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체제’ 더 굳히고 관례는 깨고… 예측불허의 中 [세계는 지금]

이우중 2024. 3. 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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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양회 이후 불확실성 증폭
리 총리, 전인대 업무보고 ‘習 중심’ 강조
“당의 집행자” 자처… 시진핑에 권력 집중
폐막일 맞춰 국무원 기본법도 개정 예정
개혁·개방 이후 관행 ‘당·정 분리’ 퇴색
총리 기자회견 폐지 ‘중앙통제 강화’ 신호
외신들 “세계와 中 소통 단절 위험” 우려
3중전회도 양회 뒤로 밀린 이례적 상황
“관례 무너지는 中 정치 예측 더 어려워져”

중국은 지난 4일 시작된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변화에 나섰다.

시 주석으로 권한이 집중된다는 것은 2인자이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총리 등 다른 고위급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개혁·개방 이후 수십 년간 쌓아올려진 관례가 하나둘씩 무너지면서 중국 정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올해 양회에서 한층 강해진 ‘시진핑 중심’

5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취임 후 첫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한층 강해졌음이 명확히 드러났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14기 2차회의 개막식에서 예년 업무보고와 비슷한 분량인 51분22초가량 정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진핑’을 16회, ‘당 중앙’을 13회 언급했다. 고(故)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발표자로 나섰던 2020년과 2021년, 2022년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시진핑’이 각각 12회 언급됐으며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14회 등장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약칭인 ‘당 중앙’이 올해 13회로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유독 당 중앙이라는 언급이 더 늘어난 것은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이행한다” 등 국무원이 중국공산당 결정의 집행자가 되겠다는 취지의 말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이런 표현이 두 차례만 나왔다.

특히 리 총리가 연설 과정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 있고 집중된 통일 영도를 견지하면서,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관철하는 집행자·행동파·충실한 행동가가 되겠다”고 강조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자기 목소리를 냈던 리커창 전 총리 시절에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이다. 그는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통제권이 한층 강화되는 방향으로 국무원 기본법도 개정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전인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무원 기본법 개정안을 폐막일인 11일 통과시킬 예정이다. 개정안은 국무원이 공산당의 이념, 지도력, 지시를 더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당의 충실한 정책 집행자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SCMP는 지난해 국무원의 업무 규칙에 당과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규정한 조항이 추가된 지 1년 만에 국무원 기본법이 개정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수십년 쌓인 관례 잇따라 파기… “예측 어려워”

시 주석 1명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개혁·개방 이후 최고지도부가 권한과 권력을 일정하게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쌓아올린 관행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만들어진 당·정 분리 관행도 ‘시진핑 3기’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폐막 이후 개최돼 왔던 총리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는다. 러우친젠(婁勤儉) 전인대 대변인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향후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을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무원 총리는 통상 전인대 회의 개막일에 정부 공작보고를, 폐막일에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해왔다. 이 기자회견은 1993년부터 정례화됐으며 중국에서 국가 최고위급 책임자가 직접 외신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드문 기회로 주목을 받아왔다.
사진=AFP연합뉴스
외부에서도 총리 기자회견 폐지가 시 주석의 중앙 집권적 통제를 강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리의 가시성을 줄여 시 주석의 위상을 강화하고 외국 정부·기업이 공산당 경영 분석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기자회견 폐지는 시 주석의 ‘당·정 일체화’ 완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이 될 것”이라며 “가장 큰 위험은 세계와 중국의 소통 단절”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최 시점을 두고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3중전회’도 결국 양회 뒤로 밀렸는데,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개최하고, 당 대회에서 상설 기구인 중앙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중전회’로, 당 대회 이후 첫 번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1중전회, 두 번째를 2중전회라고 칭한다.

보통은 당 대회가 열린 해에 개최되는 1중전회와 2년차 상반기의 2중전회에서 지도부 인사를 확정하고, 2년차 하반기 3중전회를 통해 5년간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하는 관례가 정형화돼 있었다. 시진핑 1기였던 18기 3중전회는 2013년 11월에 열려 종전 관례를 따랐지만 19기 3중전회는 2년차인 2018년 2월에 열렸다. 그러다 이번에는 다시 늦어져 해를 넘기더니 결국 양회까지 온 것이다.

3중전회가 열리지 않는 상황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3중전회에서 경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렇다 할 타개책이 없다는 분석, 지난해 잇따른 고위직 낙마 사후 처리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 등이 나온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를 두고 “관례 수정이 ‘뉴노멀’이 되면 중국 정치 동향은 더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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