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위원회서도 원안 100% 가결…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유명무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작년 평균 보수는 7531만원
지난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부동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5대 금융지주 대다수 사외이사는 거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경영진 견제·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연합뉴스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모두 37명의 사외이사가 각 금융지주 이사회에서 활동했다.
금융그룹별 사외이사 인원은 △KB 7명 △신한 9명 △하나 8명 △우리 6명 △NH농협 7명이다.
이들은 각 금융지주가 개최한 15차례(결의안건 33건), 14차례(35건), 11차례(36건), 14차례(37건), 14차례(21건) 이사회에 참석했으나 162건의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162건의 안건은 3건의 수정·조건부 가결을 포함해 100% 이사회에서 가결됐다.
특히 이같은 행태는 이사회뿐 아니라 금융그룹 전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제때 인식·측정·감시·통제해야 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각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신한금융 명칭 위험관리위원회)는 3~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1년간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9회, 하나금융지주는 8회, NH농협은 11회에 걸쳐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지배구조·보수체계 연차 보고서상 5대 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모든 '보고 안건'별 사외이사 활동 내역란에는 '특이사항 없음' 또는 '특이의견 없음'만 적혀 있었다.
사외이사들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결의 안건'에도 모두 찬성했고, 따라서 안건들은 이의 없이 100% 통과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소로 부상한 H지수 ELS, 해외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언급은 5대 금융지주 보고서를 통틀어 단 두 곳에 등장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은 스스로 매우 후한 점수를 줬다.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사외이사) △위원회 기능과 역할의 충실성 △안건 내용의 충실설 및 충분한 정보제공 등 항목에서 자신들의 활동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들 역시 위원회 구성·기능·역할·운영·경영진과의 의사소통이 우수한 것으로 자평했고, NH농협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들도 설문 결과 모든 평가 항목에서 스스로 최고 등급(S)을 매겼다.
이에 따라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7명 꼴로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현 사외이사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는 27명(KB 4·신한 9·우리 4·하나 6·농협 4명)인데, 74%에 이르는 20명(KB 3·신한 7·우리 3·하나 3·농협 4명)이 이미 각 금융지주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중임(연임) 추천을 받은 상태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이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거나 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금융당국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계속 제기돼왔다.
앞서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3개 금융지주(신한·하나·우리)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주주들에게 각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연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라임·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채용 비리 등 각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와 관련해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collective inaction) 유임의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작년 평균 보수는 7531만원, 근무시간을 반영한 평균 시급은 약 20만원에 달한다. 특히 H지수 ELS 손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중 3명의 보수가 1억원이 넘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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