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남긴 생생한 유언…인정받지 못한 이유[상속의 신]
1958년 제정 민법, '영상' 유언은 인정 안해
녹음 유언으로 봐도 성명 구술·증인 등 요건
사인증여로 인정되려면 의사합치 정황 필요
시대변화 못담은 민법…영상유언 시 신중히
유언의 방식이라 함은 요식행위인 유언에 관해 민법이 요구하고 있는 일정한 방식을 말한다. 민법이 요구하는 일정한 방식에 따르지 않으면 유언은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확고하게 민법 제1065조 내지 제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으로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유언의 방식은 민법에 5가지의 방식이 규정돼 있다. 자필 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 증서에 의한 유언. 이렇게 5가지의 유언으로만 해야 한다. 우리 민법은 영상에 의한 유언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영상에 의해 이뤄졌지만 민법 규정의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봐야할 것이다. 녹음에 의한 유언의 민법 규정은 이렇다.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및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제1067조).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자 및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등은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이 될 수 없다(제1072조 제1항). 이러한 조항에 따라 영상을 찍더라도 결국 녹음이 되는 것이니 증인이 1명 이상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증인의 자격이 민법의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상속을 받을 자나 이로 인해 이득을 얻을 자가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한영훈씨 이외에 참석한 자들은 모두 증인 자격은 없으므로 이러한 녹음을 포함한 영상은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녹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에 그것이 요건에 맞더라도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에 해야 할 절차가 있다. 피상속인의 사망 후에 녹음에 의한 유언이 발견된 경우 즉시 피상속인의 주소지 내지 상속 개시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검인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법원은 검인신청이 들어오면 기일을 정하고, 녹음에 의한 유언이 있음을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고 검증을 한다. 다만 그 검증이 유언의 효력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유언이 있음을 공적으로 기재하는 것일 뿐이다. 검인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유언무효 소송에서 유언은 무효가 될 수 있다. 검인절차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아무런 이의가 없다면 그러한 검인조서를 가지고 부동산 등기가 가능하나, 등기가 거부될 수도 있으므로 유언효력확인 소송을 제기할 필요도 있다.
이 사건에서 한영훈씨의 녹음에 의한 유언이 무효가 되더라도 사인증여가 될 여지가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증여를 약속하는데, 그 증여의 조건이 자신이 사망한 뒤에 효력이 생기는 것이다. 유언과 달리 사인증여는 증여하는 사람과 증여받는 사람간의 계약이라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사인증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1·2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사인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2심에서는 영상 촬영 도중 작은 아들이 “상속을 받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작은 아들이 직접 촬영했고 촬영원본을 소지했으며, 아버지가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반문하기도 한 점 등을 들어 사인증여의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작은 아들이 아버지와 동석해 촬영한 사실만으로 사인증여를 인정할 수 없고, 그렇게 인정하면 다른 자식들에게 불리한 판단이라고 해 사인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인증여에 대해 법원은 사실상의 의사의 합치가 있을 정도의 구체적 정황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비디오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유언을 하는 것이 녹음에 의한 유언이나 자필 유언보다 더 진실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이 1958년에 만들어질 당시 영상에 의한 유언에 대해 예상하지도 못했다. 시대에 따라 민법의 내용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러한 방식의 유언도 인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영상에 의한 유언은 위험한 방식일 수 있으니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 공증에 의한 유언 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성주원 (sjw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야구선수 이호성 ‘네 모녀 살인 사건’…투신이 남긴 의문들[그해 오늘]
- "빚져서 선물까지 했는데"…이별통보받자 여친에 흉기 휘두른 20대
- 신상 털기에 노예 취급…‘공무원 마녀사냥’, 죽음 불렀다 [사사건건]
- [단독]'JTBC 간판' 강지영 아나운서, 내달 결혼
- 직원들 철창에 가두고 아내와 저녁식사…'간 큰' 아산 새마을금고 강도
- “한동훈 친척인데”…비례대표 당선 빌미로 1300만원 받은 70대
- 美물가·소비에서 확인할 금리인하 신호…환율 1300원으로 내려갈까[주간외환전망]
- 노환규 전 의협회장 11시간 조사…“전공의 이탈은 정부 정책 탓”
-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美 바이든, 네타냐후 저격
- "한화오션도 잇딴 보안사고"…현대중공업의 '물귀신 작전'[김관용의 軍界一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