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 전 대통령실 통화" 의혹 여전한데‥이종섭 "대사 역할 충실히‥" [서초동M본부]

나세웅 salto@mbc.co.kr 2024. 3. 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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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대통령실 통화 기록 나왔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지난해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취소하기 직전,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전 장관은 그간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가 풀려, 곧 호주 대사로 부임합니다. '이종섭-대통령실 통화'를 둘러싼 의혹을 따져봤습니다.

◎관련보도: [단독] "수사결과 발표 중단" 변심 직전‥'대통령실' 일반전화 받았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7783_36515.html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와 MBC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섭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지역의 유선전화 번호인 '02-800- '로 시작하는 전화를 한통 받습니다. 번호의 주인을 확인해보니, 발신지는 '이태원로'. 가입자는 '대통령실'로 돼 있었습니다. 실제 일정시간 통화가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전화 직후인 11시 57분, 이 전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는 자신의 전화기가 아닌 곁에 있던 군사보좌관의 전화로 이뤄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두 시간 뒤로 예정된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언론 브리핑과 국회 국방위 보고를 취소시켰습니다.

이어 오후 1시 반, 참모들을 모아 긴급 현안 회의를 갖습니다. 이 자리에서 해병대에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해병대 장군을 찾습니다. 마침 국회 설명을 준비하고 있던 정종범 당시 해병대 부사령관이 회의가 열리던 용산 국방부 장관 집무실로 갑니다.

오후 2시 17분, 정 부사령관이 도착하자 장관은 약 5분간 지시 사항을 말합니다. 정 부사령관은 상명하복에 철저한 '투스타' 해병대 장군답게, 시간과 지시 내용을 꼼꼼히 메모했습니다.

①최종 정리(법무) ②원래 수사는 수사 결과 나오면 언론 한다. *경찰 기소한 이후 ③장관 8월9일 보고 ④유가족, 민간 경찰(조사) 오해하시지 않으면 ⑤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⑥보고 이후 휴가 처리 ⑦법적 검토 결과 -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없는 권한 행사) - 우리가 송치하는 모습이 보임 ⑧언론보도 관련, '경찰의 공정한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 설명하면 ⑨경찰이 필요한 수사자료만 주면 됨 ⑩법무관리관이 수사단장에게 전화 / 검토
이에 따라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는 지시가 해병대에 하달됩니다. 수사 외압 의혹의 시작입니다.


"수사결과 발표 중단" 변심 직전, '대통령실 통화'

숨진 해병대 채 상병은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위험하다는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군의 수사 결과 발표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종섭 전 장관은 하루 전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직접 서명, 결재했습니다. 최고 책임자인 임 사단장을 인사 조치하겠다는 계획도 승인했습니다.

이날 이 전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급히 출장을 떠나야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왜 이 전 장관은 무리해서 자신의 지시를 뒤집었을까. 해병대 수뇌부는 장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해했습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성역없이 정직하게 수사했다고 생각해 상급지휘관인 참모총장님과 장관님께 보고를 드린 것"이라며, "언론브리핑이 되고 국회에 설명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그 계획이 변경이 돼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 바로 국방부 장관 연결하라"고 질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다만 격노설의 출처로 지목된 김계환 사령관은 "그런 일 없다"고 즉각 부인했고,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박 대령의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빼라 한 적 없다" 그런데 4차례 "사단장은?"

그동안 이 전 장관은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마음을 바꾼 이유를 밝혔습니다. 전날 결재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었고, 다음날 '이건 아니다' 싶어 발표를 중단시켰다는 겁니다. 특히 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려고 압력을 가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자신을 포함해서 국방부 누구도 '누구를 넣어라 빼라'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강력히 반박해왔습니다.

그런데,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재판기록을 면밀히 분석해보니 이 전 장관 설명과 다른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그의 말처럼 해병대 초급 간부들을 염려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인사 조치 대상이었던 임 사단장의 복귀 여부를 본인 또는 참모가 4차례 챙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통화 직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임성근 사단장을 정상출근 시키라"고 지시합니다. 해병대 부사령관에게도 "'임 사단장은 정상적으로 지휘 활동하게 조치하라'"고 말합니다. 실제 부사령관의 메모 ⑥번엔 휴가 처리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어 부대로 복귀하는 부사령관에게, 장관과 동행한 군사보좌관이 "'임 사단장은 오늘 휴가처리하고 내일 정상출근'"이라고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틀 뒤, 해병대 수사단은 원안대로 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국방부 지휘부가 발칵 뒤집힙니다. 이종섭 전 장관이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전화로 상황을 점검할 정도로 분위기는 심각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군사보좌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임성근 사단장이 직무수행 중인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실 통화' 수차례 물었지만, 이종섭 "통화 없었다, 믿어달라"

7월 31일 11시50분경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걸려온 의심스러운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인물이 대통령실의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습니다. 어떤 내용의 통화였는지도 전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통화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공수처는 그 시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날 자신이 결재한 수사결과 발표를 취소하라고 지시하기 직전 통화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전 장관은 통화내용을 밝히기는커녕 통화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습니다. MBC 취재진은 지난 1월부터 이종섭 전 장관과 수차례 연락을 취했습니다.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전 장관은 첫 통화에서 자신이 "용산에서 전화를 받거나 보좌관이 대신 받은 바도 없다"고 통화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한두 사람이 이상한 착각에 빠져 프레임을 형성하고, 언론이 자꾸 따라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왜 내 말을 안 믿어주냐"고 억울함도 호소했습니다. 이후 문자로도 MBC에 "(대통령실과의 통화가) 분명히 없다. 용산과 무관하다"라고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취재진은 두 달간 검증 과정을 거쳐 대통령실과의 통화는 분명히 있었고, 이 전 장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달 다시 근거를 제시하며 물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아니, 아니. (전화)받은 것 없다"고 재차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있는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윤 대통령이 격노한 적 없다'고 한다, '그런 전화도 한 적 없다'고 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두 차례 국방부 간부들과 해병대 지휘부에 대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때 압수수색 영장에 이 전 장관을 최소 세 차례 직권남용 피의자로 적시한 사실이 파악됐습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참모들을 통해 임성근 사단장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 외압 의혹 전반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일사천리' 출국금지 해제‥피의자 이종섭, 호주로 떠난다

지난 4일 윤석열 정부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습니다. 이틀 뒤인 6일 MBC는 이 전 장관이 이미 석 달 전 피의자로 출국금지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수사 대상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명 전권대사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논란이 거세졌습니다. 수사가 한창인데 정상적으로 출국해 대사로 부임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보도 다음날 법무부는 자체 긴급 회의를 거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동시에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자진 출석해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법무부는 호응하듯 다음날인 8일 내부 인사로 구성된 출국금지심의위를 열고 곧바로 출국 금지 조치를 풀어줬습니다.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되기도 전에, 이 전 장관은 정해진 수순처럼 호주로 출국하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후 여론의 부담 때문인지 돌연 취소했습니다. 모두 전례없는 일입니다.

현재 공수처의 수사는 이 전 장관의 참모들과 하급자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권남용죄의 특성상, 최종적인 직무상 권한이 있는 이 전 장관이 참모들과 공모한 것으로 범죄혐의가 구성됩니다. 최고 책임자인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충분할 경우, 차례로 지시를 하달받은 하급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권남용 사건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직 검사는 "정점인 이종섭 전 장관이 빠지면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망가지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충실한 조사 없이, 대통령실 관여 의혹을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4시간 동안의 공수처 자진 출석 조사에 대해 공수처 내부에선 "확실히 '조사'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7월 31일 대통령실과의 통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 부하 중 한 명은 허탈함을 내비쳤습니다. "장관님이 출국하고 없으면 사건 정리가 안된다"며, "자신은 장관님과 공범이라며 압수수색당하고 출국금지 대상까지 됐는데, 이런 경우가 어딨냐"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대리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간단히 조사받고 협조하겠다고 한다고 풀어주면, 출국금지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전 장관이 대사로 나가면 구속 등 신병처리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대사 임명 이후 MBC 취재진의 연락에 수일째 답하지 않고 있는 이 전 장관은 일부 언론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로 출국하려는 것"이라며 "향후 호주 대사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보도 [단독] 호주대사 임명됐는데‥'채 상병 수사 외압' 이종섭 이미 출국금지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7431_36515.html [단독] 압수영장에 최소 세 차례 "피의자 이종섭 해병대 수사 축소 관여"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7432_36515.html[단독] "임성근은 정상근무시켜라"‥이종섭 사단장만 4번 챙겼다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77784_36515.html

나세웅 기자(salt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578399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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