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리버풀 끝장낸다"는 맨유 새 구단주···지바겐·디펜더에 도전장 [Car톡]

서민우 기자 2024. 3. 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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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EPL 명문구단 맨유 인수한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 회장
구형 디펜더 애호가 겸 모험가
디펜더 단종에 직접 車 회사 설립
정통 오프로드 4륜 구동 제작
5월부터 한국시장에도 고객인도
영국 출신의 부호이자 석유화학 재벌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 그룹 회장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새 구단주로 부임했다. 사진출처=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서울경제]

지난달 1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짐 래트클리프 이네오스 그룹 회장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승인했다. 맨유가 지난해 12월 래트클리프 회장이 글레이저 가문이 소유한 지분 25%를 12억 파운드(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한지 두 달여 만이다. 맨유 팬들 사이에서 ‘악질’로 통했던 글레이저 가문이 후선으로 물러나고 영국 출신의 부호이자 스포츠 애호가인 짐 래트클리프가 맨유의 새 구단주로 오르는 순간이었다.

맨유는 세계 최고의 구단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 EPL 우승을 밥 먹듯이 하고, 트레블(EPL 리그·FA컵·챔피언스리그)까지 달성했다.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이자 대표팀 캡틴 박지성의 소속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글레이저가문 체제에서 퍼거슨의 은퇴 이후 급격히 추락해 이제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시티는 물론 리버풀, 아스날에게도 밀리는 ‘그저 그런 팀’으로 추락했다.

래트클리프 회장은 새 구단주로 부임하면서 맨유의 부활을 약속했다. 그는 “EPL에서 맨시티와 리버풀의 통치를 깨고 싶다”며 “3년 안에 그들을 모든 지위에서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자동차 계열사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를 세워 정통 오프로드 차량을 직접 개발했다. 사진제공=이네오스

짐 래트클리프 회장이 맨시티와 리버풀만 깨부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동차로 오프로드 주행과 오지 탐험을 즐기는 모험가이기도 하다. 영국의 원조 오프로드 차량인 디펜더 1세대 차량의 생산이 중단되자 랜드로버 측에 재상산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자신이 직접 자동차 회사(이네오스 오토모티브)를 세워 정통 오프로드 차량(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을 만들어 버린 괴짜다. 주문제작 방식으로 아직 생산량이 많진 않지만 EPL에서 맨시티·리버풀의 통치를 끝내고 싶은 그의 결기가 오프로드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개인 자산만 10조···맨유 인수한 짐 래트클리프는 누구?
짐 래트클리프(오른쪽) 회장이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차량 앞에서 영국 출신의 포뮬러 원 레이서인 루이스 해밀턴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네오스 오토모티브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EPL 축구팬들에겐 맨유를 구원할 새 구단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글로벌 화학 기업 이네오스의 공동창업주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기업가다. ‘아무도 모르는 기업 중 세계 최대 규모’로 불리는 이네오스 그룹을 소유해 개인 자산만 10조원이 넘는 부호다.

그가 최대주주로 있는 이네오스그룹은 세계적인 화학회사다. 독일 소재 화학기업 바스프와 영국 석유화학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한 다국적 기업이기다. 화학, 에너지, 석유 및 가스 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연 글로벌 매출이 90조원을 넘는다. 전세계 39개의 사업장에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9개국 183개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많아 대중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페인트에서 플라스틱, 직물에서 첨단기술품목, 의약품에서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이네오스가 제조하는 소재들은 일상 생활 전반에 퍼져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의 화학계열사인 롯데이네오스화학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래트클리프 회장은 스포츠 광이다. 맨유를 인수하기 전에도 프랑스(니스)와 스위스(로잔) 프로축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고 사이클팀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출신의 유명 포뮬러 원(F-1) 레이서인 루이스 해밀턴이 소속된 메르세데스 F1 팀의 지분도 30% 갖고 있다.

‘구형 디펜더’를 사랑했던 남자···'그레나디어'가 탄생한 이유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2020년 9월 영국 런던 코트 팰리스에서 열린 콩쿠르 오브 엘레강스에 자신이 보유한 오프로드 차량을 직접 전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지바겐 1988년형(왼쪽부터), 토요타 FJ40 1980년형, 이네오스 그레나이더, 랜드로버 구형 디펜더 1948년형, 랜드로버 1948년형, 윌리스 지프 1944년형. 사진제공=이오네스 오토모티브

본업인 기업가를 제외하면 그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직업(?)은 ‘자동차 애호가 겸 모험가'다. 둘은 서로 잘 맞물려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자동차 회사인 이네오스 오토모티브의 설립과 첫 번째 모델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의 탄생 비결이기도 하다.

래트클리프 회장은 영국의 자동차 회사 랜드로버가 만든 구형 디펜더(1세대)의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극한의 모험을 즐기는 그는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사막을 건너거나 험지 주행에 나서곤 했는데 그때마다 동반자가 되어준 차량이 디펜더였다. 시대의 변화에 정통 오프로드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디펜더가 도심 주행에 맞는 차량으로 변화하자 래트클리프 회장은 화가 났다. 랜드로버 측에 디펜더 1세대의 부활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재생산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고 직접 자신이 차량을 만들기로 했다. 2017년 이네오스 그룹의 자동차 계열사인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의 이름은 래트클리프 회장이 즐겨 찾는 영국 런던의 단골 펍 ‘그레나디어’에서 따왔다. 사진제공=이네오스ㄹ

래트클리프 회장은 ‘타협하지 않는 정통 오프로드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기본에 충실하고 실용적인 4륜 구동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레나디어’라는 이름은 래트클리프 회장과 친구들이 차량 개발의 꿈을 처음으로 싹 틔운 영국 런던의 벨그라비아의 한 펍 이름에서 따왔다.

래트클리프 회장의 지휘 아래 차량 개발팀은 4륜 차량 개발과 생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최고의 자동차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영국에서 디자인과 설계를 맡고 독일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결합했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등 주요 부품은 독일 BMW로부터 공급 받는다.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도록 설계돼 동급 최고 수준 오프로드 성능과 내구성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실제 그레나디어 개발 프로그램은 130대의 '2B' 엔지니어링 프로토타입 차량으로 엄격한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는 15개국의 모든 기후와 지형 조건에서 180만km의 강도 높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레나디어는 긴 수명으로 오랜 시간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아시아 지역 최초, 5월부터 국내 인도 시작···성수동 쇼룸 운영
이오네스 그레나디어 차량이 전시돼 있는 성수 전시장의 한 관계자가 차량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민우기자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국내 론칭도 앞두고 있다. 현재 예약 접수가 진행 중이다. 수입차 인증 절차가 모두 끝나는 5월부터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다. 국내 시장 공급과 공식 수입·판매는 모빌리티 서비스업체 차봇 모밀리티의 계열사인 ‘차봇모터스’가 맡는다. 성수에 마련되는 서비스센터 운영도 차봇모터스가 담당한다.

이오네스 그레나디어의 차량 내부는 비행기 조정석을 연상시킨다. /서민우기자

성수 카페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쇼룸'에 가면 그레나디어 실물 차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겉모습은 디펜더 1세대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바겐이 떠오르지만 내부는 더욱 남성적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비행기 조정석과 흡사한 느낌이 든다. 디지털 부품은 최소화하고 과거 정통 오프로드 차량이 그랬던것 처럼 기계식 부품들이 주를 이룬다. 험지나 극한의 도로 환경에서 차량에 문제가 생길시 즉각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래트클리프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고 한다.

이오네스 그레나디어는 차량 내부에 전자 부품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민우기자

그레나디어 라인업은 고객의 정확한 요구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빈 캔버스와 같은 유틸리티 왜건에서 시작한다. 오늘날 운전자들이 기대하는 편안함, 세련미, 기본 사양을 제공한다. 그레나디어 유틸리티 왜건의 가격은 1억 990만 원부터 시작한다.

그레나디어 트라이얼마스터 에디션은 극한의 오프로드 주행을 목적으로 제작되어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능과 다재다능함을 우선시한다. 트라이얼마스터 에디션은 레이즈드 에어 인테이크, 익스테리어 유틸리티 벨트 및 보조 배터리를 포함한다. 가격은 1억 2990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레나디어 필드마스터 에디션은 차량에 장비를 싣고 떠나고 싶은 곳 어디로든 떠나는 모험적인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를 위해 제작됐다. 풀그레인 가죽 시트,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카펫 플로어 매트 등의 편의장비를 포함한다. 사파리 윈도우가 기본 장착되어 환기를 위해 틸트하거나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그레나디어 필드마스터 에디션 가격은 트라이얼마스터 에디션과 동일하다.

그레나디어 필드마스터 에디션에 러프 팩을 추가한 트림은 필드마스터 에디션의 편의장비에 극한의 오프로드 옵션을 추가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의 실질적인 풀옵션으로, 가격은 1억 3490만원부터다.

류재융 차봇모터스 실장은 “40~50대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많은 사전 예약이 이뤄졌다"며 “정통 오프로드 차량으로 주행 성능이 중요한 차량인만큼 5월 고객 인도가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시승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 인근에 위치한 이오네스 그레나디어 쇼룸에 오면 그레나디어 차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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