된 표변은 군자표변이 아니라 소인의 표변이다. 윤 의원은 지난 1월의 당 잔류 때, 이 의원은 공천탈락후 표변하였는데 이것을 군자표변이라 하면 민망하다. 소인은 이해에 따라 표변하고 그 표변은 거듭되는 경향이 있다. 두 의원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국의 문과 엘리트는 출세의 정점을 국회에서 찍는다. 그런데 국회에선 윤·이 같은 인물이 차고 넘친다. ‘윤영찬과 이수진이 22대 국회의원 평균에 미달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확실히 그렇다’고 답할 근거가 별로 없다. 그들보다 나은 처신을 할 인격체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한국 문과 엘리트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최상위 이과 엘리트는 근래 모두 의대로만 몰린다. 내가 전공의 파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파업 그 자체가 아니라 거의 모든 전공의가 일사불란하게 파업하고 파업 수주가 넘도록 거의 이탈자가 없다는 것이다. 직업에 대한 자존심과 양심이 작동하는 집단이라면 저런 일사불란함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최상위 엘리트들에게조차 자존심과 양심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기막힌 현실의 방증이다.
윤영찬·이수진을 보며 문과 엘리트를 생각하고 전공의 파업을 보며 이과 엘리트를 생각하는 일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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