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밀당 고수…'마녀 시간' 거치니 웃음 천사로[하이, 육아]

송승현 2024. 3.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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⑮'원더윅스+분태기'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 보여
처음 보는 물체 흔들면 자동반사 '주세요' 자세 취해
일주일 사이에 앉아서 놀고, 서려고 바닥 차기도
앞보기로 안으면 언제나 '활짝'…전에 없던 상호작용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육아를 하다보면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작고 소중한 아기를 보며 어떻게 그런 감정을 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나조차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당혹스럽다. 육아휴직 후 전업 육아에 뛰어들면서 딱 2번 화가 나는 시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산후조리원 퇴소 이후 생후 30일까지. 두 번째가 최근 원더윅스(Wonderweeks) 기간과 분태기(분유와 권태기를 합친 말)가 합쳐진 약 3주간이다.

그럼에도 육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그 시기만 지나면 찾아오는 행복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행복은 기존과 달랐다. 생후 30일이 지나고 찾아온 행복은 드디어 육아에 익숙해지고 아이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면, 최근 위기를 겪고 난 후에 느낀 감정은 ‘내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클 수 있구나’라는 한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인 것 같다. 지금도 원더윅스를 비롯해 육아에 힘들어하는 엄마아빠들에게 고생 뒤 찾아오는 행복감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사진=송승현 기자)
손 움직임 없었는데…반찬통에 김치까지 잡는다고?

사실 ‘원더윅스’는 의학적 용어는 아니다. 이 용어는 네덜란드의 발달 전문가가 아기의 발달을 30년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주장한 개념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기는 생후 20개월 동안 총 10차례 정신적인 급성장을 한다고 한다. 의학적 용어가 아님에도 이 개념이 유명해진 건 사랑스럽던 아이가 갑자기 양육자를 힘들게 하는 때가 있는데, 그 시기가 원더윅스와 맞아떨어지면서다. 이 중 4번째 원더윅스는 15~19주 사이에 일어나는데, 우리 아이는 16~18주 대략 3주간 지속됐다.

원더윅스를 거친 아기는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곤 하는데 이번이 딱 그랬다. 먼저 처음 보는 사물에 대해 엄청난 호기심을 보이고, 무조건 만지려고 한다. 우리 아이는 손 움직임이 다소 없는 편이었다. 무엇인가를 만지려 하는 욕구가 없었고, 손에 쥐어주면 몇 번 흔들다 던지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원더윅스가 지나고 나서는 물체를 두 손으로 잡으려고 허공에다 뻗기 시작했다. 아이 눈앞에서 사물을 흔들면 이른바 ‘주세요’ 자세를 취하는데, 특히 처음 보는 물체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주세요’ 자세가 나온다. 요즘 이유식을 준비한다고 우리가 밥 먹을 때 아이를 식탁 위에 두는데(물론 나와 아내 중 한 명이 꼭 잡고 있다) 반찬 통에 든 김치도 잡으려고 한다. 대신 방울토마토 같은 것들을 잡게 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10여 초에 불과하지만 앉기 시작했단 것이다. 아이는 원래 소프트의자에 앉는 것도 힘들어했었으나, 최근엔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고 앉기 자세를 하게 하면 스스로 버틴다. 이로 인해 아이가 재미를 붙인 게 앉은 자세에서 쌓은 블록을 무너뜨리거나, 앞에 있는 물체를 잡는 것이다. 동시에 서고자 하는 욕구도 커졌다. 앉게 하면 발로 바닥을 쭉 밀며 서려고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타지 않았던 놀이기구인 ‘쏘서’(기구에 스프링 줄이 있어 아기의 무게를 이용해 점프하며 놀 수 있는 장난감)도 탈 수 있게 됐다. 쏘서를 타면서 그 시간 동안 집안일을 여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사진=송승현 기자)
돌아서는 엄마 보며 ‘후엥’…“상호작용도 가능”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웃음’과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울며 보챘던 게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많이 웃어준다. 특히 나와 아내 중 한 명이 아이를 앞 보기로 안고, 나머지가 아이를 보며 활짝 웃어주면 ‘꺅’하며 활짝 웃는다.

상호작용도 늘었는데 한번은 아내가 아이를 쏘서에 태운 후 설거지를 하러 갔는데, 아이가 아내쪽으로 뒤돌아보며 ‘후엥’하기도 했다. 아내는 그 순간 ‘드디어 내가 이 아이에게 보호자가 됐구나’라며 감격했다고 한다. 또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를 안아주려고 다가가면, 아직 안지도 않았는데 아이 혼자 고개를 들며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의 행동에 반응하는 아이가 귀엽기만 하다. 최근에는 고양이 ‘치치’를 뚫어지게 보고, 가까이 다가가게 하면 마치 치치를 부르는 것처럼 계속 옹알이 소리를 낸다.

이 모든 게 원더윅스를 지나며 생긴 변화다. 분명 일주일 전만 해도 힘든 마음이 더 컸지만, 요즘엔 서로가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설 정도로 정도로 ‘행복 육아’ 중이다. 다만 얼마 안 가 다시 힘든 기간이 찾아올 테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후 변화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육아휴직하길 잘했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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