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른바 ‘성공 팔이’가 이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거나 유명해지는 법을 알려준다. 물론 실제 유의미한 가르침을 준다면 회비를 받든지 자문료를 요구하든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성공 팔이’ 또는 ‘성공 포르노’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강사가 그런 강의를 할 만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자주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4) 주인공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자신만 따라오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그의 팀원이 되고, 고객이 된다. 실제 이들 중 몇몇이 부를 거머쥐면서 결과론적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FBI는 그를 구속했다. 왜 동기 부여의 달인이었던 조던 벨포트는 남에게 성공하는 법을 전수하고도 처벌받아야 했을까. 벨포트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를 통해 살펴보자.
“치과의사 큰돈 못 번다”는 말에, 수업 첫날 박차고 나가
이야기는 20대 청년 조던 벨포트가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가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늘 백만장자가 꿈이었고,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뉴욕만한 무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밖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그는 원래 치과의사가 되려고 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그만뒀다고 한다. 학장이 치과 의사는 큰 돈을 벌 수 없다고 얘기하자 그 자리에서 학교를 떠난 것이다.
학교를 나온 뒤 여러 사업을 거치다가 무작정 향한 곳이 월 스트리트다. 전 세계의 돈이 모이는 곳이라는 환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증권 중개 관련 자격증도 없던 ‘초짜 중의 초짜’ 벨포트는 브로커 자격시험에 통과하고, 증권사에 브로커로 정식 취직하지만, 얼마 안 돼서 일자리를 잃는다.
취직한 시기가 마침 1987년 ‘블랙먼데이’와 겹쳤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검은 월요일’인 블랙 먼데이는 그해 10월 19일 월요일에 뉴욕증권시장에서 일어난 주가 대폭락 사건이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무려 22.61% 하락했다. 이 때문에 벨포트가 다니던 회사도 재정난에 빠져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동전주’ 팔아 월급 9000만원 벌게 되자 “사람들이 따랐다”
실직한 그는 신문 구직 광고를 뒤적이다가, ‘페니스톡’이라고 불리는 장외시장 소액증권 거래소 구직광고를 발견한다. 미국에서 페니스톡이라고 하면 주당 가치가 1달러가 안 되는 주식, 우리말로는 동전주가 된다.
이 거래소 취직에 벨포트가 큰 관심을 갖게 된 건, 말도 안 되는 수수료 수입 때문이다. 커미션을 무려 50%나 준다는 말에 혹한 것이다. 이 주식만 사면 당장 인생이 바뀔 듯 고객을 설득하는 그의 언변에, 기존 직원들이 혀를 내두른다.
페니스톡을 주당 수천달러에 팔아넘기며 그는 큰돈을 만지게 된다. 같은 건물에 살던 주민 도니는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벨포트가 매달 한화로 9000만원 이상 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벨포트의 밑으로 들어가 일하게 된다. 이후 벨포트는 창업의 꿈을 품고. 도니를 비롯해 팀원을 모집한다. 이 팀원들 면모를 보면, 어떤 사람은 법에 빠삭하고, 어떤 사람은 힘을 잘 쓰고, 어떤 사람은 인맥이 넓은 등 각자 가진 재능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증권맨 하면 떠오르는 스마트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동네 건달 같은 모습이다.
돈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벨포트가 이들을 모은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이들은 가치가 없는 물건을 포장해서 파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자기가 사기를 치고 있다는 자각이 전혀 없다. 벨포트의 분신 역할을 해줄 사람들을 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벨포트는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IPO에 도전하던 그, 해당 주식 85%나 사들여
스트래튼 오크몬트가 저지른 잘못은 ‘펌프 앤 덤프’란 단어로 요약된다. 펌프 앤 덤프는 특정 세력이 한 자산에 투자한 뒤,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가치를 ‘펌프’질하고, 자산 값이 올랐을 때 큰 이익을 남기고 다른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초반에 이런 행위가 큰 문제가 안 됐던 건, 부자를 대상으로 우량주에 페니주식을 섞어서 팔았기 때문이다. 페니스톡을 우량주에 섞음으로써, 마치 우량주로 성장해나갈 주식처럼 느끼게 한 것이다. 혹시 페니스톡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우량주의 수익 때문에 다소 상쇄되게 보이도록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티 안 나게 고객을 조금씩 속이던 벨포트는 3류 기업 딱지를 떼고 한 단계 도약할 필요를 느낀다. IPO(기업공개)에 도전하는 이유다. 이때 그는 스티브 매든을 만나는데, 자기 이름을 딴 신발 브랜드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참고로 스티브 매든은 여전히 존재하는 회사로, 현재까지도 연간 2조~3조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나스닥에서 시가총액이 4조원 이상이다.
1990년대에도 스티브 매든이 만든 통굽 신발 등이 여성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 벨포트의 계획은 스티브 매든을 IPO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스티브 매든은 경쟁력 있는 회사였으니, IPO를 하는 것 자체로 문제가 될 건 없지만, 벨포트는 자기 동업자와 차명 계좌를 만들어 해당 주식을 무려 85%나 사들인다. 불법 거래를 통해 재산을 크게 증식하려는 것이었다. 스티브 매든 역시 그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게 돼 있는 법, FBI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기에 나날이 창의성을 더해가는 벨포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자기 범죄 경력을 고백한 책으로 대박 터뜨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실화에 기반을 둔 여러 작품 중에서도 비교적 실제 사건을 충실히 반영한 영화로 꼽힌다. 가상의 인물을 몇몇 등장시키거나, ‘양념’ 역할을 할 만한 가상의 에피소드를 삽입한 것 외에는 벨포트의 삶을 충실하게 담았다는 평가다. 벨포트는 주식 사기 혐의로 약 2년간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영화와 같은 제목인 책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써서 주목받았다. 책에는 자신의 성장 과정부터 범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돈 벌 방법을 찾는 데 특출났던 것이다.
결국 작품은 영화화했고, 벨포트 본인은 동기 부여 강사로 활동 중이다.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계정명으로 그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200만명을 넘는다. 그의 강연료는 1시간에 무려 2600만원에 달한다. 과거를 반성한 그는 이제 개인이 자기 잠재력을 100%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는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자기의 최고 능력으로 꼽는다. 모두에게 그런 실행력이 있지만, 다들 행동하지 않아서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근육을 퇴화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는 2023년에도 ‘더 울프 오브 인베스팅’이라는 새로운 저서를 출간할 정도로 집필 활동도 활발히 펼쳐나가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도 이처럼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 경제사범이 자기 과거까지 활용해서 돈을 버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벨포트가 FBI에 체포되기 전까지 고객에게 입힌 피해금액은 26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왜 내게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려고 하시죠?
벨포트는 성공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 같은 환상을 주는 데 능했다. 그 능력이 월 스트리트에서 고객들에게 페니스톡을 팔아서 부자가 되고, 또 지금 동기 부여 강사로 선전하는 핵심이 된다. 그러나 벨포트는 실질적으로 가치도 없는 주식을 우량주인 것처럼 팔고,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그가 얻은 수익 대부분은 고객이 낸 고액의 수수료였으니, 실질적으로 주식과 관련해 일반 고객보다 더 나은 안목을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SNS에서 활개 치는 ‘성공 팔이’도 벨포트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몇 가지 기술만 갖추면, 유튜브에서 월급 이상의 소득을 쉽게 올리는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유혹하거나, 자기의 지시대로 주식을 매매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자주 지적되는 문제는 성공 장사를 하는 본인들은 과연 어디에서 가장 큰 소득을 올렸느냐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설득한 개인에게 회비나 가입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주 수입이 됐단 것이다.
누군가가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왜 알려주려고 하느냐는 질문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세상엔 선의로 자신의 욕심을 포장한 늑대가 곳곳에서 순진한 토끼를 노리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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