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필리핀 한인 사업가 살인사건…박 씨는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설계했나

김효정 2024. 3. 10. 08: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의문의 사망 사건 속 한인, 그는 정말 자신의 죽음을 설계했나.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필리핀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 한인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2021년 2월, 필리핀의 작은 도시 발렌수엘라의 한 공동묘지의 공터에 주차된 차량에서 원인 모를 악취가 풍겨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지인들은 뒷좌석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남성을 발견했다.

사망한 이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던 한인 박승일 씨. 그는 목과 등에 총상을 입어 사망했고, 옆에는 여권과 신분증, 현금이 놓여있었다.

경찰은 박 씨의 주변인들을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박 씨의 사업체인 마사지 회사에서 일하던 소피아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런데 소피아는 박 씨가 지병으로 괴로워하며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친구 벨라와 의논해 총 8명이 사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그중 실행자는 2명에 현직 경찰관인 1명이 운전자로 가담까지 한 것. 그리고 이들은 이 사건이 사망한 이가 직접 부탁한 촉탁살인인이라고 동일하게 주장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박 씨로부터 약 8만 페소(한화 약 190만 원)를 착수금으로 미리 받았다고.

이에 박 씨의 지인과 가족들은 그가 스스로 죽음을 설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8명이 그 돈을 받고 살인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필리핀에서 유명한 사업가였던 박 씨는 어학원을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3년 만에 어려움이 닥쳤고 이에 박 씨만 필리핀에 남고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후 그는 마사지 회사를 시작했고 소피아와 벨라는 그 업체의 마사지사였다.

박 씨와 논의된 살인이라는 용의자들의 증언과 달리 업소를 강탈하기 위해 직원들이 꾸민 짓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특히 소피아가 마사지 업소를 이용한 손님과 사적으로 만나 이를 문제로 박 씨와 사이가 틀어졌다며 그런 이에게 자신의 살인을 부탁했을 리가 없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는 살인을 할 때 청부를 하는 방식은 드물고 현장의 모습도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소피아는 박 씨가 자신이 죽으면 가족이 약 1억 필리핀 페소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박 씨는 십여 개의 생명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수익자는 아내였다.

동일한 시기에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박 씨. 이에 한 달 보험 납입 금액은 100만 원 이상이었다. 또한 그의 보험 은 대부분이 순수한 사망 보험이라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기 피해를 입으며 사업까지 힘들었던 박 씨는 가족과도 헤어지고 혼자 필리핀에서 생활고에 시달리기까지 했다고. 그런 그가 매 월 100만 원 이상의 보험금을 7년 동안 지불했으며 그렇게 납입함 보험금만 1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이 또 있었다. 그가 가입한 보험 중 단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것.

그리고 아내가 매달 200만 원을 박 씨의 계좌로 수년간 송금했는데 해당 계좌에서 보험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보험에 가입한 것을 모른다고 주장한 아내. 이에 보험사는 정기적으로 아내의 주소지로 우편물을 발송하고 있고, 보험이 실효될 뻔했던 당시 아내가 직접 연락을 해서 민원을 넣기도 했다고 했다.

또한 박 씨의 가족들은 그의 아내에게 보험금에 언급하자 연락이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씨와 아내의 지인들은 아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들 말했다.

그리고 소피아는 사건 3일 전 박 씨가 아내에게 유서를 남겼다는 사실도 밝혔다. 자신의 죽음을 확인하면 아내에게 유서 내용을 전달해 달라는 것.

취재진은 경찰을 통해 유서 내용을 확인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편지라고 쓰인 유서에는 "이 이메일을 보고 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로 아래의 가이드라인을 꼭 반드시 따라야 해"라는 경고문이 쓰여있었다.

이에 전문가는 "유서가 독특하다. 번역체의 말투와 주체가 모호한 문장들이 많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쓰여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을 끔찍하게 여겼던 박 씨가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던 당시 어려운 순간마다 보험금을 떠올렸을 거 같다며 "가족을 위한 내 죽음이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떤 죽음을 택해야 효율이 가장 좋을까 본인이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당시 박 씨의 아내와 수차례 소통했다는 대사관 직원은 "아내는 남편의 죽음 소식에 까무러치듯 했다. 보험에 대한 세세한 것은 몰랐던 것 같다"라며 남편의 계획에 대해서도 지나가는 말이지 그렇게 하겠어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박 씨의 아내가 박 씨에게 송금한 돈은 그동안 박 씨에게 받았던 생활비를 모아 두었다가 그의 생활이 어려워지자 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박 씨의 가족들은 박 씨 아내에 대한 의혹을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특히 박 씨가 남긴 유서 중 부모, 형제에게 남긴 것이 있는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박 씨의 아내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에 지인들은 "부모님에게는 유서를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돌아가시면 무덤 앞에서 읽어드리라고 했다더라"라며 아내가 유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해당 사건에 대해 필리핀 경찰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보험은 보험은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아니라며 보험금 때문에 생명을 저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