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도하작전 성공한 '배그'…크래프톤 '중꺾마' 인도 사랑 왜[사이다IT]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등 외부 게임 퍼블리싱 라인업 확대
14억 인구, 스마트폰 제조 확대…게임시장 잠재력 주목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국민 게임 기업으로 자리잡은 크래프톤이 현지에서 퍼블리셔(게임 유통기업)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 1위 국가 인도가 중국을 이을 최대 게임 시장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퍼블리셔로 영역을 확장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5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서비스를 재개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인도 현지 앱 마켓에서 한시적 차단 조치를 받은 지 약 10개월 만이었습니다. BGMI는 출시 1년 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명을 돌파하고, 인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낸 모바일 게임으로 선정된 게임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 서비스 중단은 크래프톤의 실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비스 중단이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0년 인도와 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컸던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중국 회사인 텐센트가 퍼블리싱한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못하게 했습니다. 이에 크래프톤은 인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이스포츠 기업,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웹소설 플랫폼, 소셜 플랫폼, 게임 개발사,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까지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직접 퍼블리싱하기로 결정, BGMI로 이름을 바꿔 재출시했습니다. 그 결과 BGMI는 누적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7월 인도 정부가 또다시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최대 위기상황에 몰렸습니다.
크래프톤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과 수차례 커뮤니케이션하고 현지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10개월 만에 서비스 재개에 성공했고, 다시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지 이스포츠 대회를 재개해 이용자 수와 매출 실적 등 주요 지표를 예년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인도 내 이스포츠 BGMI 시리즈 2023(BGIS)를 진행한 결과 인도 내 프로팀만 1000여개가 넘었습니다. 정부가 서비스를 금지한 앱 가운데 재개에 성공한 것은 BGMI가 유일합니다.
BGMI 중단으로 휘청였던 크래프톤 주가와 실적도 거의 회복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뛰었고, 작년 연간 매출은 2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수익 개선도 기대됩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자리에서 "현 단계에서 BGMI 내 광고 BM이 인도 유저들에게 잘 소구될 수 있을 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지 네트워크를 쌓은 크래프톤은 BGMI 흥행 노하우를 앞세워 퍼블리싱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BGMI 외에 뉴스테이트 모바일, 로드 투 발러: 엠파이어스, 디펜스 더비 등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들을 인도에서 퍼블리싱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외부 개발사 게임 퍼블리싱에 본격 나섰습니다. 지난달 28일 데브시스터즈는 크래프톤과 모바일 러닝 게임 ‘쿠키런’의 인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쿠키런은 지난 2013년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게임으로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같은달 크래프톤은 한국 개발사인 알케미스트게임즈가 기존 서비스하던 '엔젤사가'를 인도 현지화한 버전 ‘가루다 사가’의 퍼블리싱을 맡으며 써드 파티 퍼블리싱 전략을 본격화했습니다.
써드 파티 퍼블리싱은 외부 개발사가 자체 개발한 게임을 퍼블리싱만 진행하는 것으로, 퍼블리셔의 자본을 외부 개발사에 투자하는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과는 다릅니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게임시장인 인도에 크래프톤이 ‘진심’인 이유는 뭘까요. 시장의 잠재력으로 해석됩니다. 14억명 인도 인구 중 스마트폰 보유자가 7억명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게임 시장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에서 외부 개발사 게임의 퍼블리싱을 맡아 현지 유력 퍼블리셔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선구안도 한 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7년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4차산업혁명위원장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방문한 이후부터 현지 진출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올해 인도 게임 시장 규모가 34억9000만 달러(4조 6033억원)를 기록하고 2029년에는 72억4000만달러(9조5496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기관은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청소년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 산업에서 최고의 시장 위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초고속 인터넷의 사용 증가로 인해 증가하는 IT 인프라는 국내 시장 성장률을 이끄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플랫폼 통합 게임 이용자 수는 4억 4400만명, 매출 규모는 8억 6800만 달러(약 1조 1600억원)로 추정됐습니다.
인도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게임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IDC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약 1억5200만대 규모로 중국(약 2억8000만대)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큽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54%로 잠재 성장력이 큽니다.
크래프톤과 인도 진출을 선언한 데브시스터즈를 제외하면 국내 게임사들의 인도 진출은 미미했습니다. 네오위즈는 지난해 2월 블록체인 자회사인 인텔라X가 인도의 웹3 탈중앙화 조직 인디지지와 웹3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인텔라 X' 생태계 확장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인도 게이머 중심으로 웹3 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한빛소프트는 지난 2022년 모바일 리듬댄스게임 ‘클럽오디션’을 인도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11월 '루미카이 펀드'(Lumikai Fund I)에 300만달러(약 37억원)를 출자한 바 있습니다. 이후 루미카이는 지난해 1월 캐주얼 게임 개발 스타트업 '기가 펀 스튜디오'의 시드 투자에 참여하는 등 캐주얼 게임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업계는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넥슨,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을 제외하면 다수 게임사들 실적이 부진했습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성장이 정체됐고,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 진출 성과도 부진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크래프톤의 인도 내 활약과 시장 성장세에 주목, 진출을 서두르는 게임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연 크래프톤이 시장 선점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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