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변심 아픈데, 앱스토어는 뺨맞아…애플의 '돈줄' 흔들린다
[편집자주]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하며 증시 역사를 새롭게 썼던 애플의 시대가 저무는 걸까. 2007년 출시한 아이폰으로 단숨에 스마트폰 업계 1위로 올라선 뒤 17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시장의 큰 물결 속에서 애플은 보이지 않는다. 시장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애플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빈틈을 파고든 건 토종 업체들이다. 같은 기간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60의 애국 소비 물결을 타고 판매량이 64% 폭증했다. 보급형 스마트폰 강자인 비보는 전년 대비 15% 줄었으나 동기간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7% 위축됐음을 감안해도 경쟁사 대비 아이폰의 판매 부진이 크게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장멩멩 애널리스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부활뿐 아니라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의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중국 정부가 관공서나 공공기업 등에서 아이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 역시 애플엔 부담이다.
그 결과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년 사이 19%에서 15.7%로 떨어지면서 4위까지 추락했다. 비보가 17.6%로 1위를 지켰고, 화웨이는 점유율이 16.5%까지 급상승해 2위를 꿰찼다.
애플은 중국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화웨이에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시장 점유율 30.8%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30.5%로 2위다.
중국의 수요 둔화는 당장 애플 실적에 충격을 던질 수 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0%를 기여하는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하며 기대 이하 성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에도 중국 시장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1분기 애플의 매출이 전년 대비 4%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 낙관론자로 유명한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조차 최근 애플 전망을 "호러 쇼"에 비교하면서 중국 수요가 "무척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금까지 하드웨어부터 운영체제(OS), 애플리케이션까지 독자 생태계를 고집해왔다.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앱을 다운받고 애플 결제 시스템만 이용하고 애플 제품끼리만 호환되도록 하는 식이다. "소비자를 우리 생태계에 가둬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기조를 따른 것이다.
애플의 폐쇄성은 과거 한계로 여겨졌으나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명사가 되고 애플 제품에 대한 팬덤이 확장하면서 실적 효자로 거듭났다. 애플이 인앱 결제에 부과하던 최대 30%의 수수료는 매년 서비스 부문(앱스토어 외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포함)에서 수백억달러의 수익으로 이어졌다. 원가가 적어 이익률이 70% 정도로 실물 제품에 비해 2배가량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공급망 차질로 인한 하드웨어 매출 부진을 상쇄한 것도 서비스 부문이었다.
그러나 애플의 정원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유럽은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앱 다운로드와 인앱 결제 등의 개방을 의무화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으며, 법 시행 사흘 전엔 애플을 반독점 위반 혐의로 한국 돈 2조6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때렸다. 당초 예상했던 5억유로(7200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유럽에서 앱 다운로드와 인앱 결제를 외부에 개방한 상태다. 유럽은 애플의 수수료 수입 가운데 7%를 차지하는 정도지만, 현재 한국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규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단 점에서 유럽의 사례가 본보기가 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잭 마이어스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유럽 규제는 애플의 근본 철학, 보안에 대한 접근 방식,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을 건드린 것"이라면서 "개방성이 있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이번 규제에서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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