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아직 겨울인 듯 봄 날씨에 싱숭생숭하다면? 계절회복제 '냉이'가 정답!

심영구 기자 2024. 3. 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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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까? 마까?] (글 : 정고메 작가)


계절과 절기로는 봄인 것이 분명한데도 3월의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고 땅은 차갑다. 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왠지 초록 풍경 속에서 얇은 옷을 입고 피크닉을 가야 할 것만 같지만, 현실은 아직 두터운 패딩 속에 웅크린 몸이다. 그러나 이럴 때 가장 먼저 피크닉을 나서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봄나물이다. 최근 며칠 재래시장과 마트에서도 냉이가, 달래가 한 바구니씩 담겨 있다. 봄나물 중에서도 냉이는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들판, 밭의 둑, 심지어 길거리에도 햇빛만 있다면 어떤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나 지천을 덮는다.


3월에 보이는 냉이는 작년 가을부터 살아왔다. 늦봄, 초여름에 핀 하얀 냉이꽃들은 삼각형 주머니 모양의 씨앗이 되어 땅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가을의 햇빛 아래에서 싹을 틔우고 겨울을 지낸다. 이듬해 얼어있던 흙의 겉면이 녹기 시작하면 다시 새잎이 자라난다. 한마디로 지금 맞이하는 냉이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존재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회사에서 맞이했던 봄에는 유독 봄나물을 먹고 싶었다. 처음으로 시장에 가서 냉이와 달래를 사 와 서툰 기술로 공들여 냉이와 달래를 손질했다. 냉이로는 나물을 무치고 된장을 풀어 슴슴한 된장국을 끓였다. 송송 썬 달래는 간장, 참기름을 넣어 달래 간장을 만들었다. 그날, 토요일 점심에 직접 해 먹었던 냉이 나물과 된장국, 달래 간장은 여러 해가 지나도 봄이 오면 떠올랐다. 왜 하필 봄나물이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냉이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던 순간들은 쌀쌀한 봄의 날씨와 낯선 회사 생활의 혼란한 마음들을 정리해 주었다. 계절의 경계에서 앞서 봄을 맞이한 냉이가 변화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힘을 전달해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한국에서는 냉이 말고도 쑥, 달래, 민들레, 두릅, 돌나물 같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한국처럼 봄나물을 즐겨 먹는 식문화를 가진 나라는 드물다. 중국에서도 냉이를 먹긴 하지만 다른 봄나물이 재배되거나 유통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봄나물들이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것은 아니다. 냉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한 생육 환경을 가졌다면 잘 자란다고 한다.

냉이를 구별하는 영상에서 흥미로운 댓글을 읽었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냉이를 보았는데 먹어도 되냐는 질문을 남긴 것이다. 그렇구나. 냉이는 센트럴 파크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비록 도심 공해와 약 때문에 먹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아무도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쩌다가 남들이 잡초라 불리는 것들을 먹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은 봄이 오면 소쿠리를 들고 산과 들로 봄나물을 캐러 다녔다고 한다. 각종 풀을 식별하고 먹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가공을 거쳐 끼니를 달랬다. 또 채취한 풀들을 삶고 햇빛에 말려 사계절을 먹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유독 가뭄과 기근이 심했던 조선시대(519년 동안 약 144회의 가뭄이 있었고, 6년 이상 가뭄이 지속된 대기근도 3회나 된다고 한다)에는 구황작물의 약 70%를 봄나물이 차지했다고 하니, 봄에 피어난 초록 잎들은 얼마나 귀한 존재였을까. 그러니 봄이 되면 으레 봄나물을 떠올리는 것은 한반도에서 이어진 유전자라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도 같다.

냉이만의 독특한 향은 곧게 뻗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향긋한 향을 즐기고 싶다면 단연 심심하게 끓인 냉이된장국, 소금과 참기름에 담백하게 무친 나물일 때 가장 돋보인다. 냉이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만큼 영양분도 풍부하다. 냉이 한 줌(100g)으로 하루에 필요한 철분을 섭취할 정도로 많고 망간, 칼륨과 같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그리고 단백질도 4.2g으로 잎채소 중에서도 가장 많은 편이며 비타민K, 비타민A, 비타민C도 섭취할 수 있다.

냉이 무침, 된장국 말고도 조금 새로운 방법으로 먹고 싶을 때, 냉이를 조금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가져왔다.
 

조금 색다른 냉이 레시피들

1. 냉이 강된장

냉이, 감자, 된장의 조합은 밥맛을 두 배로 좋게 해주는 치트키다. 감자를 넣고 푸근하게 끓인 강된장에 냉이를 듬뿍 얹어 끓인다. 냉이의 향이 덮인 강된장을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나도 모르게 두 그릇 먹게 될지도 모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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