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피드'·'첫눈'…'숏폼 효과' 본 K팝, '틱톡·UMG 대립' 예의주시
음악업계·신기술 IT 업계 갈등 반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과 중국 쇼트폼(짧은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K팝 홍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유니버설 뮤직 그룹이 해외에 유통하는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SNTY),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솔로곡 '유 앤드 미(YOU & ME)' 일부 영상은 묵음 처리됐다. 틱톡은 이들 영상에 '이 음원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띄웠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양 측이 갈등을 빚고 있는 이유는 음악 사용료다. UMG와 틱톡은 지난 1월31일 음원 사용 계약 만료를 앞두고 격론을 벌였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미국 팝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가수들의 일부 음원을 틱톡 영상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UMG는 틱톡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낮은 비율(전체 수익의 약 1%)의 음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중이다. 반면 틱톡은 1분 이하로 음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타 플랫폼과 비슷한 비율로 사용료를 내지 못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UMG는 틱톡의 주요 콘텐츠가 음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틱톡은 음악 회사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해 저렴하게 음악을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사실 UMG가 틱톡으로부터 받는 돈은 자신들 총수익의 약 1%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UMG가 틱톡에 대해 경계하고 나선 이유는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이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K팝은 큰 덕을 보고 있다. 작년 K팝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같은 해 2월 처음 발매된 후 4월 틱톡에서 스페드 업 버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최고순위 17위에 올랐다. 25주 차트인이라는 K팝 걸그룹 최장 진입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틱톡은 국내 차트에도 영향을 줬다. 한류 그룹 '엑소(EXO)'가 지난 2013년 12월 발매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수록곡 '첫눈'이 지난해 11월 틱토커 황세훈이 시작한 '첫눈 챌린지' 덕에 발표 10년 만에 멜론 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틱톡 효과를 톡톡히 본 K팝 기획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이 플랫폼을 통한 홍보·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티스트들의 ' 댄스 챌린지'도 필수다. 이런 상황에서 K팝의 해외 유통의 상당수를 맡고 있는 UMG가 틱톡과 대립하면서, 당분간 중요한 홍보 툴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유통 계약을 맺은 JYP 소속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의 음원은 정상적으로 틱톡에서 들을 수 있지만, 향후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UMG 소속 뮤지션뿐 아니라 이 회사가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 작곡가의 노래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 곡들마저 틱톡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유저 입장에선 듣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곡들의 수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수도 있다. 국내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K팝 작곡 크레디트에 외국 작곡가들도 상당수 포함되기 때문에 UMG와 틱톡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다시 부상 중인 메타 계열의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이 운영 중인 유튜브의 숏폼 등의 사용에 주력하면서, 이번 틱톡 이슈와 무관하게 홍보 활동을 진행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음악업계와 신기술을 가져온 IT 플랫폼 간 갈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2000년 미국 거물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는 디지털 공유기술을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냅스터'를 고소했고, 2007년엔 워너뮤직그룹이 라이선스 계약 건 등을 놓고 유튜브와 갈등을 빚었다. 2014년엔 스위프트와 전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와 '음원수익 배분'을 놓고 대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중 틱톡만큼 곡들을 저렴하게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었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계약 여부와 상관 없이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민주적인 플랫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티스트들이 크게 동요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셜 미디어 스타 출신 미국 가수 코넌 그레이(Conan Gray·코난 그레이)는 UMG 산하 리퍼블릭 소속으로 자신의 음악이 틱톡에서 제거되는 것에 대해 "다시는 히트곡을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반쯤은 진심이 담긴 농담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오는 5월 솔로 앨범 '핫 시티(Hot City)'를 발매하는 케이티 페리·브리트니 스피어스 작곡가 보니 맥키는 지난달 버라이어티에 "틱톡은 새 노래에 대해 입소문을 중요한 통로다. 음반사들도 아티스트에게 틱톡에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UMG가 IT 업계 거물이 된 틱톡과 맞설 수 있는 건, 이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 루시안 그레인지 UMG CEO는 전 세계 대중음악 업계 영향력 1위 인물로, 그는 틱톡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해당 싸움을 장기전으로 갖고 갈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현재 UMG와 함께 세계 3대 음반사로 통하는 소니 뮤직과 워너 뮤직은 틱톡 이슈와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제66회 그래즈 어워즈' 시상식 당시 MC인 미국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틱톡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하는 등 음악업계 전체가 차츰 틱톡에 맞설 수도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음악업계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장기적으로 볼 때 틱톡이 UMG와 어떤 식으로든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면, 길게 볼 때 K팝 업계도 불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UMG가 틱톡과 대립하는 이유가 단순히 음원 수익 때문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대중음악계는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녹음이 난무하는 걸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데, 틱톡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UMG는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시장 지배력이 강한 회사는 새로운 흐름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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