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와 생존의 열쇠, 반도체의 모든 것
역자에게 듣는 경제와 책 ㅣ 교양으로 읽는 반도체 상식
고죠 마사유키 지음 ㅣ 정현 옮김 ㅣ 시그마북스 ㅣ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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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 비해 짧은 역사가 있음에도, 수많은 세계적 이슈를 불러온 반도체. 반도체가 세계 경제발전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직관적이면서도 재치 있게 비유한 말로 ‘산업의 쌀’이란 표현을 들 수 있다.
주식인 쌀에 비유될 만큼 현재 그리고 미래의 기술 발전을 선도할 사업 분야에 반도체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컴퓨터, 텔레비전(TV), 스마트폰, 자동차,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모든 업종에서 세계 반도체 기술의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그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선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 역시 “반도체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 하지 않았던가.
반도체를 잘 안다는 착각
이토록 중요한 반도체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논문 발표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세계 유수의 석학 중 단 10명 정도만 제대로 이해했다고 전해진다), 그저 반도체에 대해 잘 안다는 착각 속에 빠진 건 아닐까? 만일 자신이 가진 반도체 지식의 실체에 이런 의문을 품어본 사람이라면 <교양으로 읽는 반도체 상식>으로 반도체 수업에 입문해보자.
저자 고죠 마사유키는 일본의 경제학 전문가이자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운영했고, 현재는 반도체 전문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그는 반도체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몸소 얻은 경험을 군더더기 없이 이 책에 모두 담아냈다.
이 책은 반도체 없이 세계경제를 논할 수 없는 현시대의 사정을 소개하는 것에서 출발해, ‘반도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원론적인 물음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초창기 반도체가 만들어진 시대 배경부터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더 세밀하고 다양하게 진화해왔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반도체산업 전반의 특징과 동향 등을 여러 보조자료로 명료하게 설명하기에 그동안 어렴풋이 이해하던 반도체산업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래 운명 결정할 자원
일본을 넘어 세계 각국의 반도체 전략과 업계 동향으로 이어지는 후반부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 다시 미래의 시간순으로 서술돼 비전문가도 흐름을 따라가며 읽기에 어려움이 없다. 이 친절한 교양수업은 향후 반도체산업의 또 다른 진화에 대비할 것을 강조하면서 끝맺는다.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을 중립적 시선에서 소개해 무겁지 않게 읽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패권 전쟁, 투자 조언 등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관련 도서들과 차별화된 구성으로 지루하지 않게 우리 상식을 채워준다.
앞으로 세계 산업의 흐름을 주도할 새 기술을 개발하고 성장시켜보고 싶은 경제인과 투자자에게는, 반도체 생태계를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안보와 생존으로 장르가 바뀌어버린 반도체산업의 특징을 명확히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누구나 이 책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보기를 바란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킨 이래, 모든 부흥기와 퇴보에는 결국 ‘자원의 유한성’이 있었다. 영토 혹은 식량, 향료와 무기, 지하자원 등 끊임없는 충돌과 대립 속에서 우위를 점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강점이자 무기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분명 반도체는 미래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돌고 돌아 반도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대비책에 앞서 명확히 인지할 점은 몇 년째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신 패권 전쟁에서 반도체가 중요한 무기이자 기폭제가 됐듯, 세계 메모리반도체 3대장으로 꼽히는 우리나라 역시 어떤 방향으로 새 판로를 개척하느냐에 따라 자원전쟁의 승자가 될 수도, 패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가, 더 나은 발전과 미래를 그려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돌고 돌아 반도체’라는 말처럼 미래 사회 역시 반도체에서 시작할 테니 말이다.
정현 번역가 self0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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