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 부담 줄었다, 각 큰 커브 모서리 공략 잘 통할 것” ABS 도입 첫날, 현장 체감 어땠나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2024. 3. 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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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9일 KBO 시범경기 첫날은 한국 야구에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 바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된 까닭이다.

KBO는 2024시즌 ABS를 도입해 심판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대체한다. ABS의 도입은 개선이 요구되었던 판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다. 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 ABS 시범 운영을 거쳐 기술적 안정성을 높였다. 이후 구단 운영팀장 회의, 감독 간담회, 자문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24시즌 도입을 최종 결정했다.

ABS가 판단하는 S존의 상하 기준은 각각 선수 신장의 56.35%, 27.64%로 설정하며, 중간면과 끝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cm)에 좌우 각 2cm 확대 적용한 총 47.18cm로, 중간 면에서 1번 판정한다. 이는 심판과 선수단이 인식하고 있는 기존의 S존과 최대한 유사한 존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ABS 이어폰을 착용하고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내리는 구심. 사진=두산 베어스
ABS 이어폰을 착용하고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내리는 구심. 사진=두산 베어스
ABS 이어폰을 착용하고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내리는 구심. 사진=두산 베어스
ABS 도입으로 양 구단이 100%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기준을 적용 받을 수 있어 공정한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 정확성은 ABS 도입 이전 주심의 91% 수준에서 95~96% 이상 수준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시행한 ABS를 경험하지 못했던 KBO리그 1군 선수들은 3월 9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 10경기에서 ABS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감독들도 ABS에 현장에 빨리 적응하길 기대한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 10경기 동안 ABS에 적응해야 하는데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원래 해왔던 대로 하면서 다른 게 있으면 맞춰가면 되니까 누가 유리하고 불이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해보지 않았기에 우리가 조금씩 거기에 적응하면 된다”라고 바라봤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적응해야 하는 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다. KBO도 경기 시간 단축과 판정의 공정성, 정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ABS를 도입했기 때문에 현장도 거기에 맞춰서 하면 된다. 아무래도 사람 사이에 감정싸움이 없어지는 부분이 크다. 공평하다는 생각에 불평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9일 열렸던 이천 키움-두산전에선 ABS 판정과 관련해 큰 논란이 생길 만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타자 기준 바깥쪽 상단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타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장면은 몇 차례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볼 판정이 나왔다.

두산 외야수 김재환도 “오늘 딱히 ABS가 특별하게 느껴진 부분은 없었다. 타석에서 ‘이런 공은 스트라이크, 이런 공은 볼로 판정된다’라고 생각한 것도 없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라고 전했다.

ABS와 관련해 가장 큰 변화를 체감한 지점은 두산 사이드암 투수 박정수의 투구였다. 박정수는 각이 매우 큰 커브를 주무기로 구사한다. 박정수는 바깥쪽 모서리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긁는 커브로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면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포수가 공을 받는 위치가 스트라이크 존이 아니더라도 ABS는 당연히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

박정수와 호흡을 맞췄던 두산 포수 장승현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박)정수 커브를 받았을 때 조금 낮은 위치에서 미트에 공이 들어왔는데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다. 포수가 투구를 받을 때 프레이밍보다는 투수들이 각이 큰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는 모서리 코스로 던지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느낌이다. 또 포수로서는 프레이밍에 대한 부담감이 확실히 줄어들 듯싶다”라고 말했다.

장승현의 말처럼 ABS 존을 절묘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변화구는 단연 커브다. 커브는 지금까지 프레이밍에 따라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상황이 잦았다. 이제 ABS 존 바깥쪽 모서리 끝을 찍고 돌아나가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이는 엄청난 무기가 될 전망이다. 과연 ‘커브볼러’들에게 ABS 존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두산 포수 장승현이 3월 9일 시범경기에서 ABS 시스템을 처음경험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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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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